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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민>이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의 인사위원회 구성과 운영을 두고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대통령실의 전면적인 정보 비공개 방침이 확인되었다. 연이어 인사 논란을 초래하며 대통령실 명단 공개도 거부해온 대통령실이 인사 관련 절차조차 불투명하게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뉴스민>은 대통령실의 비공개 조치에 대해 행정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다.
대통령령인 ‘대통령비서실 직제’는 대통령비서실의 조직과 직무범위,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인사위원회 규정은 제6조에 명시되어 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직위 등에 대한 인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대통령비서실에 인사위원회를 둔다.” 위원장은 대통령비서실장이 맡고 사무처리 지원을 위해 비서관이나 선임행정관을 둘 수 있다.
다만 위원회의 구체적인 목적이나 활동사항은 대통령령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대통령령으로 규정 외에 인사위원회의 구성, 운영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비서실장이 정하도록 되어 있다. 위원의 수와 자격, 위촉 방법, 위원회 개최 시기, 논의 의제의 종류 등이 모두 법령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언론 기사에서도 대통령비서실 인사위원회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통령령에 따라 운영중인 대통령비서실 인사위원회
윤 정부 대통령실 “인사 관련 사항은 비공개” 무분별 통지
전문가, “적어도 사무처리자 명단과 회의 일시 및 장소는 공개해야”
그간 대통령실은 숱한 인사 논란을 뿌려왔다. 대통령 부부의 인맥을 통한 ‘사적 채용’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고, 유튜버 안정권 씨의 친누나, 강기훈 전 자유의새벽당 대표 채용 등은 ‘극우 코드 인사’로 꼽힌다.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최측근 수사관이었던 한 인사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근무를 거쳐 대통령실로 옮겨간 사례도 있었다. 여러 인사 잡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이 직원 명단 공개조차 거부하자 언론 <뉴스타파>와 참여연대는 지난 10월 정보공개소송을 제기했다.
인사위원회는 대통령실 산하 기구 중 인사 관련 책임을 물을 수 있는 1순위 부서다. <뉴스민>은 대통령실을 상대로 2022년 5월 10일 윤 대통령 취임 이후의 △인사위원회 위원 명단 △사무처리 지원 담당자의 성명과 소관 업무 △인사위원회 회의록 △인사위원회 회의 개요(개최 일시, 참석자 명단, 회의에서 다뤄진 공직후보자와 의제 등)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에 대통령비서실은 ‘부분공개’로 포장된 비공개 통지를 해왔다. 대통령실이 공개한다고 밝힌 것은 ‘대통령비서실장(김대기)이 위원장인 인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필요시 안건과 관련된 수석비서관 등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뿐이다. 김대기 실장이 위원장이라는 사실은 대통령령만 봐도 알 수 있다. 대통령실은 그 밖의 위원이나 사무처리 지원 담당자를 공개하지 않았음은 물론 정보공개청구 내용 전반에 대해 비공개 처리했다. 사실상의 ‘전면 비공개’다.
대통령실이 비공개 통지의 근거로 삼은 조항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5호(인사관리에 관한 사항)다. “감사, 감독, 검사, 시험, 규제, 입찰계약, 기술개발, 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나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 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
대통령실의 정보 비공개 결정은 ‘무분별’에 가깝다. 법률은 인사관리에 관한 사항 ‘전반’을 비공개 사유로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공개 처리하려면 해당 정보가 의사결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중인 것이어야 하며, 공개될 경우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이미 채용된 인사에 대해 논의했던 회의 내용은 의사결정이나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안이 아니다. 위원이나 회의 참석자의 명단도 반드시 비공개해야 할 정보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인사 책임자의 면면은 정치권 핵심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일 수 있다. 공개를 통해 인사관리의 공정성이 침해되는 수준은 제한적이다.
김예찬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일반적인 공공기관에서도 인사위원회 회의록은 비공개 정보로 보고 있다”고 소개하면서도 “적어도 회의 일시와 장소 정도는 공개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위원 명단에 대해 김예찬 활동가는 “과거 명단은 확실한 공개 대상으로 볼 수 있고, 현재 명단의 공개는 기관의 성격에 따라 갈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사무처리 지원자 명단에 대해서는 “공무원의 업무에 관한 사항이므로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심판 검토중 온라인 청구 불가도 확인
대통령실 권력 축소? 여전히 권위적이고 불투명
<뉴스민>은 대통령실 인사위원회 정보 비공개 결정에 대해 행정심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직원 명단 비공개 등 윤석열 대통령실의 폐쇄적 행태를 감안하면 ‘이의신청’ 절차로는 대통령실로부터 재차 비공개 통지를 받을 공산이 매우 높다는 판단에서다. 행정심판 검토 중 추가적으로 부조리를 확인하기도 했다. 오늘날 대다수 기관에 대해 온라인으로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지만, 여전히 대통령실은 거기서 제외되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021년 7월 12일, 정치학계 원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 권력의 집중화는 헌법의 기본 원리인 삼권분립과 법의 지배를 심각하게 저해한다“며 “헌법 틀 안에 있는 총리의 역할이 보장되면 내각의 결정권이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집중화된 청와대 권한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대선에서 공약한 ‘대통령실 인력 30% 축소’나 취임 이후 실시한 민정수석실 폐지 등은 ‘작은 대통령실’로 가는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실의 권력이 줄어들었다는 근거는 찾기 힘들고, 30% 인력 감축 공약도 무산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은 오히려 직원 명단과 인사위원회 관련 사항을 비공개하며 온라인 행정심판청구도 불허하는 권위적이고 불투명한 기관으로 남아 있다.
김수민 객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