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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에서 유죄가 나온 구미아사히글라스(AGC Fine Techno Korea, AFK) 불법파견 혐의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시작됐다. 사측이 신청한 증인들은 현장 작업지시 등과 관련해 하청업체인 GTS가 독자적인 권한이 있었고, 아사히글라스 업무가 사실상 도급이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업무지시 문건 등 증거물과 관련해서는 가이드라인 수준이었다고 주장했다.
23일 오전 10시 30분 대구지방법원 제4형사부(부장판사 이영화)는 아사히글라스 파견법 위반 사건 항소심 재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 앞선 기일에서 아사히글라스 측이 신청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날 출석한 증인은 과거 일본아사히글라스에서 한국에 파견됐던 일본인 직원과 구미아사히글라스에서 관리직 업무를 맡은 한국인 직원 총 2명이다.
일본인 증인 A 씨는 원심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된 문건 중 본인이 작성한 부분에 대해 증언했다. A 씨는 해당 문건이 하청업체 GTS에 대한 업무지시보다는 “가이드라인”으로 참고 사항 차원이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일본에서 근무하던 시절 AFK 공장 설립을 준비할 때 만들었던 자료다. 당시에는 AFK는 물론이고 OTS(GTS의 전신 격)에도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었는데, 본사 경험을 토대로 필요한 정보를 모은 가이드라인 차원의 문건”이라고 말했다.
“문건 중 (GTS)리더가 AFK로부터 작업지시를 받아 인원을 대체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무슨 뜻이냐”라는 변호인 측 질문에 A 씨는 “여기서 작업지시는 고객 요청에 따라 납품 기일, 납품 내용이 정해지는데 거기에 맞춰서 AFK가 (하청업체에) 의뢰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진 검찰 측 신문에서 검사는 특정 공정 인원 배치 계획 자료를 제시하며 “아사히글라스가 각 공정별 GTS의 인원과 배치방식을 구체적으로 지정했다”, “특정 공정(정수공사, KTX(긴급업무))에서는 GTS관리자를 거치지 않고 (아사히글라스가) 직접 각 공정에 바로 전달하기도 했다”고 물었다.
이에 A 씨는 “어디까지나 가이드라인 차원이고, 최종적 판단은 OTS가 했다”라고, 현장 작업 사항과 관련해서는 “(지시는) 안 했을 거로 생각한다···현장의 지시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인 증인 B 씨에 대한 신문도 A 씨와 마찬가지로 원심 유죄 판결에서 증거능력이 인정된 증거에 대한 설명 위주로 진행됐다. B 씨는 작업 일지 등 문건에 나오는 작업과 관련한 상세 사항은 문제 발생 시 조사를 위한 내용으로, 아사히글라스의 작업지시와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특정 공정(정수공사, KTX(긴급업무))에서 GTS 관리자를 거치지 않고 각 공정리더나 서브리더에게 전달됐다는 검사 신문에 B 씨는 “급한 상황에서 리더가 없는 경우 등에 한해 서브리더에게 전달한다. 우리들이 인식하기에는 리더나 서브리더는 (GTS) 관리자 자격”이라고 답했다.
“아사히글라스가 (피고인 상대로)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는데, 이건 작업 수행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가 아닌가”라는 지적에 B 씨는 “아니다. 블라인드 테스트는 불량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작업 표준대로 작업하는지 확인하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답변은 아사히글라스가 적극적으로 하청업체 노동자의 작업을 직접 감독하는, 즉 도급이 아닌 파견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답변이지만 이와 관련한 검사 신문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날로 증인신문은 종결했고, 오는 21일 공판기일에서 사측의 최종 변론을 듣는다.
앞서 원심 재판부(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형사1단독)는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파견법) 위반죄로 하라노 다케시 전 아사히글라스 대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정재윤 전 지티에스(GTS) 대표 징역 4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아사히글라스와 GTS 법인에도 각 벌금 1,500만 원, 300만 원을 선고했다.(관련 기사=법원, 불법파견 아사히글라스 대표 징역형 선고(‘21.8.11))
당시 재판부는 아사히글라스의 불법파견 근거로 ▲GTS가 작업자 수를 비롯한 작업자 현장 배치, 작업 내용을 독자적으로 결정하지 못했고 ▲GTS가 아사히글라스 외에 다른 업체와 계약을 하거나 다른 사업장에서 업무를 한 적도 없고 ▲아사히글라스와 GTS가 유리 생산이라는 단일한 목적으로 운영됐고 생산 공정 또한 연동된 점 등을 지적했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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