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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 구지면에 위치한 대구 노사평화의 전당은 대중교통으로 가기가 어렵다. 개인 차량을 이용해도 대구 시내에서 1시간 가량 걸린다. 17일 2021년 11월 12일 200억을 들여 건립한 노사평화의 전당을 직접 방문했다.
오후 1시 40분 쯤,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 건물을 지키는 청원경찰이 다가와 “무슨 일로 오셨냐”고 물었다. 전시를 보러 왔다고 하니, 이번엔 노동문화해설사가 다가왔다. 해설사는 일대일로 전시 공간을 곳곳을 안내했다. 2시간 가량 머무르는 동안 전시를 보러 오는 일반 관객은 한 명도 없었다.
썰렁한 노동산업역사관으로 들어서니 먼저 1876년 개항부터 최근까지 산업 동향을 소개하는 산업 역사에 대한 전시가 있다. 그 옆 모니터에는 1980년대 주요 수출품을 묻는 등 관련 퀴즈를 풀어 볼 수 있다. 4차 산업 혁명 등에 대한 전시 뒤엔 ‘산업 발전’의 엔진을 노동자로 소개하며, 노동 역사 부문 전시로 이어졌다. 대구 출생인 전태일에 관한 안내와 그를 상징하는 재봉틀, 관련 영상도 상영되고 있었다. 그 뒤로는 1960~1970년대 봉제공장 노동 환경을 VR로 체험할 수도 있었다.
노동산업역사관을 빠져나오니 또다른 노동문화해설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 교육모의체험관에는 ‘대구사랑 주식회사’라는 가상회사를 통해 직업을 탐구하거나 노동법에 관한 퀴즈, 명함 만들기 등을 할 수 있다. 특히 체험 마지막에는 ‘함께 키우는 회사’라는 2인용 게임도 있다. ‘노동자’와 ‘사용자’ 두 사람이 게임 플레이어로 복지나 임금 등 관련 내용을 동시에 선택하면 회사의 주식이 올라가는 컨셉이다. 체험관의 노동문화해설사는 “노사가 함께 마음을 맞춰야 회사가 성장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김정희 노동문화해설사는 “기존에 이런 전시관이 없어서 찾아오는 분들에게 좋은 정보와 기회가 되고 있다”면서 “평일에는 전시나 체험하시는 분들이 적지만 주말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많다”고 했다. 이날 청소년 노동교육 및 노동체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중앙중학교 학생 30명이 이곳을 견학하고 갔다. 전시회 관람과 청소년 노동인권 및 진로교육, 애니메이션 ‘태일이’를 시청하는 일정이었다. 이전에 350여 명의 중고생이 다녀갔고, 향후 2개 학교 350여 명이 방문 예정이다.
노사평화의 전당은 개관 당시부터 위치 접근성이 좋지 않고, 콘텐츠 부족에 대한 지적을 받아왔다. 개관부터 지난 달까지 매월 방문객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달 방문객은 2,317명인데, 개관 첫 달 363명과 비교해 많이 늘었다. 지난 9월엔 누적 관람객이 10,000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노사평화의 전당은 프로그램 확대와 단체관람 유치, 홍보 등을 통해 관람객 확보에 노력했다.
최상광 대구시 일자리노동정책과 전당 운영 TF팀장은 “매월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기부장터(구지행복마켓)을 부지 내 공터에서 개최하게 하는 등 지역사회와 연계하는 홍보 활동을 펼쳤다”면서 “개관 초와 비교해 노무관리 교육이나 청소년 체험 프로그램, 토크콘서트 등 다양한 콘텐츠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9월 방문자 300여 명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했는데, 97% 정도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면서 “접근성이나 홍보 관련 지적은 저희도 공감하고 극복을 위한 SNS 활용과 프로그램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사평화의 전당은 올해 10월부터는 지역노사 파트너십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지역 8개 업체를 선정해 노사협력 증진 행사 및 교육 비용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교육 관련 프로그램으로 ▲노무관리 ▲노사갈등 예방 교육 ▲청소년 노동교육 및 노동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연구 관련 프로그램으로 ▲원하청 동반성장 협력 프로그램(토론회 등) ▲산업재해 예방안전보전 토크콘서트 ▲일자리토크 콘서트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경북과 광주 노동단체 초청교류 사업도 올 하반기 이뤄졌다. 올해 노사평화의 전당에 약 9억 1천 만원이 책정됐다.
그렇지만 노사평화의 전당 개관 당시부터 지적됐던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정아 민주노총 대구본부 사무처장은 “지역에 실제 정책과 ‘알맹이’는 없는데 건물만 있는 게 대구시가 가진 노동에 대한 빈곤한 철학을 보여준다. 실제 하고 있는 프로그램들 역시 ‘노동’ 측면에서 아쉬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자의 권리, 노사 상생 발전이 노사가 대화하고 싸움을 하지 않으면 이뤄지는 것인가. ‘노사평화’ 이름처럼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접근성 문제도 그렇고, 200억짜리 건물과 매년 수 억 원의 운영비도 대구시의 숙제가 됐다”고 덧붙였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