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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달서구 진천동에 있는 월배신시장에서 가을 축제가 열렸다. 축제는 점심시간 이후부터 저녁까지 다양한 부대 행사와 이벤트가 진행됐고, 무대에서는 여러 공연이 열렸다. 그중 하이라이트는 시장상인들로 이루어진 젬베 동아리의 공연이었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국가사업 첫 단계인 ‘첫걸음 특성화 기반 조성사업’에 선정된 월배신시장은 첫걸음시장 5가지 과제 중 상인조직 역량강화 일환으로 동아리를 구성했다. 사업단은 독특하게도 주로 하는 ‘난타’ 동아리나 ‘풍물’ 동아리가 아닌 아프리카 타악기 젬베를 선택했다. 그래서 7월 중순부터 매주 화, 수 오후 시간에 젬베 수업을 진행했다. 약 4개월 동안 기초 교육부터 공연작품 준비까지 하고 그 결실을 시장 축제 때 멋지게 선보이며 마침표를 찍었다.
상인들은 수업하는 동안 수시로 이 시간이 일상에서 너무나 소중한 시간임을 언급했다. 가게도 맡기고, 맡길 사람이 없으면 심지어 비우면서 거의 결석하는 일 없이 동아리 시간에 참석했다. 동아리 시간이 없는 한 주를 보내는 동안 이 시간이 기다려지고 설렌다고 했다.
“우리가 이 시간 아니었으면 이렇게 서로 얼굴 마주보고 웃고 할 일이 있었겠습니까”
원래도 상인들끼리 친하구나 싶었는데, 젬베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더 친해졌다고 했다. 또 모두 여성들이라 다들 언니, 동생하면서 만나면 웃고, 즐거워한다. 모습이 우리 엄마 연배인데도 귀여움까지 장착하셨다. 추임새를 몇 가지를 알려주었더니 “예바! 야바!”, “아르르르르~~~~~” 얼마나 열심히 하시는지, 연주하면서도 웃긴다고 깔깔깔 넘어간다.
“실제로는 한두 시간 배우는 거지만 우리는 정말 많은 것을 얻어갑니다.”
누군가를 가르치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게 만드는 일은 상당히 많은 에너지를 쓰는 일이다. 그것도 나의 어머니뻘 되는 연배, 악기 경험이 거의 없는 분들을 대상으로 가르치기는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이 ‘일’을 행복하고 감사하게 만들어 주는것은 이런 즐거움의 말, 행복의 공기이다.
평소에도 가게에 앉아 있으면 장단을 두드리고 수업 시간에 알려주고 공연 때도 사용한 “와싸와싸~”(아프리카 말린케족 언어로 아자아자라는 뜻) 하면 “예~~”하고 받는 구호를 평소에도 상인들끼리 사용한다고 했다. 일상의 변화였다. 참여한 상인들은 서로를 챙기고 가족들과 주변 상인들도 그들을 응원해 주었다. 사람들이 모여서 평화를 기원한다는 젬베Djembe의 어원에 부응하도록 이 두드림의 행위는 공동체가 더욱 아름다워지도록 도와주었다.
언젠가부터 생활예술, 생활문화라는 말이 보편화됐다. 시민들이 자발적인 예술 취미활동을 통해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는 취지로 지자체 문화재단에서도 생활문화를 지원하는 정책이 생겨났다. 시민들이 예술을 관람객 입장으로만 접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이뤄 직접 참여하고 실생활 속에 접목해 ‘워라밸’을 달성하는 것은 개인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전문예술인도 그 분야 생활예술인이 많아진다는 것은 우리의 예술을 관심 있게 바라보고 향유할 소비층이 많아진다는 것이기에 반길 일이며, 생활예술 활성화를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서 노력해야 할 일이라 여겨진다.
생활예술의 순기능. 그것은 어느 자료나 논문을 살펴볼 것도 없이 소감문에서 생생하게 알 수 있었다.
이인순 (우정상회) : 바쁜 와중에도 하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는 시간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이타관 (고향과일) : 젬베라는 악기를 처음 접했는데 소리가 너무 좋고 리듬이 생동감이 넘쳤습니다. 젬베 동아리를 하면서 생활의 활력이 넘쳤고 또 다른 생활에서도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삶의 한 부분에 큰 획이 되었습니다.
박외숙 (신바람 도너츠) : 일주일 동안 동아리 시간이 기다려졌습니다. 마음의 힐링도 되고 감사합니다. 동아리팀 파이팅!
신정순 (해원건어물) : 젬베라는 악기를 만나서 정말 일주일이 즐겁고 행복했어요.
조영숙 (우진수산건강원) : 젬베라는 악기가 처음에는 생소하고 과연 할 수 있을까 했지만, 생활에 활력소가 생기고 스트레스도 풀리고 하루종일 기분이 넘쳐 행복했습니다. 젬베 할 수 있게 해주신 월배신시장 회장님 총무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희들에게 큰 희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민정 (웰빙오곡강정) : 동아리를 하면서 서로 데면데면하고 서로 말없이 지냈던 상인분들과 친목이 두터워져서 너무 좋았어요. 즐거운 음악을 함께하면서 더 유하게 변한 거 같아요. 행복했습니다.
이정현 (상인회 매니저) : 상인동아리를 통해 새로운 악기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좋았습니다.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 만들어 갑니다.
이아영 (사업단 주임) : 생소한 악기였지만 이번 기회에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함께 공연까지 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고단했을 우리 어머니들의 일상에 젬베라는 악기가 봄날 처음 맞이하는 꽃 같은 존재였길. 올해가 끝이 아니라 내년에도 꼭 계속 배우고 많이 활용하고 싶으시다는 소망이 이루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