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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일상에서 부딪히는 문제, 정치까지 우리 사회는 다양한 법률 판단이 필요합니다. ‘달콤살벌 최변’은 법적 판단에 대한 시민의 궁금증을 뉴스민이 대신 질문하고, 최주희 변호사가 답변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한 가지씩 구체적 상황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싣습니다. newsmin@newsmin.co.kr로 메일을 보내주시면 대신 질문해드리겠습니다.]
Q.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구에서도 2020년 이태훈 달서구청장이 한 말을 두고 이신자 달서구의원과 “씨부리다” vs “시비걸어가지고”로 맞고소까지 이어진 적이 있습니다. (결국, 증거불충분으로 명예훼손, 무고 모두 무혐의 처분이 됐습니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비속어나 욕설을 사용했을 때 어떤 처벌을 받을 수 있나요? 또, 비속어나 욕설로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안녕하세요 ‘달콤살벌한 최변’ 최주희 변호사입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순방에서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 이후 이동하는 자리에서 나눈 대화의 해석을 두고 비속어 사용으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공개적인 자리에서 비속어 또는 욕설을 사용한 경우 법률적으로는 어떻게 처벌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비속어 또는 욕설은 비슷한 것 같지만 사전적으로는 그 의미가 다릅니다.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욕설은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말. 또는 남을 저주하는 말”을, 비속어는 “예절에 어긋나게 대상을 낮추거나 품위 없이 천한 말”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육두문자 등 욕설보다 한 단계 낮게 상대방을 낮추는 지칭을 하거나 예의 없는 또는 교양 없는 버전의 말을 비속어라고 칭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러한 욕설이나 비속어를 할 때 상대방이 특정되지 않은 채 혼자 길거리에서 하늘을 향해 욕설하는 경우에는 ‘그냥 이상한 사람’ 정도가 될 뿐 그 자체가 곧바로 범죄성립이 되거나 처벌받지는 않습니다. (물론 길거리에서 고성으로 반복하여 욕설이나 비속어를 하여 주위를 시끄럽게 하는 경우에는 경범죄처벌법상 음주소란죄 또는 인근소란죄로 범칙금 처벌을 받을 수는 있습니다).
이와 달리 상대방을 특정하여 비속어나 욕설을 하는 경우에는 그 내용이 구체적인 사실을 담고 있느냐에 따라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로 나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실을 담고 있다면 그것이 진실이든 허위이든 명예훼손죄가 되고, 구체적인 사실 표현 없이 단순히 욕설이나 비속어로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표현을 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가 성립되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모욕죄에 해당하는 모욕이라 함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인데요, 욕설의 경우 앞에서 살펴본 사전적 의미에서 나타나듯이 그 자체로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말”을 하는 것이 되어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욕설까지는 아니더라도 예절에 어긋나게 상대방을 낮추거나 품위 없는 천한 말인 비속어를 하는 경우 모욕죄가 성립할까요?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감사를 맡은 A씨가 아파트 관리소장인 B씨와 언쟁을 하던 중 “야, 이따위로 일할래”라고 하자 나이가 더 많은 관리소장 B씨는 “나이가 몇 살인데 반말을 하느냐”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A씨는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나이 처먹은게 무슨 자랑이냐”고 답변했고, “나이 처먹은게 무슨 자량이냐”는 말이 문제가 되어 모욕죄로 소송을 하게 되었는데요, 이에 대해 대법원은 “어떠한 표현이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 아니라면 설령 그 표현이 다소 무례한 방법으로 표시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대법원 2015. 9. 10.선고 2015도2229판결).
한편 모욕죄에 해당할만한 발언을 했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경우, 즉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의 사회윤리 또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인 경우에는 모욕적인 행동이더라도 위법성이 없어 범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방송국 홈페이지의 시청자 의견란에 이미 방송된 프로그램에 나타난 기본적인 사실을 전제로 한 뒤, 사연의 주인공에 대해 모욕적인 글을 작성ㆍ게시함으로써 공연히 피해자를 모욕하였다고 기소된 사건에서, 해당 표현은 상당히 모욕적인 언사이기는 하나, 이미 방송된 프로그램에 나타난 기본적인 사실을 전제로 한 뒤, 그 사실관계나 이를 둘러싼 문제에 관한 자신의 판단과 나아가 이러한 경우에 피해자가 취한 태도와 주장한 내용이 합당한가 하는 점에 대하여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피해자에게 자신의 의견에 대한 반박이나 반론을 구하면서, 자신의 판단과 의견의 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그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아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도3972 판결).
이처럼 욕설이 아닌 비속어나 비꼬는 표현으로 상대방의 사회적 가치를 저하할 만한 표현인 경우에도, 표현의 내용은 전체적인 문맥과 맥락 속에서 파악해야 하는 것이지, 그중 문제되는 일부만을 발췌하여 그 부분만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며, 그 의견의 표현에 있어 부분적으로 부적절하고 과도한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므로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수준이라면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럼 다시 돌아와 정리하면, 공개된 장소에서 누군가를 지칭하여 욕설을 하는 경우에는 그 자체로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으므로 모욕죄가 성립하고, 비속어나 비꼬는 말 등을 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만한 표현인지 나아가 해당 발언이 전체 맥락과 상황에 비추어 사회적으로 용인될만한 수준인지에 따라 모욕죄의 성립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이번 논란이 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어떠할까요. 해당 발언은 크게 “국회 이 새끼들이 이거 승인안해주(면)” 이라는 국회에 대한 부분과 정확한 발음이 확인되지 않는 “(바이든/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의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럼 앞부분 국회에 관련한 부분은 국회에 대해 ‘이 새끼들’이라는 욕설 내지는 비속어를 사용하여 상대방을 지칭한 것이어서 모욕죄가 성립할 여지도 있습니다.
그러나 뒷부분 표현, 국교참사라고까지 일컫는 해당 부분은 바이든이 쪽팔리든, 날려서 쪽팔리든 이 부분이 욕설이 아닌 점은 명백하므로 어디까지나 비속어에 해당하지만 국가정상회담으로 안건을 협의하였는데 정작 국내에서 이를 승인하지 않는 경우 창피하다의 비속어 표현인 쪽팔리다는 표현을 하는 것은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범위 내의 표현이라 할 것입니다.
물론 한 나라의 수장이 되도록 비속어나 욕설은 입에 담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대통령도 사람인지라 사회상규상 통념 범위 내에서 웃으며 지인들과 비속어 정도는 사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달콤살벌한 최변 개인적으로는 ‘바이든’도 ‘날리든’도 아닌 ‘나 이거’로 들렸는데요. 바이든이든 날리든이든 나이거이든, 공개석상도 아니고 정상회담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수행원들과 이동하는 길목에서 웃으며 한 이야기를 두고 국교참사이니 뭐니 하며 온갖 정당과 언론이 이 한 마디에 매달려 MR제거, 음성분석까지 해가며 일주일 넘는 시간 동안 정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피로함과 함께 우리나라 정치의 수준이 아직도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정감사와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들은 나날이 오르는 물가와 전기세, 금리 불안정 등으로 하루하루 생계가 고달픈 상황에서 국민을 대신해 나라의 운영을 해달라고 믿고 맡긴 정치인들은 세월호 사태에나 준하는 ‘비참하고 끔찍한 일’이라는 ‘참사’라는 자극적인 용어까지 들먹이며 유권자인 민생현안의 검토는 뒷전으로 한 채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를 보고 있자니 그야말로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벼드는 꼴’이 아닌가 싶은데요,
여기서 퀴즈! 저는 지금 정치의 현실에 대해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벼드는 꼴’이라는 어쩌면 어느 정당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수도 있는 표현을 하였는데요, 그렇다면 이건 모욕죄에 해당할까요? 이번엔 여러분이 맞춰보세요^^
이상 달콤살벌한 최변 최주희 변호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