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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지방하천 냉천이 범람해 침수 피해를 입은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두고 정치권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포스코 경영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포항제철소 부지를 방문해 사고 원인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대한민국 대표 제철소가 예고된 태풍에 철저히 대응하지 못하고 1973년 창립 이래 50년 만에 셧다운된 점은 분명히 그 원인을 파악하고 재발을 방지해야 할 사안”이라며 “대비책 마련에 소홀한 것이 드러난다면 경영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침수 피해를 두고 포스코 경영진 책임에 무게를 둔 발언이다.
여당에서 포스코 경영진 책임론이 언급된 후, 18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으로 꾸려진 ‘포항 침수 피해 점검·지원 대책단’이 포스코 침수 피해 현장을 방문했다.
오후 3시 대책단 소속 김한정, 김용민, 김정호, 양이원영, 이용선, 이장섭(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오영환(행정안전위원회), 최인호(국토교통위원회), 진성준(환경노동위원회) 국회의원은 포스코 본사에서 피해 현황 브리핑을 받았다. 브리핑은 이백희 포항제철소장, 천시열 공정품질부소장이 진행했다.
포스코 측은 브리핑에 앞서 먼저 태풍 힌남노로 인한 냉천 범람과 이에 따른 피해와 관련한 <MBC> 보도를 먼저 상영했다. 해당 보도는 하천 정비사업 등으로 인한 강폭이 좁아진 문제 등을 이번 하천 범람의 원인으로 분석하는 대목이 주된 내용이다.
포스코는 태풍 대비에 역대 최초로 조업을 중단하는 등 가능한 대처에 충실했다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힌남노보다 강우량과 풍속이 강한 태풍 예니(1998년) 당시에도 침수 피해는 없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침수 피해 원인으로 포항시 등 다른 관련 기관의 책임을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고, 관련 질문에서도 언급은 피했다. 대책단에서 ‘하천 정비 사업이나 인공 고수부지 사업이 이번 하천 범람 원인이 아니었나’는 질문이 나오자 포스코는 “그것과 관련해서는 말씀드리기가 어렵다”라고 답했다.
오영환 의원은 “(포스코가) 이미 냉천이 하류로 오면서 폭이 좁아져서 범람한 걸로 암시하는 영상을 보여주셨다. 저희도 현장에 가서 확인해보니 여러 가지 짐작이 가는 부분이 있다”며 “하류로 갈수록 강폭이 좁아지고, 과거보다 비가 덜 왔는데도 범람할 수밖에 없었던 인위적 변경이 가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다”고 짚었다.
이날 브리핑에서 대책단은 범람 원인으로 하천 정비 사업 외에도 1970년대 포스코 부지 확보를 위해 냉천의 방향을 급격하게 수정하는 ‘도강사업’의 영향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천시열 공정품질부소장은 “가동 이래 처음 맞는 초유의 상황에서 경상북도, 포항시, 산업부, 환경부, 국방부 등 부처와 의원님들, 국민께서 헌신적으로 지원해 복구 중”이라며 “사고가 나 대단히 송구하다. 국가 경제에 제철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느끼는 계기가 됐고, 12월 조기 정상화로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브리핑 종료 후 민주당 의원들은 포스코 침수 피해 현장 시찰에 나섰다. 오후 4시, 시찰 후 돌아온 김한정 국회의원은 기자 브리핑을 통해 “직접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참혹하다. 열연과 압연 공장 복구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며 “이번 수해 피해를 계기로 국가기간산업을 비롯한 주요 산업기지가 재난에 대비한 항구적 태세를 갖출 수 있도록 우리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리핑에선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최정우 회장을 감싸주려고 하천 정비사업 문제에 관심을 둔다는 얘기가 있다”는 질문도 나왔다. 최정우 현 포스코 회장은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선임됐다.
김한정 의원은 “재난 원인 규명은 시간이 걸릴 거 같다. 종합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가 따라야 한다. 지금 급한 것은 재난 복구이고 포항 시민의 생활 터전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