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이후 7년, 그 흔적이 조금씩 흐려져 간다. 불길에 휩싸인 곳은 공원과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서게 됐다. 희미해지는 흔적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그날의 일을 되새기는 사람들이 있다. 용산참사 유가족이다.
사람 여섯이 죽었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참사의 원인은 무엇인가. 참사 이후 변한 것은 무엇인가. 그들은 숱한 질문을 던졌다. 아직도 답을 듣지 못했다.
용산참사를 지우고 싶은 이도 있다. 김석기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이다. 그는 20대 총선에서 경주에 출마해 유력한 당선자로 꼽히고 있다. 그에게 용산참사는 “정당한 법 집행”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사과는 없었다.
유가족 이충연(43), 정영신(42) 씨는 4월 10일, 김석기 후보를 다시 찾았다. 김석기 후보의 낙선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또 한 번 경주 시민들에게 “용산참사를 잊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경주를 세 번째 찾았지만, 김 후보를 먼발치에서도 보지 못한 이들. 김 후보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7년의 세월을 보내고 다시 김 후보 앞에 선 마음은 어떨까.
오랫동안의 힘든 싸움일 것입니다. 다시 경주에 오신 심정은 어떻습니까
정영신 나는 아직 김석기를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요. 지난 총선 때 어머니들(참사 유가족)이 김석기를 유세현장에서 마주쳤어요. 그런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소리칠 수도 없었어요. 묻고 싶은 것도 당연히 못 물어봤지요. 이번에 경주에 오면 혹시라도 김석기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어요. 솔직히 만나면 무슨 말을 할지 모르겠어요. 정작 만나면 허망할지도 모르겠네요.
이충연 김석기를 본다면 개인적인 감정이 없을 수는 없을 겁니다. 내 아버지를 죽인 진압의 명령자니까요. 하지만 돌아가신 분들이 바라는 세상은, 개발 지역에서 쫓겨나는 사람이 없고 국가 폭력으로 돌아가시는 분들이 없는 세상일 겁니다. 그게 내 감정보다 중요합니다. 우리는 나라의 잘못된 개발 정책을 바꾸고 우리 같은 철거민이 생기지 않는 변화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김석기 후보를 만난다면 무엇을 묻고 싶나요?
정영신?권력에 눈이 멀었을지라도 사람일 텐데. 왜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묻고 싶어요. 정말 손톱만큼도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지. 용산참사에 조금도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싶네요. 철거민이 자기 안전을 생각하지 않았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날 사망한 경찰특공대의 안전조차도 무시하면서까지 진압해야 했나요? 무엇을 위해? 그걸 묻고 싶어요.
김석기는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6명이 죽었어요.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어요. 아무도 죄를 인정하지 않았어요. 심지어 본인 부하도 못 지켰어요. 그런데 “국민을 지켰다”고 말해요. 그런 사람은 권력을 가지면 안 돼요. 돌아가신 분들이 명예회복 하는 길은 김석기가 법의 심판을 받는 길밖에 없어요.
용산참사 이후 참사가 많았어요. 그런데 그 참사들이 용산과 다른 게 뭔가요? 물대포 때문에 사경을 헤매는 백남기 어르신을 보세요. 어느 누가 책임지나요. 책임자를 심판하는 것이 더 이상 용산참사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 출발점입니다.?지치고 힘듭니다. 너무도 높은 벽이에요. 그래도 참사는 대물림될 겁니다. 우리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포기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충연?공직에 오를 때마다 사죄를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고소고발이에요. 아직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요. 우리가 일반 시민들한테 화염병을 던지고 교통을 방해했다고요? 거짓말이에요. 당시 도로 상황 데이터도 있고 증언도 있어요. 그자의 말에는 사실이 없습니다. 매 순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거짓말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자가 더 큰 권력을 잡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김석기에게 듣고 싶은 말은 없습니다. 7년 동안 사죄하라고 얘기했으니까요. 이제 본인이 사죄하는 길은 참사 진실이 밝혀지고 나서 감옥에 가는 길밖에 없습니다. 정말 죄를 뉘우친다면 자숙하고 살아야?하는데, 권력만 좇고 있습니다. 그런 자에게 무슨 말을 듣고 싶겠습니까.
정영신?그러질 않길 바라지만, 김석기가 국회의원이 된다면 우리는 또 다른 싸움을 준비할 겁니다. 끝까지 할 겁니다. 국회의원 되면 앞으로 국회는 잘 안 가겠죠. 마주치면 멱살?잡을까 봐(웃음). 남은 선거 기간이라도 기적을 바랍니다. 그 심정으로 경주 시민에게 호소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