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남열사 41주기 행사위원회는 9일 대구 경북대학교 여정남 공원에서 ‘4.9 통일열사 여정남 정신계승, 2016 사월에 피는 꽃’ 추모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2008년 경북대에 여정남 공원을 조성하고, 추모 행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경북대 교수회도 참여했다.
윤재석 경북대 교수회 의장은 “늦었지만, 다시 한 번 유가족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스승의 입장에서 학생 여러분들에게도 그간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참회의 말씀을 드린다”며 “여정남 열사의 정신을 잇는데 앞으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41년 전 4월 9일 새벽 4시 여정남, 도예종, 서도원, 송상진 등 8명은 간첩 누명을 쓰고 목숨을 잃었다. 법원은 이들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 지 18시간 만에 속전속결로 사형을 집행했다.
국내외 법조계는 이날을 ‘사법사상의 암흑의 날’로 규정하고, 이날 집행된 사형을 ‘사법살인’으로 부른다. 2007년 재심을 통해 무죄로 결론 나면서 모두에게 쓰인 간첩이란 멍에는 거짓임이 밝혀졌다.
여정남기념사업회, 경북대 총학생회 등 22개 단체는 그동안 꾸준히 인혁당 사건을 알리고, 희생자 추모 사업을 이어왔다. 이날도 희생자들이 묻힌 경북 칠곡 현대공원에서 추모제를 지내고 오후 2시부터는 경북대 여정남 공원에서 추모행사를 진행했다. 행사에는 경북대 학생, 유가족 등을 포함해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현세 여정남기념사업회장은 “여정남 선배가 가신 지 41년이 지난 지금도 민주주의는 활짝 꽃피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의 가치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아직 정치는 국민을 외면하고 권력은 국민 위에 군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민주주의는 일상의 공동체성을 복원하는 것과 함께 가야 한다”며 “타인의 삶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더 나은 사회로 가는 우리의 구체적 노력이다. 여정남 선배가 살아계셨다면 곳곳의 사람들과 손을 움켜잡고 어깨동무하며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처음 행사에 참여한 경북대 교수회는 지속적인 동참을 약속하고, 추모 사업 참여가 늦은 점에 대해 사과했다.
윤재석 경북대 교수회 의장은 “그분(여정남)이 희망을 가지고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바로 이 복현의 동산에서 과연 저희 교수들은 그분을 위해 무엇을 했나 하는 참담함을 가지고 있다”며 “올해 처음 공식적으로 추모제에 참여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논란도 없지 않았지만, 이제는 저희 교수회를 비롯해 1,200명 교수님들도 4.9제에 적극 참여하고자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