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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방영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주인공 염미정은 구 씨에게 말한다. “나를 추앙해요”. 김요한 전 대구시 청년정책과장은 높이 받들어 우러러본다는, 드라마 속에선 조건 없는 지지를 뜻하는 이 단어가 지금의 청년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청년의 내일을 여는 정책노트’라는 다소 딱딱한 이름을 가질 뻔한 한 그의 책은 그렇게 <청년의 내일을 여는 해방일지>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김요한 전 과장은 2017년 5월 개방형 직위로 대구시 청년정책과장에 임용돼 5년간 청년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했다. 지난 7월 25일 출간된 그의 책에는 그간의 고민과 정책들, 그리고 청년의 목소리가 담겼다. (관련기사=대구 청년 정책 현장 기록, ‘청년의 내일을 여는 해방일지’ 출간 (‘22.07.26))
책을 출간한 뒤 강연과 인터뷰를 다니며 퇴직 전 만큼이나 바쁘게 보내고 있는 김 전 과장을 7일 오후 2시 대구시 청년센터 상담공간 ‘공감그래’에서 만났다. 책을 바탕으로 대구시 청년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묻자 김 전 과장은 “기회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 고민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Q. 책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사회적 의무감으로 썼다. 청년 문제는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하는데 어떤 사람은 청년 유출 문제만, 어떤 사람은 청년 주거 문제만 말한다. 청년 개개인의 삶 안에서 총체적으로 전개되는 사회적 관계를 통해 정책을 고민했던 경험을 책에 담았다.
Q. 지난 5년간 여러 청년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했다. 현금성 지원과 서비스 지원 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느꼈나?
대표적인 현금성 지원으로는 청년수당, 청년도약계좌가 있다. 바우처나 쿠폰 형태로 지급되는 것도 현금성 지원에 속한다. 서비스 지원에는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지원, 교육 등이 있다. 서울시 청년수당을 두고 물고기를 나눠줄 것인가,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줄 것인가에 대한 논쟁도 있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둘은 동시에 가야 한다.
펌프질로 비유할 수 있다. 물이 올라올 수 있도록 붓는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게 현금성 지원이다. 젊은 세대는 잘 모르겠지만 마중물은 아래로 내려가 우물 밑에 고여 있는 물을 가지고 함께 올라오는 역할을 한다. 현금성 지원 정책의 본질은 청년에게 그 시간을 주는 것이다. 현금성 지원의 대표격인 서울시 청년수당이 대구에선 ‘사회진입 활동 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다.
Q. 청년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변화를 거쳤다. 과거에 비해선 공감대가 많이 형성된 것 같다.
예전에는 ‘청년이 나라 걱정을 해야지, 나라가 청년 걱정을 하냐’고 말할 정도로 청년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에 기성세대가 공감을 못했다. 청년정책과장으로 임기를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타 부서 과장, 국장님을 찾아가 인사하며 청년 정책의 필요성부터 설득했다. 이해를 못 하면 자녀 이야기를 꺼냈다. 대부분 취업이든 주거든 고민거리가 있었다. 자녀 탓이라고 생각했던 그 고민이 사회적 문제임을 설명하면 공감하고 고민을 나눠 주었다.
다음엔 내부에서부터 청년 문제가 아닌 ‘청년이 겪는 사회적 문제’라고 명명했다. 언어가 관점을 고착화시키기 때문에 청년 당사자에게 결격 사유가 있다고 받아들여지는 ‘청년 문제’라는 이름이 잘못됐다고 봤다. 그다음은 정책이었다. 임기 첫해 예산안을 봤을 땐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모두 청년 정책으로 들어와 있었다. 예산은 많은데 실제 청년들의 고민이 정책에 담겨 있지 않았다. 여기에서 시작해 하나씩 바꿔갔다.
Q. 같은 청년의 범주에 속하지만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인식 차이가 크다. 단적으론 직업으로서 공무원을 바라보는 관점 차가 있다. 지금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밀레니얼 세대는 공무원시험 경쟁률이 하늘을 찌르는 시대를 보냈다. 반면 Z세대 사이에선 경쟁률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이런 빠른 변화를 정책에 담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청년 정책을 기획할 땐 세대론을 통해 숲을 보기도 해야 하지만, 섬세하게 나무에 해당하는 개별 사례를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모든 지자체의 청년 정책은 노인 정책에 비해 예산은 작지만 개수가 많다. 청년정책과가 공무원 사이에선 근무 기피 부서인 이유이기도 하다.
책에 강조했 듯 중요한 건 소통이다. ‘스몰 트라이앵글’이라 표현한 청년, 대구시, 청년센터 간 회의를 100번 넘게 진행하며 신뢰를 구축했다. 다음엔 광범위한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청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라운드 테이블 ‘공감토크’를 여는 식으로 논의를 확장해 갔다.
Q. ‘대구’라는 지역성을 담은 정책도 있나?
대구만의 특성이 있다기보단,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정책 차이가 있다. 바로 ‘로컬성’이다. 청년 정책을 처음 시작한 서울은 굳이 로컬성을 강조할 필요가 없다. 일자리, 주거 등 개별 사안의 지원만 고민해도 되는 환경이다. 이처럼 수도권이 좁은 의미의 청년 지원 중심으로 정책이 꾸려졌다면, 청년 유출 문제가 심각한 비수도권은 로컬과 연결하지 않는 청년 정책 집행이 의미가 없다. 청년들이 지역의 자원을 이용하고 스스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도록 연결해 주는 것이 모든 정책의 기본이었다.
Q. 지금 청년세대의 주요 화두는 ‘격차’다. 이를 정책으로 풀어나갈 수 있을까?
중요한 질문이다. 양극화는 점점 심화되고 있다. 몇 년 전 중앙의 청년정책조정위원회 구성원이 대구에 와서 토론을 한 뒤 ‘이중격차가 있다’며 놀란 적이 있다. 지역의 청년들은 계급 격차에 더해 수도권, 비수도권 간 기회의 격차까지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중격차를 세분화하면 흔히 금수저, 흙수저라 부르는 부모 자산에 따른 격차까지 있다.
불공정성을 해결하기 위해선 결국 기회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저소득층 청년을 위해 청년도약계좌와 같이 최소한의 자산을 모아주는 것도 물론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청년 개개인의 맞춤형 기회를 국가, 사회가 보장해주는 것, 그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봤다.
그 결과물이 현재 대구시가 시범사업으로 운영 중인 ‘대구청년 꿈꾸는대로 응원펀딩, 드리밍 대구’다. 청년들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기획, 실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업이다. 추후엔 일반 시민과 기업이 펀딩으로 지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Q. 청년정책을 고민한 지난 5년, 스스로 변화한 부분이 있다면?
대구시 청년정책과에 오기 전, 대구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에 있을 땐 주로 산업 정책을 들여다봤다. 대구의 미래자동차, 로봇 산업의 미래를 고민하고 중소기업 육성 정책을 만들었다. 그것도 의미 있고 보람된 일이었지만 청년 정책을 다루면서 ‘사람 관점의 정책’을 깊이 이해하게 됐다. 사회 전반의 모든 문제를 청년 세대가 집약해서 겪고 있다는 걸 느끼곤 정책을 좀 더 입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게 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도 다양한 청년을 많이 만나고 인연을 맺게 된 좋은 기회였다.
Q. 민선 8기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5년간 닦아둔 청년 정책이라는 모종판을 잘 다듬고 예산을 스케일업 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모델을 만들어놨으니 이를 잘 관리하고 운영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자리에서 내려왔다. 욕심을 낸다면 청년 인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나갔으면 좋겠다. 청년과 지역 공동체 간 연결고리를 만들어 투자해야 그들이 대구에 남고, 혹은 떠나더라도 돌아올 것이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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