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가 말하는 탈시설···대구 장애인 탈시설 증언대회

제4회 대구지역 장애인 탈시설 증언대회 '삶, 그 발걸음을 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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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오래 생활하다 탈시설 한 장애인들이 스스로 탈시설에 대해 이야기하는 ‘탈시설 증언대회’가 열렸다.

5일 오후 3시부터 대구경북디자인진흥원에서 열린 제4회 대구지역 장애인 탈시설 증언대회 ‘삶, 그 발걸음을 남기다’는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나로장애인자립생활주택지원센터 주최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5일 제4회 대구지역 장애인 탈시설 증언대회 ‘삶, 그 발걸음을 남기다’가 열렸다.

증언대회에는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최소 10년부터 최대 37년 동안 거주하다가 탈시설 후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하고 있는 탈시설 당사자 6명의 발표가 진행됐다. 이외에도 장애인 당사자들이 꾸린 자조 모임인 연극, 난타 등 공연도 이어졌다.

달성군 한사랑마을에서 10년간 거주하다가 탈시설해 자립생활 14개월 차에 접어든 이묘년(45) 씨는,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생활할 때 장점도 있었지만 공동생활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서 결국 탈시설을 결심하게 됐다고 증언했다.

이 씨는 “시설에 들어가니 한 방에 여자 10명이 썼다. 시설에 있을 때는 잘 나오지 못하고,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다. 항상 조를 짜서 다녀야 했다. 생일날 시설에 나와서 쇼핑도 하고 밥도 먹었더니 좋았다”며 “혼자 살 수 있어서 좋다. 필요한 것을 할 수 있고, 맛있는 것도 사 먹을 수 있다. 돈 모아서 좋은 집으로 이사도 가고 싶다. 지금은 마음대로 나와서 시장도 갈 수 있고, 친구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도대성(시설 거주 37년), 배상곤(시설 거주 21년), 채관우(시설 거주 21년), 손정애(시설 거주 19년), 김혜전(시설 거주 11년) 씨의 증언도 이어졌다.

증언대회 주최 측은 “보건복지부 탈시설 로드맵 발표 후 1년이 됐지만 탈시설 장애인 거주지원 방안은 없고 장애인 탈시설 관련 법도 진척이 없다”며 “탈시설 자립생활의 현실적 한계와 어려움이 있지만, 그 근간을 마련하는 발걸음을 이어가고자 당사자들의 경험을 이야기한다”고 밝혔다.

이날 증언대회에서는 전은애 함께하는 장애인부모회 회장,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 윤석준 대구 동구청장, 류규하 대구 중구청장이 영상으로 축사를 전했다.

전은애 회장은 “시설에서 살다가 지역에서 살게 되면 힘든 점도 있지만, 열심히 살아내는 분들을 보면서 지금도 시설에서 사는 분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꿈도 가질 수 있다”며 “지역사회에서 좋은 이웃과 동료들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 되기를 응원한다”고 전했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장애인을 돌봄이 필요한 힘든 존재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당사자가 더욱 힘을 내야 한다. 여러분들이 시설 중심 정책의 아픔을 증언하고 지역사회 변화를 이끄는 주역”이라고 말했다.

윤석준 대구 동구청장은 “여러분들의 노력 덕에 우리 지역사회에도 탈시설이라는 씨앗이 뿌리내렸다”며 “동구는 대구에서 가장 많은 자립생활주택을 확보하고 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분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동구도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류규하 대구 중구청장은 “여러분들의 증언이 탈시설을 계획하는 많은 장애인에게 큰 용기와 위로가 될 것”이라며 “장애인과 지역 주민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구정에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