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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하러 다니다 보면 여러 연령층의 관객을 만나게 된다. 평소에 보기 어려운 이색적인 패턴의 의상과 처음 접해보는 서아프리카 타악기와 춤이 관객에게 다소 생소할 수는 있겠으나, 뱃속에 태아로 존재할 때부터 들었던 엄마의 심장박동 소리로 인해 연령을 떠나 금세 북소리를 받아들이고, 누구나 내면에 흥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그것을 그대로 느끼고 몸으로 표현한다. 아이들을 보면 정말 신기하다. 아무도 알려 주지 않아도 북소리에 반응한다. 무릎과 엉덩이를 아래위로 들썩이며 춤을 추고, 때론 무대 가까이 난입하기도 한다. 그때부터 부모는 난처해하며 아이를 잡아, 자리에 앉히거나 진정시킨다.
사실 부모는 내 아이가 난생처음 보는 공연에 들썩이는 모습이 귀엽고, 신기하고 재밌을 것이다. 근데 그것이 민폐가 될까 봐 질서를 헤칠까 봐 자제시키는 것이다. 아이들은 앞으로 수많은 규율과 질서를 배우고 사회 속에서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얼마나 많이 배울까. 물론 사회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긴 하지만 이 아이들의 자유로움과 해맑음이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리 공연을 볼 때만큼은 느끼는 그대로 자유롭게 내버려 두라고 얘기해 준다. 나 또한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가족모임, 친구모임에 가면 그렇게 안 빠지고 나가서 춤을 췄다는데. 그런 나는 어디 갔단 말인지… 그래도 우리 민족이 노는 데는 어디 내놔도 안 빠지는 흥 많은 민족인데 내가 본 아프리카 지역 사람들은 우리의 노는 문화와 다른 특징을 지녔다. 그건 꽤 흥미롭다.
서아프리카 기니로 악기여행을 갔을 때다. 마을에서 결혼식 파티를 보러 간 적이 있는데 정작 신부, 신랑 얼굴은 구경도 못하고 하객들과 구경꾼(나 같이 신랑신부와 상관없는 사람들)이 북치고 춤추고 노는 것만 몇 시간을 보고 왔다. 그곳에 있는 기간에 내 생일이 있어서 캠프장에서 생일파티를 열어 주었는데 생일 당사자인 나는 별로 안중에 없고, 몇 시간을 북치고 춤추고 자기들이 놀기 바빴다.
현지에서 뿐만이 아니었다. 한번은 원따나라가 대구에 거주하는 서아프리카 출신의 난민여성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한 적이 있다. 그때도 시작할 때만 마련해 놓은 자리에 앉아 있었고, 공연하는 내내 자기들이 춤추고 즐기느라 정작 공연하는 우리는 안중에 없던 모습이 정말 신선한 문화 충격이자 그 모습이 너무나 즐거웠고, 함께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그들에게 결혼식은, 생일은, 공연은, 그저 본인들이 놀려는 핑곗거리이자 수단처럼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런 문화가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부럽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고 SNS로 너무 즐거워서 춤추고 싶었지만, 좀 부끄러워서 마음껏 즐기지 못해 아쉬웠다는 어느 중학생이 보낸 메시지가 고마우면서도 짠한 마음이 드는 것이 다음에 또 기회가 있다면 꼭 용기를 내길. 아니, 용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즐거움을 드러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 되길… 누구에게나 마음 속 깊은 곳에 가지고 있는 자유와 해방, 아프리카를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