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 낀 낙동강, 시꺼먼 흙더미 사이 붉은 깔따구 서식지로

환경운동연합 등 2박 3일 낙동강 녹조 현황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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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은 초록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일렁였다. 초록색 입자 알갱이도 떠다녔다. 강 바닥에서 흙을 떠올리니 4급수에 사는 실지렁이와 깔따구가 나왔다. 환경단체들은 녹조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대구 시민 상당수가 먹는 수돗물 원수인 낙동강 수질을 걱정했다.

환경단체들은 지난 4일부터 2박 3일간 부산 낙동강 하구둑에서 상류인 영주댐까지 낙동강 주요 지점에서 채수‧채토를 진행했다. ‘낙동강 국민체감 녹조현장 조사’는 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환경운동연합·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비례) 공동주최로 진행됐다.

▲ 지난 5일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이 ‘낙동강 국민체감 녹조현장 조사’의 일환으로 합천 창녕보에서 채수를 하고 있다. 강물이 녹조로 녹색빛을 띄고 있다.

조사 둘째 날인 5일 낙동강 중류 지역인 합천 창녕보에서부터 낙동강 레포츠밸리, 달성보 선착장, 화원유원지, 매곡취수장 건너편, 상주대교 하단 등 주요 지점을 <뉴스민>이 동행 취재했다. 이날 주요 코스는 대구와 가까운 낙동강 지류 지점들이다. 현장 조사단은 각 지점에서 물과 흙을 채취해 병과 지퍼백으로 옮겨 담았다. 채취된 물과 흙은 부경대 이승준(식품영양학) 교수팀이 마이크로시스틴 등 독성물질 정밀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사단은 삽을 이용해 강바닥에서 퇴적토를 퍼올렸다. 퇴적토 더미에서 실지렁이나 붉은깔따구를 손으로 일일이 가려냈다. 깔따구는 주로 유충 형태로 발견됐다. 한번 삽을 퍼낼 때마다 한 마리 꼴로 나왔다. 흙 상태는 조금씩 달랐지만 나오는 실지렁이·붉은깔따구의 비율은 비슷했다. 실지렁이나 깔따구는 모두 붉은색이어서 비슷하게 보였으나 길이와 굵기가 달랐다. 이날 방문한 모든 지점에서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를 볼 수 있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달성군 낙동강 레포츠밸리에서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가 담긴 접시를 들고, “4급수 지표 생물이 강정고령보와 심지어 상주호까지 발견되고 있다. 낙동강 전역이 4급수로 전락했다는 이야기다. 강바닥 생태계가 완전 망가졌다”고 했다.

특히 달성보 인근 채토 작업에서 나온 흙은 점성이 많았고, 냄새도 더 심했다. 앞서 합천 창녕보와 낙동강 레포츠밸리에선 흙을 파헤치고 마스크를 내려야 느껴지던 냄새가 마스크를 그대로 쓰고 가까이 가지않아도 느껴졌다. 곽상수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은 “시궁창 냄새가 코를 찌르지 않냐”면서 강물이 흐르지 않아서 모래가 정체되니까 이렇게 까맣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5일 달성보 선착장에서 채토한 흙에서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 등이 나왔다

녹조 역시 상·하류 할 것 없이 비슷했다. 곽상수 위원장은 “상·하류라는 위치 보다 수온이나 바람, 비 등 날씨 등에 더 영향이 크다”며 “오늘 둘러본 곳은 어디가 더 낫다, 심각하다 할것없이 모두 녹조 상황이 비슷하다. 물이 흐르지 않고 고인 것이 어디에나 비슷한 상황아닌가”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녹조 원인을 고인 물로 지적하면서 낙동강 수문 개방을 강조하고 있다.

경남 합천창녕보에서 대구 달성군 구지면 낙동강 레포츠 밸리 사이로 이동하는 중간에 ‘4대강 국토종주 자전거길’이라는 표지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매끄러운 자전거길 위로 제대로 복장을 갖춰입고 자전거를 타는 라이더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수상레저센터와 오토캠핑장이 있는 낙동강 레포츠 밸리에서는 야외스포츠를 즐기는 이들도 간간이 보였다. 달성군 화원유원지에서도 다리 밑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도 보였다. 정수근 국장은 “레저활동을 하면서 자연히 물을 먹게되는데 그것 자체로도 문제지만 마이크로시스틴은 에어로졸(액체 미립자) 형태로 공기 중으로도 인체에 들어갈 수 있다”며 “야외활동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사단장을 맡은 박창근 대한하천학회장(카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은 “원수가 오염됐다고 지적하면 정부는 정수장들의 고도정수 체계가 잘 되어 있다고 말한다. 고도정수체계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사의 구호인 ‘강이 아프면 사람이 아프다’는 말을 많은 도시인이 경청해야 한다. 강이 아프면 그 안의 수많은 독소들이 여러 자연 생태계를 따라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시민들에게 안전한 물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