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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형복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문학이론서 <나는 태양 때문에 그를 죽였다>(학이사, 2022)를 출간했다. 법문학에 대한 설명과 함께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부터 이언 매큐언의 2014년 작 ‘칠드런 액트’까지 총 8편의 문학 속에서 법적 다툼이 가능한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다. 법정필화사건을 다룬 ‘법정에 선 문학'(한티재, 2016)에 이은 두 번째 법문학 책이다.
시인이자 법학자인 채 교수는 책 서문에서 “법적 정의는 법학이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이자 목적이고, 시적 정의는 문학과 예술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말한다. 감성의 눈으로 문학작품을 읽고 시적 정의의 관점에서 세밀하게 분석함으로써 이성법학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법적 정의를 달성할 수 있다고 믿었다”며 ‘이성법학에서 감성법학으로! 법적 정의에서 시적 정의로!’가 법문학을 연구하는 모토라고 말했다.
책은 우선 저자의 용어 가운데 ‘법문학’, ‘시적 정의’처럼 독자에게 낯선 것들을 설명한다. 채형복은 그가 강조한 ‘시적 정의’가 미국 시카고 대학의 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이 지은 동명의 책 제목인 것을 밝히면서 ‘법적 정의에서 시적 정의로’ 이행을 역설한다. 책 ‘시적 정의’의 부제는 ‘문학적 상상력과 공적인 삶’이다. 마사 누스바움은 “공적 상상력으로서 문학적 상상력의 특징들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 상상력은 재판관들이 판결을 내리고, 입법자들이 법을 제정하며, 정책 입안자들이 다양한 인간의 삶의 질을 측정하는데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문학적 상상력을 설명했다.
첫 번째는 소포클레스의 책 ‘안티고네'(B.C. 441년), 제목은 ‘왕의 권리가 내 권리를 가로막을 수는 없어’이다. 같은 저자의 ‘오이디푸스왕’을 배경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다. 저자는 “안티고네와 크레온은 ‘거룩한 법’인 ‘신의 법’ 혹은 ‘하늘의 법’과 ‘왕의 법’이자 ‘국가의 법’인 ‘인간의 법’과 ‘땅의 법’, 그리고 ‘도시의 법’을 둘러싸고 격렬하게 대립하고 충돌한다. 칙령의 위반 여부에 대해 나누는 두 사람의 논쟁은 법철학적 시각에서 바라보면, 자연법과 실정법의 관계 혹은 정의란 무엇인가란 법학의 본질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라고 법적 해설을 달았다.
이번 책의 표제 ‘나는 태양 때문에 그를 죽였다’는 알베르 카뮈가 쓴 ‘이방인'(1942년)에서 왔다. 이 소설의 주인공 뫼르소는 아랍인을 총으로 쏴 죽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사형으로 생을 마감한다. 저자는 ‘이방인’의 시대가 독일이 프랑스 파리를 점령하고 있었을 때란 것과 첫 문단이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양로원으로부터 전보를 한 통 받았다.”라고 책 정보를 독자에게 밝히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자는 “뫼르소의 살인 행위를 담당한 판사는 그의 정상을 참작하여 작량감경할 수 있는 사유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형이란 중형을 선고하였다. 이 법정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라며 “검사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효에 대한 고정관념과 통념을 정확히 파악하고 뫼르소의 행위를 사회의 가치와 도덕·윤리로 비난하고 있다”고 뫼르소 편에 선다.
그 외에 ‘양은 온순한 동물이지만 영국에서는 인간을 잡아먹는다’는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1516년)를, 각각 ‘그가 만약 계약을 지키지 않으면 심장을 가질 테다’와 ‘자비를 베풀 자에게는 자비를 베풀고, 아니 베풀 자에게는 아니 베푼다’는 제목으로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1596년)과 ‘자에는 자로'(1604년)를 소개한다.
‘타락하는 것은 자유지만 나는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인간을 옳고 바르게 만들었다’는 존 밀턴의 ‘실낙원'(1667년)을, ‘빅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조지 오웰의 ‘1984’(1949년)를, ‘수혈 거부와 강제, 무엇이 아동을 위한 최선의 이익인가’는 이언 매큐언의 ‘칠드런 액트'(2014년) 등 총 8편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의 법해석을 들려준다.
저자는 1963년 대구에서 태어나 현재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오래 법학자로서 살아왔고 스스로 아나키스트라고 말한다. 시집 ‘늙은 아내의 마지막 기도’(2012, 높이깊이)로 등단, 시집으로 ‘바람이 시의 목을 베고’(한티재, 2016)와 ‘무 한 뼘 배추 두 뼘'(학이사, 2021)를 비롯해 법정필화사건을 다룬 ‘법정에 선 문학'(한티재, 2016) 등이 있다.
정용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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