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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준공을 목표로 하던 대구 신청사는 홍준표 대구시장 취임 후 적어도 1년 이상 늦춰질 전망이다. 홍 시장이 채무 변제를 위해 청사건립기금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올해에는 공모하려던 국제설계공모가 내년으로 미뤄진데다, 홍 시장이 구청사 매각 의사를 밝히면서 이를 진행하는 행정 절차 역시 1년 가량 소요된다. 일각에서 무산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대구시가 채무 변제를 위해 청사건립기금을 폐지하기로 하자, 달서구민들이 신청사 사업의 추진의지를 밝혀달라고 홍 시장에게 촉구하는가 하면, 달서구에 지역구를 둔 대구시의원은 사업 백지화를 우려하는 5분 발언을 하기도 했다. 비판과 우려가 이어지자 홍 시장은 26일 자신의 SNS를 통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관련기사=대구 신청사 건립 기금 폐지···달서구민들, “추진의지 밝혀라”(‘22.7.19), ‘제2대구의료원’, ‘신청사 건립’ 무산 안 돼···시의원들 5분 발언(‘22.7.22))
홍 시장은 “통폐합이 완료되니 이젠 정책 혁신 추진 사업을 흠잡고 안되는 방향으로 여론을 몰아가려고 애를 쓰고 있다”며 “전임 시장이 신청사 건립금 1,300억 원을 쓸 때는 가만히 있다가 내가 남은 400억을 빚갚는데 사용하겠다고 하니 벌떼같이 달려들어 시비를 건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신청사 건립은 구청사 매각 대금으로 건립 착수하고 모자라면 본예산과 국비 지원으로 추진하면 되는데 그걸 미리 적립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었나”며 “앞으로도 시정 혁신 사업을 계속 흔들어 기득권 카르텔을 지키려고 해보라. 그런다고 시정이 흔들리진 않는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덧붙였다.
불편한 기색과 함께 청사건립기금 폐지와 무관하게 예산을 마련해 신청사 건립을 추진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홍 시장의 뜻과 무관하게 기금 폐지로 사업이 늦춰지거나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다.
대구시 신청사건립과 관계자에 따르면 대구시는 지난 3월 행정안전부의 중앙투자심사 결과를 토대로 올해 중 국제설계공모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금 폐지에 따라 사업비 마련이 되지 않아 내년으로 설계공모 절차가 미뤄질 전망이다.
신청사건립과 관계자는 “기금에서 설계비를 마련해서 설계공모를 진행하려 했지만, 일반회계가 되면 내년 본예산에 설계비를 반영해야 가능하다”며 “현재로선 9월 추경에 반영하는 것에 대해서도 논의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신청사건립과의 올해 본예산은 201억 2,854만 원이지만, 이중 200억 원은 기금전출금이다. 기금을 모두 채무 변제에 사용한다면, 시청사건립과의 예산은 1억여 원에 불과하다.
또, 홍 시장이 SNS에 밝힌 것처럼 구청사를 매각한 대금을 활용해 신청사 건립이 추진된다면 구청사 매각에 필요한 행정절차 소요시간 만큼 청사 건립은 늦춰질 수 있다. 통상 공유재산을 처분하기 위해선 재산의 용도를 변경하고,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이 통상 1년 정도 걸린다는 게 대구시 설명이다.
홍 시장이 ‘구청사 매각 대금’을 새로 언급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도 뿌려졌다. 당장 중구의원과 주민들로 구성된 ‘시청후적지개발추진위’가 입장문을 내고 청사를 매각에 따른 개발 방식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관련기사=시청 후적지 개발추진위 “후적지 개발에 공공개발 포함돼야”(‘22.7.26))
대구시는 2019년 시민공론 절차를 통해 옛 두류정수장으로 신청사 부지를 결정했다. 대구시가 지난 13일부터 열린 대구시의회 임시회에서 보고한 바에 따르면 신청사 건립은 약 3,000억 원을 들여 2024년에 착공하고 2026년에 준공할 예정이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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