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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은 쪼개졌고, 공천 전략은 실패했으며, 공약도 눈길을 끌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의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대응과 결과에 대한 신랄한 평가를 요약하면 이렇게 줄 일 수 있다. 7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당 회의실에서 선거 평가 토론회를 열었다. 그간 당내의 평가 요구에도 침묵을 지키던 대구시당은 지난달 21일 당 비대위원장과 시·도당 위원장 연석회의 결과로 평가 토론회를 개최하게 됐다. 김대진 시당 위원장은 토론회를 지켜본 소감에 대해 “정리가 필요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날 토론회는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발제와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김근우 매일신문 기자,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 민경석 영남일보 기자의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엄기홍 교수는 기초의회 선거를 제외하면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의 지방선거 공천은 ‘실패’라고 평가하면서 공천의 실패가 선거 실패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엄 교수는 공천 실패와 선거 실패의 원인을 당선 가능성 희박, 공천 잡음, 지지 세력 분열 등으로 요약했지만, 당선 가능성 희박 문제는 다른 지역과 비교를 통해 대구만의 특별한 실패 요인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엄 교수는 “지방선거는 중앙선거의 대리전으로 주창되고 지방선거는 정권교체론과 정치교체론 프레임으로 대선이 치러진 지 3개월 되지 않아 치러졌다”며 “그래서 당선 가능성이 상당히 희박하여 공천 실패, 선거 실패로 이어졌다는 주장이 신뢰를 얻을 수 있지만, 가능성이 적어서 후보들이 기피했다는 것이 맞다면 강원도는 훨씬 더 안 좋은 결과가 나와야 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대구에선 뭔가 다른 이유가 작동하지 않을까 한다”며 “뭐가 있을까 봤더니, 제일 심한 것은 신문과 방송에서 계속 나온 이야긴 서로 싸웠던 이야기다. 공천 잡음과 지지 세력 분열이 있었다. 그렇잖아도 힘든데, 이번 선거는 당내·외가 구분됨으로서 선거 캠프 내부적으로 상당히 힘들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광현 사무처장도 비슷한 문제를 짚었다. 조 처장은 “제가 동구 효목동에 사는데 기초의원 3인 선거구였다. 국민의힘만 세 명 당선됐고, 시의원은 무투표 당선됐다”며 “민주당은 구의원 후보를 두 명 냈고, 시의원은 없었다. 시민 입장에서 보면 둘 중 한 명은 시의원으로 나와서 시민들에게 선택권도 주고 다른 한 명은 구의원에 거의 확실하게 당선하는 방식의 공천이 불가능한 것인가”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조 처장은 또 국민의힘과 다를 것 없던 공약도 언급했다. 조 처장은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의 공약을 보면 국민의힘이나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그냥 개발 공약 다 냈다”며 “서재헌 시장 후보 공약을 보면 첫 번째가 대구형 기본 의료제도, 청년 희망도시 대구 만들기 같은 차별화 될 것 같고 이슈화될 만한 주제인데, 내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강금수 사무처장은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에서부터 문제를 지적했다. 강 처장은 “윤덕홍 전 총장이 공천관리위원장이 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이래서 개혁 공천이 될 거냐? 실망을 했다”고 말했다.
강 처장은 “청년 공천이 개혁공천은 아니다. 청년 세대가 조직화, 세력화되고 정당 체질을 바꿔야 하지만, 동시에 개혁과 능력이 검증된 현직 의원, 정치 선배들 세대 키우는 전략이 함께 가야 하는데, 한쪽 바퀴가 빠져 버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광역 비례 공천이 대구시에서는 중요하다. 유일한 1석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걸 시민들의 관심을 끌면서 달아오르게 해야 한다. 이번에 무슨 배틀 방식을 한다고 조금 기대를 했지만 제가 볼 땐 찻잔 속의 태풍이고 오히려 갈등만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김근우 기자는 선거 기간 내내 노출됐던 대구시당의 갈등 양상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김 기자는 “오늘 토론도 시당에서 하는 것 말고 당원들이 따로 하는 것도 있었다. 선거도 따로 치르고 평가도 따로 하는 거면 사실상 간판만 같고 화학적인 분할은 완료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김부겸, 홍의락 두 분은 선거에서 어디에 계셨는지 궁금하다. 뒷얘기는 많지만 팩트로 증명된 건 없다. 대구 민주당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인 두 사람을 이렇게 낭비하면서는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며 “1차적으로 두 분의 잘못이 있다고 보지만, 가장 지적하고 싶은 건 대구시당 차원의 리더십이다. 저쪽이 어떻게 나오든 시당 지도부가 함께 품어서 원팀을 만들고 하라고 중요한 자리를 당원들이 맡긴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민경석 기자도 “민주당 대구시당 공관위도 지방선거 패배 책임이 있다. 공관위는 청년, 여성에 대한 공천 확대를 컨셉으로 잡았지만 그 과정에서 현역 의원들이 대거 탈락했다”며 “이들이 집단 반발 또는 탈당 후 무소속 출마까지 택했다. 이런 모습은 결국 중도층에게 큰 피로감을 안겨줬다”고 짚었다.
민 기자는 선거가 끝난 후 민주당 대구시당이 보인 태도를 짚으며 김대중, 노무현 정신을 강조했다. 민 기자는 “이 자리에 있는 분들이나 선거에 출마한 분들이 김대중, 노무현 정신에 기대 부끄럽지 않다고 할만한 분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대선 직후 처절한 반성이 필요했는데 일명 ‘졌잘싸’라는 말이 나오면서 대선 패배를 되짚어볼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김대진 대구시당 위원장은 이날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토론을 들었지만 토론이 끝난 후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물음에 “지금은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정리가 필요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지방선거가 끝난 후부터 김 위원장은 기자들의 연락은 일체 받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서도 “지금은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서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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