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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부터 9월 사이에 이제는 너무나도 쉽게 녹조로 변한 초록색 강을 볼 수 있어요. 녹조는 단순히 물의 색깔만 변하게 하는 게 아니라, 물의 탁도(수중의 부유물질 등에 의하여 물이 혼탁한 정도)를 나쁘게 하며 물의 산소를 고갈시켜 물과 인접 생태계를 파괴하고 어패류 폐사를 포함한 수중생물에게 악영향을 줍니다.”
이승준 부경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13일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수성구 생명평화나눔의집 중앙홀에서 ‘2022년 환경의 날 기념, 페놀사태 31주기:낙동강 대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이승준 부경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녹조 발생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녹조의 독성물질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필요성을 강조했다.
먼저 이승준 교수는 물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녹조가 강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물은 생명과 직결된다. 우리가 어떤 물을 마시고 생활하느냐가 우리 건강에 밀접하게 영향을 미친다”면서 “저는 10년간 미국에서 녹조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부영양화와 기온 및 수온의 상승, 염류 증가, 유속 변화 등으로 인해 남세균(cyanobacteria)이 과도하게 증가하는 녹조가 발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녹조는 단순히 물의 색이 변하는 게 아니라, 물의 산소를 고갈시켜 물과 그 인접 생태계를 파괴하고 어패류 폐사를 포함한 수중 생물에게 악영향을 준다”며 “특히 녹조를 발생하는 30여 종의 남세균은 시아노톡신(cyanotoxin)이라는 독성물질을 생성한다. 여기에 노출되면 피부발진과 구토, 호흡곤란, 소화장애, 복통, 간 및 신장 등 장기손상까지 다양한 증상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섭취하는 음식과 야외활동에서도 시아노톡신에 노출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연구에 따르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인체에 유입될 수 있다고 본다”며 “수영이나 낚시, 보트 등 수상 활동은 녹조가 가장 심한 여름철에 활발히 이뤄진다. 미국은 각 주마다 안전한 레저활동을 위해 시아노톡신의 기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대중에게 공개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어패류 및 농작물에서 시아노톡신이 검출된 연구도 발표됐다. 녹조가 심한 지역에서 채취된 조개나 생선의 내장 등에서 시아노톡신이 나왔다”면서 “녹조가 발생한 물에서 재배한 벼, 밀, 상추, 무, 당근 등 농작물에서도 검출됐다. 대기 중에 부유하는 액체의 미립자(에어로졸)에서도 노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이 교수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녹조 대응 및 관련 조사를 주문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정부도 조류경보제를 도입해 주기별로 녹조의 심각 정도를 파악하고 일정 이상의 녹조 현상이 유지되면 몇몇의 시아노톡신을 측정하고 공개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하지만 녹조 측정의 방법적인 측면이나 적극적인 녹조 대응 조사가 아쉽다. 현재 4종의 유해 남세균 수를 측정하는 간접적인 방법을 쓴다. 그것보다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녹조의 독성물질인 시아노톡신을 측정하고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토론회는 최재왕 한국물문화연구소 이사장(‘낙동강 페놀사태와 대구취수원 이전’), 김정섭 대구상수도사업본부장(‘대구 수돗물 현황과 과제’), 남준기 내일신문 기자(‘낙동강 수질오염의 역사와 건강한 낙동강을 위하여)의 발제도 함께 이어졌다.
이후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 ▲김승현 영남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조광현 대구경제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곽상수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 ▲나대활 구미YMCA 사무총장 ▲김수동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등이 참여한 토론도 진행됐다.
이들은 토론회를 통해 “녹조 독성물질에 대한 관리 기준 마련과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낙동강 수문 개방을 위한 취·양수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며 “더불어 낙동강 미량의 유해물질에 대한 종합관리 대책 마련, 취수원 이전 등 낙동강통합물관리방안 수정을 위한 갈등 조정 기구 구성, 낙동강 유역민이 참여하는 낙동강 유역 물관리위원회 민간 사무국 설치 등을 통해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 낙동강을 살려야 한다”고 관련 대책을 촉구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