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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시민단체와 정책 협약에 나서지 않고, 후보자 토론회도 1회밖에 응하지 않으면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신원호 기본소득당 후보는 홍 후보 때문에 한 번 뿐인 토론 기회도 박탈 당했다며 항의하고 있고, 한민정 정의당 후보는 토론 좀 하자며 공개 기자회견까지 나섰다.
20일 오전 한민정 후보는 홍준표 후보 사무실이 훤히 보이는 대구도시철도 2호선 경북대병원역 3번 출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 후보에게 “토론하자”고 촉구했다.
한 후보는 “토론회 나오는 것을 겁을 내고 회피하면서 어떻게 후보를 하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토론회가 겁나면 지금 사퇴하라”는 말로 회견을 시작했다. 모두 홍 후보가 지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를 향해 쏟아낸 말이다.
한 후보는 “홍준표 후보님, 직접 하신 말씀 잘 기억하실 겁니다. 토론이 겁나면 지금 당장 사퇴하시라”며 “토론 한 번이면 충분하다니요. 하고 싶은 말 다 했으면 검증받지 않아도 되느냐. 직접 한 말도 기억 못하는 게 아니라면 대구시장 선거 정도는 정책 선거 필요 없다는 것인가?”라고 힐난했다.
이어 “지금까지 대선 후보 중 TV토론을 노골적으로 회피한 것은 박근혜, 윤석열 당시 후보 두 명뿐”이라며 “자기 말 잘 들어주는 곳에 가서 써준 각본대로 읽었던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비선실세, 국정농단이 발생했다. 홍준표 후보도 같다. 정치버스킹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지지자들만 만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후보는 “시청하기도 힘든 평일 밤 11시 단 한 차례의 토론회라니 대구 시민들 앞에 죄송하고 민망할 뿐”이라며 “홍 후보님, 더 이상 숨지 말고 나오시라. 대구시민 앞에 당당하게 서주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하루 앞선 19일엔 신원호 후보 측이 용혜인 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 명의 입장문을 내고 대구선거관리위원회를 규탄했다. 같은 날 신 후보 측은 1회 예정된 선관위 초청토론회 참석 불가 통보를 받았다. 신 후보는 20일 오후 선관위를 항의 방문하고, 자신의 토론회 참석에 동의하지 않은 홍준표 후보 사무실도 찾을 계획이다.
신 후보 측에 따르면, 공직선거법상 초청토론회 참석 자격이 되지 않는 신 후보는 다른 세 후보 동의가 있으면 토론회 참석이 가능했고, 선관위는 ‘세 후보 측이 본후보 등록하면서 동의했다’고 확인해줬다. 하지만 19일 입장을 바꿔 모든 후보가 동의하지 않아 참석이 어렵다고 통보해왔다.
신 후보 측은 “갑자기 초청토론회에 배제됐다”며 “선본장이 따지자 선관위는 ‘그땐 잘못 말했을 것’이라고 무성의하게 둘러댔다. 이게 단순 실수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냐”고 지적했다.
신 후보 측은 “일주일 전 부동의 후보가 있다는 걸 알았다면 타 정당 후보와 사무소에 찾아가 공문을 전하고 동의를 구하는 대응 절차를 밟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신 후보는 토론회에 참석할 수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른 후보들의 비판이 잇따르지만, 홍준표 후보 측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이성원 홍준표 후보 대변인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신 후보 문제는 신 후보 측이 착각해서 생긴 일”이라며 “신 후보는 선거법상 초청토론회 요건이 안된다. 그러면 다른 후보가 동의해주면 되는데, 법적으로 그러하다고 선관위가 설명을 해준 것으로 안다. 법으로 정해진 것이 있는데 우리 쪽에서 굳이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동의 여부를 5월 16일까지 응답서를 내라고 했다”며 “우리가 동의하지 않은 이유는 한 차례 있는 토론회를 조금 더 밀도 있고, 심도 있게 하려면 제일 좋은 건 단독 대담이다. 네 사람 이상 넘어가면 밀도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 토론 요구가 있다는 물음에는 “우선 초청 토론회가 1회로 결정된 건 우리 측 의견과 상관없이 선관위가 일정상 결정한 것이다. 우리가 하지 않겠다고 해서 1회만 하는 건 아니”라며 “경선 과정에서 충분히 시민들에게 우리 비전과 공약을 말씀드렸고, 이제는 만민공동회 형식으로 좀 더 직접 시민들에게 찾아가는 유세 전략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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