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공약에 장애인단체 “구체적 예산 없는 깡통 다섯 개 선물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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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기만적인 장애인 공약에 장애계가 “기초적 권리를 보장할 최소한의 예산 책임부터 전제하고 장애인 정책을 논하길 촉구한다”고 경고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9일 장애인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공약에서 윤 후보는 △시외·고속·광역버스에 저상버스 투입, 장애인 콜택시 확대 △주어진 액수 안에서 장애인 스스로 복지서비스를 선택하는 ‘개인예산제’ 도입 △4차산업형 인재 육성 및 장애인 고용 기회 확대 △장애학생의 예술 교육 및 장애예술인 창작 활동 지원 강화 △발달지연·장애 영유아를 위한 국가 지원 강화 등 다섯 가지를 내세웠다.

윤석열 후보 공약에 장애계 “구체적 예산 없는 깡통 다섯 개 선물세트”

▲사진=윤석열 페이스북

이에 대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21일 성명에서 “그간의 시혜적 장애인정책에 대한 성찰도 없고, 예산의 구체성도 없는, 윤석열의 깡통 다섯 개 선물세트”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전장연은 장애인정책의 근본적인 ‘예산 문제’는 피해간 채 허구적인 발상만을 내세운 점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전장연은 “지금까지 대한민국 장애인정책은 장애등급제와 장애인거주시설로 대표되는, 시혜와 동정으로 치장된 떡고물이었다”면서 “선택권이라고는 감옥 같은 거주시설에 살지, 집구석에 처박혀 갇혀 지낼지를 결정하는 것이었고, 지역사회서비스마저 개인의 욕구와 관계없이 장애등급에 따라 결정되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지역사회에서 사는 장애인이 받을 수 있는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는 활동지원서비스와 장애인연금이 유일하다. 그러나 이마저 장애등급에 가로막혔고 장애계의 10여 년간의 투쟁 끝에 2019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장애등급제 폐지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단계적 장애등급제 폐지와 탈시설로드맵은 실효적 이행을 위한 예산을 담보하지 못하여 장애계로부터 공약 파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비판에 보건복지부는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을 가로막고 있어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

따라서 장애계는 “그 어떤 정책도 결국 기획재정부의 한계를 넘지 못한다면 모양만 다른 깡통일 뿐이다”라며 35일째(21일 기준) 아침 8시 혜화역 승강장에서 기획재정부를 압박하는 선전전을 진행 중이다.

“선택권 보장? 메뉴판에 밥과 김치만 있는데 무얼 선택하나?”

현재 장애인복지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활동지원서비스의 올해 예산은 1조 7405억 원.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할뿐더러 특히 최중증장애인이 받을 수 있는 시간조차 하루 최대 16시간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난 10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하루 최대 16시간을 받고 있는 사람이 전국에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장연은 윤 후보가 이야기한 개인예산제는 매우 허구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개인별 복지 수요를 고려한 맞춤 계획을 수립한 후, 장애인에게 직접 예산을 지원하여 해당 예산 안에서 활동지원서비스, 보조기기 구입, 재활서비스 이용, 교육비, 교통비 등을 사용하도록 설계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에 전장연은 “선택권을 보장해준다고 해봤자 식당 메뉴판에 공기밥과 김치만 있다면 다른 반찬은 못 먹는 상황”이라면서 “다양한 서비스가 없고, 활동지원서비스 급여량 판정 과정에서 당사자의 자기주도성도 없는 국내 상황을 감안하면 서비스 간 칸막이를 허물어서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논리는 매우 허구적”이라고 꼬집었다.

전장연은 윤 후보의 장애인 노동 정책 또한 비판했다. 윤 후보는 “4차 산업형 인재 육성을 위한 직무 개발 및 직업훈련 강화를 위해 현재 전국에 두 곳뿐인 장애인 디지털 훈련센터를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확대하고, 민간사업체와의 협업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또한 장애계가 비판하는 기업과 경증장애인 중심의 정책, 재활 중심 노동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정책이다.

전장연은 “중증장애인 노동의 기준에 맞추어진 일자리가 없는 현재 상황에서 직업훈련 위주의 정책을 해봤자 고용률은 제자리걸음일 뿐”이라면서 “기업의 수요에 맞춘 직업훈련 정책이 필요한 게 아니라 최중증장애인의 기준에 맞추어진, 최중증장애인이 참여 가능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그러나 윤 후보 공약에 최중증장애인의 고용 대책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기사제휴=비마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