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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마지막 날,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집 앞에서 시위한 장애인들은 2022년 첫 시위에서도 기재부를 규탄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3일 오후 2시, 5호선 광화문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재부가 장애인을 시민으로 인정해 장애인 권리 예산을 반영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 밝혔다.
장애인들은 지난해 내내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아래 교통약자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했다. 개정안 주요 내용은 △버스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국가 또는 도(道)가 특별교통수단(장애인 콜택시) (광역)이동지원센터 운영비 지원 등이다.
장애인도 버스와 택시를 언제든 타고 원활히 이동해 학교, 직장, 병원 등을 갈 수 있어야 한다. 비장애인처럼 말이다. 이렇게 당연한 이동권이 지금까지 장애인에게는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장애인은 국회의원, 거대 양당 대표, 대선후보, 서울시청 공무원 등을 수없이 만나 대중교통을 타는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버스 점거, 지하철 타기 직접 행동 등 끈질긴 투쟁 끝에 드디어 교통약자법 개정안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장애인이 20년간 이동권 투쟁해서 얻어낸 성과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교통약자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휠체어 바퀴가 닳도록 투쟁했다”고 말했다.
버스와 택시를 수월히 타는 삶을 이제야 누려보나 했는데, 기재부에서 막혀 버렸다. 기재부가 예산 반영을 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특별교통수단 운영에 국비를 투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아래 보조금법) 시행령에 그렇게 명시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특별교통수단의 지역 간 차이를 없애기 위해선 반드시 국비가 투입돼야 한다. 그래야만 특별교통수단을 정부가 운영하는 게 되고, 지역별로 제각각인 특별교통수단 운영 방식이 (광역)이동지원센터를 통해 통일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장애인이 서울에서 인천 혹은 경기로 넘어가며 택시를 갈아타기 위해 긴 시간을 길바닥에 낭비하는 일이 없게 된다.
기재부는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결국 교통약자법 개정안의 문구가 수정되도록 압박했다. 그로 인해 국가나 도가 특별교통수단 운영비를 지원 ‘해야 한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로 변경됐다. 의무가 아닌 ‘임의규정’이기 때문에 지원을 안 해도 되고, 1원을 책정해도 지원한 게 된다.
이영봉 포천나눔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장애인이 아니라 대중교통 타는 시민으로서 요구한다. 택시(특별교통수단) 타고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면서 네 번이나 갈아타고 싶지 않다. 기재부는 맨날 돈 없단 소리만 하는데, 20년간 장애인 권리 예산이 없었다면 기재부에게 장애인은 시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기현 탈시설장애인당(當) 대선 경선후보 또한 크게 분노했다. 서 후보는 “정부는 장애인에게 언제나 돈 없는 나라였다. 그런데 선진국이 됐다고 자화자찬하더라. 선진국이면 선진국답게 모든 국민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장애인에게 한국은 아직 선진국 아니다. 아직도 이렇게 투쟁해야 하는데 무슨 선진국 운운하나”라고 성토했다.
문경희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특별교통수단이란 말조차 싫다. 그냥 택시를 타고 싶을 뿐이다. 이게 왜 특별한 게 돼야 하나. 장애인은 특별한 걸 바란 적이 없다. 누구나 똑같이 살게 해 달라는 것, 이게 장애인의 요구다”라며 “기재부 권력이 장애인의 삶을 막고 있다. 기재부가 장애인을 시민으로 인정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제휴=비마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