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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천 소재 자동차 부품회사 ‘다이셀세이프티시스템즈코리아’(다이셀코리아)가 폐업을 통보하면서 노동자 133명이 해고당할 위기에 처했다. 회사는 지자체로부터 약속받은 공장부지 무상임대 기간이 종료되는 시기에 공장을 폐쇄했고, 몇 해 전부터 석연찮은 현금흐름도 확인된다.
11일 오전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경주지부는 영천시청 앞에서 다이셀코리아의 일방적인 폐업 통보와 자본 철수를 방관한 영천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다이셀코리아는 영천시 금호읍 채신공단에 있는 차량용 에어백 제조회사다. 2011년 외국인투자법인으로 등록돼, 2013년 12월 영천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했다. 노조에 따르면 다이셀코리아 측은 지난해부터 부분 휴업과 전면 휴업을 반복하다, 지난 3일 일방적으로 폐업을 통보했다. 회사가 내세우는 이유는 경영악화다.
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영천시에 ▲그간의 모든 특혜 내역 공개 ▲책임있는 교섭자리 마련과 대안 제시 ▲외국자본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 제출을 요구했다.
정진홍 금속노조 경주지부장은 “일본 전범기업인 다이셀은 강제징용에 대해 단 한 번의 사과도 없었다. 그럼에도 영천시와 경상북도는 막대한 혜택을 지불했다. 알량한 일자리 창출이란 명목으로 시민 세금과 자존심을 굽혔다. 10년이 지난 지금, 특혜를 준 영천시와 경상북도, 정부는 이에 답을 해야 한다”며 “절박한 심정으로 당부드린다. 직원과 그 가족들까지 500명이 넘는 영천시민의 삶이 걸린 문제다. 잘못된 외국기업 유치에 대해 영천시가 나서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민욱 금속노조 경주지부 다이셀지회장은 “회사는 민주노조를 억압해 왔다. 2019년 4월 노조가 설립되자 기업노조를 만들었고, 올해 우리가 다수노조 지위를 획득하자 소송과 회유로 다수노조 지위를 상실케 해 교섭권을 박탈했다”며 “종업원 133명에 불과한 업체에 대형로펌 김앤장을 선임해 최저임금-장시간 노동 체제를 유지하고 노동자를 괴롭혀 왔다”고 전했다.
일본기업 다이셀이 100%출자한 자회사
10년간 토지임차비용 전액 지원 받아
다이셀코리아의 영천 공장 폐쇄는 대구에서 발생했던 한국게이츠 폐업 사태와 유사하게 정부 지원을 받은 외투 기업의 갑작스런 공장 폐쇄라는 공통점이 있다. 노동계에서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외투기업의 ‘먹튀’ 사례 중 하나가 추가되는 것이다. 공장폐업을 결정한 시점도 2013년부터 무상으로 사용한 공장부지 임대 기간이 종료되는 시기와 겹친다.
우리 정부와 지자체는 다이셀코리아와 다이셀코리아 지분을 100% 보유한 일본 전범기업 다이셀(주)에 직간접적인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강병원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은평구을)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은 다이셀(주)에 25억여 원을 투자했다. 영천시는 공장부지 1만 2,000평을 10년 간 무상지원했다. 이밖에도 소득세와 법인세 3년 면제, 취득세 15년 면제했고, 투자양해각서에는 노사 분쟁, 지역주민과 분쟁 시 지자체가 최대한 협력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셀코리아는 국내에 공장을 유치한 이후 줄곧 매출이 늘었다. 2018년(회계연도상 2018년 4월 1일부터 2019년 3월 31일)엔 400억 원이 넘어섰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제자리걸음을 이어갔다. 2017년 10억 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2018년 6억 7,000만 원, 2019년 3억 5,000만 원으로 줄었다. 2020년에는 1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0년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석연찮은 점이 발견된다.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출액이 전년대비 2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2019년 5억 5,000만 원에서 2020년 12억 원으로 증가했는데, 특히 건설 중인 자산의 증가가 11억 5,000만 원(전년 3억 원)으로 늘었다. 또한 전년도에는 0원이었던 차량운반구(1,800만 원), 구축물(840만 원), 소프트웨어(500만 원) 취득액도 소폭 증가했다.
정민욱 다이셀지회장은 “실적이 좋지 않은데도 투자활동이 증가한 점은 노조가 자체적으로 검토를 맡긴 세무사도 지적한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회사 측에 문의했으나 답을 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 지회장은 “이미 지난해 부분 휴업이 진행됐으며, 작년 12월 즈음부터 화약이 입고되지 않았다. 노조는 회사가 이미 그때 폐업을 결정했다고 추측한다. 그럼에도 폐업 직전이 돼서야 직원들에게 이 사실을 통보한 것이다. 오늘부터 회사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투쟁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천시 경제환경산업국 기업유치과 관계자는 “영천시도 다이셀코리아가 6월 말 기업을 철수하겠다고 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 재고가 쌓이고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철수를 결정한 걸로 알고 있다. 관련 법에 따라 부지 임대료 등 10년간 15억 정도 지원이 됐는데, 타기업에 비해 큰 금액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DGFEZ(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의 외국인 투자유치 지원 담당자는 “현대모비스 납품을 목표로 한국에 왔는데, 코로나19 등의 상황으로 이익이 나지 않자 철수를 결정한 걸로 알고 있다”며 “직원들이 갑자기 폐업을 통보받은 상황에 대해 경제청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뉴스민>은 다이셀코리아 측에도 내용을 문의했지만 “담당자가 없다”는 답을 받았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