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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 8일 박 전 대통령은 유영하 국민의힘 대구시장 예비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메시지를 공개했다. 시장 선거에 뛰어든 후보들은 제각각 입장을 내며 박 전 대통령의 정치 행보를 우려했다.
이날 오전 박 전 대통령은 유튜브 <유영하TV> 채널을 통해 “제가 이번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유영하 예비후보 후원회장을 맡게 된 것은 유 후보의 부탁도 있었지만 이심전심이었다”며 “유 후보는 지난 5년 제가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저의 곁에서 함께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를 알던 거의 모든 사람이 떠나가고 심지어 저와의 인연을 부정할 때도 흔들림 없이 묵묵히 저의 곁에서 힘든 시간을 함께 참아냈다”며 “심지어 수술하고 퇴원한 다음 날에도 몸을 돌보지 않고 법정에서 저를 위해 변론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런 사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저의 눈과 귀를 가리고 저와의 만남을 차단한다는 터무니없는 모함을 받고 질시를 받았음에도 단 한마디 변명도 없이 묵묵히 그 비난을 감내했다”며 “제가 이루고 싶었던 꿈은 다 이루지 못했지만 못다 한 꿈을 저의 고향이자 유 후보의 고향인 대구에서 유 후보가 저를 대신해 이루어줄 것으로 저는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공개되자 대구시장 자리를 두고 다투고 있는 후보들은 잇따라 입장을 내고 우려를 드러냈다. 국민의힘에서는 홍준표 국회의원(국민의힘, 수성구을)이 가장 먼저 반응을 보였다. 반면 유 후보 단일화설이 일고 있는 김재원 후보는 공식 반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홍 의원은 본인 SNS를 통해 “대구시장 경선이 정책 대결의 장이 아니고 전직 대통령 팔이, 대통령 당선자 팔이 선거로 변질됐다”며 “대구의 중흥을 이끌 수장을 선출하는 경선이 이렇게 전개되는 것은 참 유감이다. 상식 밖의 씁쓸한 일만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진숙 국민의힘 예비후보도 “박근혜 대통령이 유영하 변호사의 검증된 능력이 아니라 자신을 보살펴준 의리 때문에 대구시장 후보로 지지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대구시장은 240만 명의 안위를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이며 유 후보는 그 자리에 걸맞은 능력을 입증했다고 볼 수 없다. 대구시민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는 이유로 능력 검증 없이 특정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장 후보는 논평을 내고 “박근혜 씨는 사저 정치 시작을 멈춰라”고 촉구했다. 한 후보는 “박근혜 씨가 유영하 예비후보 지지선언을 했다. 박근혜 씨의 정치행보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사면받긴 했으나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사면을 부당하게 생각함을 망각하지 마시라. 박근혜씨는 어떤 정치적 언급도 삼가고 조용히 자숙하시라”고 강조했다.
서재헌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예비후보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의 후광을 업어서 하는 것보다 본인의 생각을 시민들에게 소개하고 선택하게 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라며 “박 대통령이 대구시장 후보처럼 하는 건 대구를 위해서도 좋지 않고 박 전 대통령에도 유 후보에게도 좋지 않다. 후보자가 직접 자기 철학을 밝히고 선택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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