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신호위반] ➀-1. 마음의 준비도 못한 채 맞이한 슬픔

뉴스민 10주년 기획취재 [신호, 등] 2.중대재해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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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27일 오전 10시 50분, 전수권 씨는 파지 압축기에 머리가 끼여 사망했다. 고 전수권 씨의 아들, 전지훈 씨는 허탈함이 크다며 아버지와 당시 사고를 떠올렸다.

굉장히 성실하셨고요. 책임감도 강하셨고 남한테 좀 피해주는 걸 안 좋아하셨어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아들들이 장성했지만 ‘너희들한테 손 안 벌리고 싶다. 아빠가 하는대로 한번 해볼게’라고 하면서 그 힘든 몸 상태에서도 일을 계속하신 상황이었고요. 수리, 정비까지도 (아버지가)…

은진상사(아버지 회사)에 계시는데 또는 저희 집에서 가족과 같이 있는데도 파지 압축기가 간혹 고장이 나는 경우가 많으니까, 쉬시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문제가 생기면 (회사에서) 전화해서 “전 사장님, 파지 압축기가 지금 문제가 좀 있습니다. 빨리 와서 손 좀 봐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형사조정 대기실에 있을 때, 저의 어머니가 그 사장한테 우리 아저씨가 (기계를) 고쳐달라고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그때, 고쳐줬으면 이런 일이 안 벌어졌을 것 아닙니까?” 얘기를 하니까 그 사장이 “사고 이후에 그 기계를 돌리지 못해서 우리 회사가 얼마나 손해가 많은지 아십니까?”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거기서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을 받았는데…

사실 저는 장남이지만, 아버지에 대한 의지가 좀 많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안 계시니까 제가 의지할 수 있는 분이 없다는 허탈함이 많이 심하구요.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으니까, 병원에서 조금 생활하시다가 돌아가셨으면 마음의 준비라도 할텐데…

“자살 충동, 이런 것도 오더라. 운동한다고 밖에 나가서 이렇게 좀 돌다가 벤치에 앉아서 하늘을 쳐다보면 아저씨 생각이 나면서 마음이 슬퍼지고. 아, 이렇게 살아서 뭐하겠노.”

기사보기= [중대재해, 신호위반] ① “‘사고 사망 노동자’ A 씨, 우리 아버지 전수권입니다”

촬영=박중엽 기자
편집=여종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