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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으면, 사람들에게 일을 분담시키고 재료를 모으라고 하지 마라. 대신 그들에게 끝없이 넓은 바다를 꿈꾸게 하라.” 「어린왕자」를 지은 생텍쥐페리의 말이다. 그는 ‘바다를 꿈꾸는 사람들은 스스로 배를 만들 것이다’고 꿰뚫어 보았다. 리더가 되려는 인물은 새겨들어야 하겠다.
사실 누구나 리더이다.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어머니로서도 리더이다. 친구관계에서도 때에 따라 리더가 된다. 지위와 관계없이 누구라도 ‘사람들에게 벅찬 꿈을 심어 주는 사람’은 리더이다. 누군가에게 꿈을 심어 주려면 먼저 자신부터 꿈에 사로잡혀야 한다. 꿈을 꾸는 사람만이 또 다른 이에게 꿈을 심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4월 5일 식목일을 맞아 나무를 심듯이 먼저 우리 가슴에 꿈을 심자. 나무는 그 씨앗으로 또다시 나무를 심는다. 꿈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꿈을 펼치는 사람들이 세상에 선한 영향을 끼치는 것과 같다. 나무가 나무를 심듯이 꿈이 꿈을 심는 것이다.
필자는 2016년 육군 2작전사령부(2작전사)에서 꿈꾸는 장병들 덕분에 지금도 가슴 벅찬 꿈을 품고 있다. 당시 국방부 주최, ‘제2회 세계 청년·장병 통일안보비전 발표대회’에 참가한 다섯 명의 용사들과 뒷바라지한 장병들이 필자에게 꿈을 꾸게 했다. 전 세계 30여 국가에서 대륙별 또는 국가별 예선에 총 507개 팀이 참가했다.
서울본선에 진출한 2작전사 대표팀은 직할부대인 화생방대대 용사 다섯 명이 ‘안보만사성(安保萬事成)’이라는 주제로 꽁트를 선보였다. 자기 집을 지키는데 온갖 장비를 설치하면서 국가안보에는 무관심한 세태를 코믹하게 풍자하며 ‘안보가 튼튼해야 만사형통’함을 강조했다.
2작전사 담당 참모였던 필자는 욕심이 발동하여 모든 일에 사사건건 개입했다. 시나리오도 막 고쳤다. 팀원 중 한 명을 교체하기도 했다. 시도 때도 없이 간섭했다. 그러던 중, 긴급한 다른 일로 더 관여할 수 없게 되었다. 화생방대대 장병들에게 “용사 다섯 명만 준비하면 준결선에서 탈락이다. 대대원이 다함께 준비하면 본선에서 대상이다. 상금 천만 원을 받아 귀하게 쓰라”고 본의 아니게 꿈을 심어 주었다. 이것이 ‘신의 한 수’가 된 것을 나중에 알았다.
장병들은 “한 번 도전해 보자”고 당찬 꿈을 꾸었다. 이들은 대표팀이 오직 연습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 각종 소품 등을 준비했다. 응원팀은 본선 공연장인 잠실 롯데시네마에서 손바닥이 아프도록 손뼉을 쳤고, 때에 따라 웃음보따리를 펼쳤다. 청중들의 반응이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대상을 수상한 공연팀은 뒷바라지해준 전우들의 뜻을 모아 상금 천만 원 전액을 ‘6.25전쟁미망인협회’에 기부했다. “목숨 바쳐 대한민국을 지킨 선배님의 고귀한 희생을 본받겠다”고 다짐하며 드렸다고 한다.
만일 필자가 화생방대대에 사사건건 간섭만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다. 대표팀은 잦은 간섭에 의욕을 잃었고, 도와주던 장병들은 뒷짐만 지고 있다가, 결국 팀은 준결선에서 탈락하고 말았을 것이다.
필자는 이들과 함께하면서 꿈이 에너지가 되어 성취하는 것을 보았다. 꿈꾸는 사람들은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끝내 그 꿈을 이룬다는 것도 체득했다.
벅찬 꿈을 꾸는 사람은 넘어지고 또 넘어질지라도 끊임없이 정진하면서 도전한다. 이 과정에서 실력은 더 탄탄해지진다. 꿈이 곧 에너지다. 이 에너지가 꿈을 이루게 하는 원동력이다. 먼저 우리 가슴에 설레는 꿈을 심자. 그리하여 이 벅찬 꿈을 또 다른 이에게 심자.
전병규 kyu9664@naver.com
육군에서 33년 복무하고 2021년 예편했다. 소말리아, 이라크에서도 근무했다. 전역 직전에는 대구, 경북을 지키는 강철사단의 부사단장을 역임했다. 대구과학대학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