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해고된 경북대병원 주차관리 노동자들은 6개월째 복직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병원은 묵묵부답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북대병원은 노동조합 간부에 대해 징계, 해고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면서 직원식당 등에 대한 외주화, 일방적인 취업규칙 변경으로 의료서비스 질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뉴스민>은 경북대병원대구지역대책위와 함께 6회에 걸쳐 경북대병원의 실상을 진단하고 ‘의료공공성’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대구에서 택시를 타고 운전기사분에게 “대학병원 갑시다!” 하면 당연히 경북대병원으로 간다. 경북대병원이 오랫동안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대병원으로 대구뿐만 아니라 경북까지 포괄하는 최대의 병원이자 최고의 병원으로 자리해왔기 때문이다.
국립대병원은 국가가 의료인 양성을 위한 교육과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한 연구, 그리고 적정한 진료를 목적으로 설립한 공공의료기관이다. 이 역할을 경북대병원이 지역에서 감당해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대구·경북 지역민들은 경북대병원을 대학병원의 대표성을 가진 최고의 의료기관으로 인식해 왔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경북대병원의 행보는 걱정스럽다. 지난 몇 년 동안 내실보다는 덩치 키우기에만 몰두하면서 여러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2011년 칠곡분원 개원 이후 암 중심 외과가 칠곡에 자리잡았고, 이어 어린이병원 개장으로 소아 관련 과가 칠곡으로 이전하는 등 일부 진료과가 칠곡으로 빠져나가면서 본원 의료의 질이 대구지역 타 사립대병원보다 하락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관련 기사: ‘의료 평가’ 초라한 성적…경북대병원 “이의 신청” 매일신문, 2015. 8.27)
상급종합병원인 본원은 분만실을 운영하지 않는 파행을 저지르고, 병원이 부담하던 소모품비용을 환자에게 떠넘기고, 환자 감염 우려에도 불구하고 신종플루에 걸린 직원에게 마스크를 쓰고 일하라는 등 경북대병원은 공공병원으로서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병원이 돈벌이 중심의 상업적 운영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경북대병원의 상업적 운영은 비정규직 주차관리 노동자를 구조조정·집단해고하고 청소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하는 문제를 일으켰다. 청원경찰을 외주화했고, 원무과, 콜센터, 직원식당 등 정규직이 일하던 일자리를 외주화하는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의사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점이다. 의사 성과급은 과거 수년간 문제가 있어서 타 국립대병원도 도입을 망설였다. 도입하더라도 부분적이었지만, 경북대병원은 전체 의사에게 성과급을 도입했다.
의사 성과급은 의사를 마치 공장의 소(小)사장 취급하고 있다. 초진환자를 많이 진료하거나 추가 검사를 많이 처방하면 이에 비례해 성과급을 지급한다. 또, 의사에게 장비의 감가상각비를 부담하게 해 오래된 장비 사용을 유도한다. 게다가 직원의 임금을 의사성과급에서 제하는 방식을 도입해서 의사가 자연스럽게 숙련된 직원을 회피하도록 제도화했다.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볼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다.
의사 수익에 따른 줄 세우기가 매번 반복되고 있다. 증권회사처럼 수익률이 높은 의사에게는 박수와 격려가 주어지고, 수익률이 낮은 의사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북대병원의 상업적 운영이 낳은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와 직원에게 돌아온다. 환자의 진료비부담은 높아지고, 의료의 질은 떨어진다. 환자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돈벌이가 우선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직원은 상시적 고용불안에 떨어야 하고,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면서 일한다. 자신의 고용이 불안한 직원이라면 어떻게 환자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을까.
결국, 상업화는 경북대병원을 망치고 있다.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지역민에게 제공하면서 수십 년간 쌓아온 최고의 대학병원 이미지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 지역민의 신뢰를 잃은 병원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국립대병원의 의미를 더는 찾을 수 없는 이류병원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아직 늦지 않았다. 경북대병원이 상업적 운영방침을 하루빨리 버리고 공공병원이자 국립대병원의 역할을 세우는 모습을 보여 지역민의 신뢰를 회복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