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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설립 이후 지속 운영 중인 ‘씨앗’ 사업이 올해로 7년차를 맞는다. 공익센터는 그간 ‘씨앗’ 사업에 참여한 시민을 분석한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뉴스민>은 시민 공익활동의 너른 저변 확대라는 의미를 가진 ‘씨앗’ 사업을 참여자 인터뷰와 보고서 분석을 통해 세 차례에 나눠 살펴볼 예정이다.
[벌써 7년, 공익의 ‘씨앗’] ② 한국어, 얼마나 정확히 사용하고 있나요?
‘##냉면’, ‘@@@우동’, ‘%%%%탕수육’ 식품 대기업이 만들어낸 간편식이 한아름 테이블에 널브러졌다. 둘러앉은 엄마와 아이들은 비닐 포장을 하나씩 뜯으며 내용물을 확인했다. 보기 좋게 플라스틱 용기(트레이)에 담긴 음식을 하나, 둘 용기와 분리해 정리했다. “엄마, 그런데 이거 왜 하는 거야?”, “응, 코로나 때문에 지금 마스크 쓰고 불편하게 생활하잖아? 너네들이 조금 더 깨끗한 곳에서 살게 하려고 하는 거야.”, “와, 우리 엄마 멋지네!”
김혜정(48) 씨는 지난해 아이들에게 ‘멋진 엄마’로 인정받았다. 동료 학부형들과 ‘씨앗’ 공익활동에 참여하면서다. ‘씨앗’은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시민 공모 공익활동 사업이다. 시민 누구나 공익활동의 아이디어가 있다면 제안하고 활동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혜정 씨는 지난해 6학년 자녀를 둔 엄마 4명과 함께 ‘필요 없잖아요’라는 팀명으로 씨앗 활동에 참여했다. ‘필요 없잖아요’팀은 간편식 포장에 플라스틱 용기를 꼭 사용해야 하는지에 의문을 가지면서 만들어졌다. 그는 “모든 제품에 용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똑같은 유형의 제품에도 어떤 건 있고, 어떤 건 없더라”며 “그러면 용기를 없애도 되는 거 아닐까 싶어져서 엄마들끼리 환경을 좀 더 생각하는 일을 해보자는 취지로 나서게 되었어요”라고 말했다.
‘필요 없잖아요’팀은 씨앗 활동에 참여하면서 지원받은 활동비 50만 원으로 시중에 판매되는 간편식 약 60종을 구입했다. 그리고 플라스틱 용기와 음식을 분리하는 작업을 한 후 쌓여있는 플라스틱 용기를 사진으로 촬영하고, 이를 PPT로 정리하는 작업까지 진행했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모은 플라스틱 용기를 해당 기업에 우편으로 발송했다. 불필요한 플라스틱 용기 사용은 멈춰달라는 요구도 함께 담았다.
“회사에서 생산한 제품에서 이 만큼 용기가 나왔다고 용기를 보냈고 회사로부터 답도 얻었어요. 점차적으로 줄여나가는 노력을 하겠다고 1차 답변이 왔는데, 재차 어떻게 노력할 것이냐고 질의했고, 올해 중순부터는 꼭 필요한 용기 외에는 사용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받았구요. 나름 뿌듯한 활동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구시민공익센터가 뿌린 공익의 ‘씨앗’이 결실을 맺은 셈이다. 그는 ‘씨앗’ 사업이 자신처럼 활동을 고민하지만 비용이 부담되는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작은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씨앗이 없었으면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서 사비로 활동한다는 게 부담스러워 선뜻 활동도 하지 못했을 거예요”라며 “구매한 음식을 저희가 먹으면 그것도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 이주여성단체에 기부도 해서 더 의미가 깊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른바 경단녀, 주부로서 삶을 이어가던 엄마들에겐 또 다른 삶의 활력소가 된 것도 사업의 의미였다. 팀원 중 혜정 씨를 제외하면 모두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전업주부로 살아오던 터였다. 혜정 씨는 “전문직에서 커리어를 쌓으며 ‘나는 멋진 여성’이라고 살아오다가 결혼 후 주부로 살고 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언제든 좋은 아이템이 있으면 일을 벌여보자는 활력이 생겼어요”라고 전했다.
이들이 지원받은 ‘씨앗’은 또 다른 ‘씨앗’을 잉태하기도 했다. 그들의 아이들이다. 이제는 엄마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동 아이템을 찾는다는 게 혜정 씨의 설명이다. 그는 “이제는 주변에 일회용품이 있으면 아이들이 더 이런 것도 없애야 하는 거 아니냐고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해요”라며 “아이들 스스로가 인식이 바뀌는 게 보이고, 아이들 학급으로 소문이 전해지고 하면 시간이 지난 뒤엔 좀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라고 희망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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