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정당등록증을 빼앗고 싶어요”

[새누리 브레이커s] (1)최창진 노동당 대구 중남구 예비후보

14:52

[편집자 주] 콘크리트. 새누리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될 곳이라고도 한다. 선거철만 다가오면 대구경북은 타 지역 진보개혁 진영의 ‘공공의 적’이 된다. 대구경북에도 새누리당을 ‘타도’하겠다고 다른 옷을 입고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많은 건 아니다. 4.13 총선 대구경북 출마자 131명 중 34명, 무소속을 빼면 17명이 그 사람들이다(3월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계 기준). 가뭄에 단비처럼 대구경북 유권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내어준 ‘새누리 브레이커’들을 매일 만날 예정이다.

최창진(34) 대구 중남구 예비후보는 노동당 소속이다. 대구시당 위원장이기도 하다. 지난달 19일 그가 예비후보 등록하기 전까지 이 지역구에는 새누리당 후보만 10명이 등록한 상태였다. 지난 15일 10명 중 2명으로 상대가 좁혀졌다. ‘대구 진박 6인 회동’을 했던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배영식 전 국회의원이다. 최 예비후보는 ‘진박’ 후보들에 맞서 장애인과 노동자, 특히 ‘알바들의 국회의원’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오랫동안 사회적 약자의 권리 신장을 위해 활동한 최창진 예비후보를 15일 경북대 병원 해고노동자 농성장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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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진 대구 중남구 노동당 예비후보를 15일 경북대학교병원 해고노동자 농성 문화제에서 만났다.

Q.기본적인 질문이다. 출마 이유가 뭔가?
A.대구에서 노동당이란 이름으로 진보정치 운동을 하는데, 안팎에서 볼 때 힘이 약하고 작아 출마에 고민을 했다. 그럼에도 진보정당은 세상이 잘못 돌아가고 있을 때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역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선거에서 지역구 후보로 유권자를 만나 노동당의 입장과 정책을 이야기하는 것은 최소한의 책임이지 않을까 생각해서 나섰다.

Q.지난 지방선거에서는 달서구 시의원으로 출마했었는데, 이번엔 중남구다. 중남구로 나온 이유가 있나?
A.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최창진이라는 사람을 알리는 것만큼이나 노동당의 정책과 의제를 알리는 게 중요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역구 득표에 도움이 안 되더라도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나서서 노동당을 알리기로 했다. 불안정 노동을 하는 체제의 상징이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인데 특히, 중구에 많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선거 기간 많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경북대병원 문제다. 후보가 된다고 당장 해결할 수 있지는 않다. 하지만 해고 노동자의 스피커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창진 예비후보는 경북대병원 해고노동자 천막 농성장 앞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6년 2월 29일.
▲최창진 예비후보는 경북대병원 해고노동자 천막 농성장 앞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6년 2월 29일.

Q.당의 발전을 위한 출마이지, 지역 진보정치인으로서 자기 정치를 하는 걸로는 안 보인다.
A.그렇게 보일 수 있다. 지역정치, 거점정치도 필요하다. 노동당 대구시당의 조건상 고민할 부분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거점정치가 성과도 있지만, 폐해를 만들기도 했다고 본다.?그래서 거점정치를 무리하게 준비하거나 진행하는 게 맞을까 하는 고민도 했다. 또, 지금까지 해온 운동이 대부분 한 지역을 거점으로 하긴 힘든 것도 있다. 알바노조 운동이나, 기본소득 운동은 지역보다는 전국적인 성격이 많다. 단편적이지만 중구에서 지역운동도 고민하곤 있다. 선거를 기회로 공동체를 다져 다음 지방선거 때 내가 아니어도 알바노동자의 의제를 가지고 출마 준비를 하면 재미있는 결과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Q.그럼 당선된다면 1호 입법안으로 뭘 생각하고 있나?
A.당 차원에서는 ‘최저임금 1만원법’과 ‘다섯시 퇴근법’을 내세우고 있다. 1호 법안이라기보단 노동법 전면 개정이다. 개인적으로는 기본소득법안을 먼저 제시하고 싶다. 큰돈은 아니지만 청년들이 30만원을 받으면 어떻게 될까? 저는 그 30만원어치 자기 삶을 살 것 같다. 그러면 청년의 삶이 다른 방식으로 바뀌지 않을까? 지금처럼 시대가 요구하는대로 스펙 쌓는 삶이 아니라 진짜 자신을 위한 삶의 방법을 찾을것이고, 그게 우리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을까.

Q.반드시 새누리당에서 한 가지(능력이든, 사람이든)를 빼앗아 와야 한다면 빼앗아오고 싶은 게 있나?
A.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생각해본 적도 없고, 처음 받아보는 질문이다. 아, 정당등록증을 빼앗아오고 싶다. (웃음) 이런 정당을 정당이라고 인정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아주 철저하게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정당이고, 정책을 봤을 때 오로지 재벌, 대기업, 자본만을 위한 정책이 일관되는데, 지금 시대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정말 힘들게 살아가고 있으니까. 과연 이런 정당이 필요한가. 그런 정당은 민주당 정도로 족하다.

▲시민을 만나고 있는 최창진 예비후보. [사진=노동당 제공]
▲시민을 만나고 있는 최창진 예비후보. [사진=노동당 제공]

Q.선거 복장이 새누리당이랑 비슷한데, 재미있는 일도 있을 것 같다.
A.정말 좋은 질문이다. 오늘(15일) 오전 출근 선전을 하는데 아는 선배가 지나다가 내 뒷모습을 봤단다. 그런데 붉은 옷 입은 것만 보고 새누리당으로 출마했다고 생각했는지, 왜 노동당 선전전 하는데 같이 있느냐고 하더라. (웃음) 아직 번호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본선에서 헷갈리는 사람들을 만나면 “색이 똑같으니까, 이번엔 5번 빨간색 찍으면 된다”고 말할 생각이다. (웃음) 사실 무슨 색을 쓸지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 당 상징이 빨간색인 이상, 포기할 수 없었다. 우리의 정책, 내용의 선명성으로 가자고 결정했다.

Q.마지막 질문이다. 이번 선거의 목표는?
A.총선이 하나의 종착역이 아니다. 이걸 통해서 사회운동의 힘을 기르고 대안을 만드는 대중운동을 고민하고 있다. 정치를 통해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모이는 역할을 하고, 기본소득을 통해 ‘내가 이런 이야기를 당당히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유권자에게 전하고 싶다. 기본소득 운동을 일종의 사회운동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선거가 끝나면 기본소득과 관련한 제안을 지역사회에 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