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학관(관장 이하석 시인)이 지난 6월 작고한 지역 서정시인 문인수를 회고하는 기획전 ‘굿모닝, 문인수’를 4층 기획전시실에서 열고 있다. 지난달 9일 개막한 이번 기획전은 현재 방역 지침에 따른 현장 관람이 가능하고, 관람료는 없다.
전시는 ‘기억공간, 문인수’를 시작으로 ‘문인수, 시인의 기록’, ‘문인수의 시집들’, ‘문인수의 그림들’, ‘추억공간, 문인수’, ‘시로 기억하는 문인수’, ‘문인수의 동심’으로 구성됐다.
시인이 즐겨 쓰던 모자가 기념비처럼 서 있는 전시실, 주황색 벽면을 따라 들어서면 시인의 삶과 시 세계에 닿는다. 그의 생몰년으로 시작하는 왼쪽 벽에는 그의 시편에서 뽑은 구절들, 오른쪽으로는 이름이 익히 알려진 시인들이 문인수 시인을 기억하는 말을 전시했다. 그 정면 끝으로 시인이 가장 빛났을 어느 시절의 초상이 관람객과 눈을 맞추며 마중한다. 생전의 시인은 그렇게 눈을 보며 ‘굿모닝’ 하고 말했을 테다.
“바로 지금 눈앞의 당신, 나는 자주 굿모닝! 그런다.” / 문인수 ‘굿모닝’ 가운데
시인의 초상 곁 영상기록실 ‘기억공간, 문인수’에서는 김선굉, 문무학, 박방희, 박정남, 박주영, 박진형, 서정춘, 송재학, 신홍식, 엄원태, 윤일현, 장옥관, 장하빈, 정우영 등 함께 활동했던 작가들의 인터뷰와 시인의 활동 영상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문인수, 시인의 기록’은 문인수 시인의 자전 연보 ‘자화자찬, 나는’에 따른 연대표다. 경북 성주에서 1945년 6월 2일 태어난 시인은 그의 출생을 “말하자면 해방둥이다. 중요한 것은 해방둥이 중에서도 왜정강점기를 두 달 보름간이나 견뎌 낸 태생이라는 것”이라고 자전 연보에 적었다.
전시는 자전 연보를 따라 시인의 인생의 순간을 시간 순으로 보여주는데, 기록의 마지막은 2016년의 일로 “10월엔 대구시 문화상(문학 부문)을 수상하였다. 12월에 목월문학상을 수상하였다”로 맺었다. 그해 12월 파킨슨병으로 이미 혼자 서있기도 힘들었던 시인은 경주에서 열린 제9회 목월문학상 시상식에 아들과 같이 참석했다.
그의 마지막 생의 기록은 지난 6월 7일, 아내 전정숙 여사가 건넨 인사 ‘굿모닝 여보, 여보 굿모닝’를 들으며 땅에 심긴 때였다. (관련기사=“가볍고 가벼워서 짐이 없는” 몸으로 돌아간 문인수(‘21.6.11))
이하석 관장은 전시 서문에서 “문인수 시인이 작고한 지 어언 5개월이 지나 대구문학관이 그의 부재를 애도하는 전시를 가진다. ‘절경은 시가 되지 않는다’며 사람만이 절경이라 믿었던 그는 생애를 고스란히 엮어서 삶의 시의 절경을 빚어놓았다”며 “시인이 가시고 혹여 기억들이 흩어질까 하여 집을 찾아 그가 남긴 것들을 담아왔다”고 말했다.
“절경은 시가 되지 않는다. 사람의 냄새가 배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이야말로 절경이다. 그래, 절경만이 우선 시가 된다.” / 문인수 시집 <배꼽> 시인의 말에서
이번 전시는 시인의 첫 시집 <늪이 늪에 젖듯이>(1986, 심상시인선)와 마지막 시집 <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창작과 비평, 2015)를 비롯한 그의 시집 11권과 취미로 그린 그림, 수집한 수석, 남긴 사진과 유품 등 50여 점을 내년 2월 6일까지 전시한다.
정용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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