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노태우 기념관? 전직 대통령법상 근거 희박하지만···

문희갑 등 전 공직자들 기념관 건립 주장
대구참여연대, “시대착오적, 히틀러 기념관도 세울 건가?

11:23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이후 노 씨를 기리는 기념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국가가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에 예산을 집행할 수 있지만, 노 씨의 경우엔 전직 대통령 예우 자격을 박탈된 상태여서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 씨 기념관 건립의 불씨는 <매일신문>을 통해 지펴졌다. <매일신문>은 지난달 28일 온라인판, 29일 지면을 통해 전직 대구경북 시장 및 시의원의 노 씨 기념관 건립 주장을 소개했다. <매일신문>은 2015년 대구시의원으로서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기념관 대구 건립을 주장한 박일환 전 시의원 입을 통해 기념관 건립 필요성을 언급했다.

<매일신문>은 이들 외에도 박승호 전 포항시장, 문희갑 전 대구시장 등의 기념관 건립 필요성 주장도 소개했다. 박 전 시장은 “미국은 각 대통령의 고향에 기념관과 도서관 등을 짓고 평생을 기념한다”고 말했고, 문 전 시장은 “대구가 배출한 유일한 대통령”이라며 “역사 속에 사장되게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대구참여연대는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반란과 학살의 원흉을 국가장으로 예우하는 문재인 정부도 못마땅한데 ‘기념관’이라니 제정신인가”라며 “참으로 시대착오, 가치 전도의 극치이자 몰역사적 사고가 아닐 수 없다”고 힐난했다.

이들은 “이런 논리라면 히틀러 등 걸출한 독재자를 배출한 나라들도 그들을 기념하는 기념관을 세울 일”이라며 “노태우 씨는 대구 시민이 기념하고 자부해야 할 인물이 아니다. 항일의병운동과 독립운동, 2.28 민주화운동의 도시 대구야말로 대구 시민의 자부심이다. 반란자, 학살자의 고향이 대구라는 것은 대구 시민으로서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 대구 동구 신용동 용진마을에 노태우 씨 생가 앞에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조정훈 기자)

대통령 퇴임 또는 사후에 그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관 건립 주장과 반대 논란은 매번 있었다.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념관은 서울과 각 대통령 고향 땅 등에 우후죽순 세워져 있다. 이를 짓는데 들인 비용만 해도 합하면 수천억에 달한다.

정부가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에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는 전직 대통령법에 있다. 이 법 5조의 2(기념사업의 지원)에는 ‘민간단체 등이 전직 대통령을 위한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정했고, 시행령에서 구체적으로 전직 대통령 기념관 및 기념 도서관 건립 사업을 지원 가능 사업으로 꼽아두고 있다.

노 씨의 경우 내란죄 등으로 금고 이상 실형을 받아 경호 이외에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는 박탈된 상태여서 이 법에 따른 지원은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구 동구가 여러 차례 예산을 들여 노 씨 생가 복원 사업 등을 하기도 해서 지자체가 별도로 조례 등 근거를 만들고 사업을 벌일 수 있고, 민간에서 추진하는 것까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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