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노동자 직접 고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아사히글라스(AGC화인테크노한국주식회사)에 부과된 과태료 17억 8,000만 원을 취소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검찰도 이에 항고하지 않아 법원 결정이 확정됐다. 아사히글라스는 파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형사재판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항소심 재판이 예정된 상황이며, 해고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도 패소해 항소심 재판 계류 중이다.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1단독(재판장 손현찬)은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 부과한 과태료를 취소하라며 아사히글라스가 제기한 과태료 재판에서 아사히 측 주장을 인용해 지난달 18일 과태료 부과 취소를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아사히글라스가 파견법을 위반해 해고자를 고용할 의무가 있는지에 대한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주된 취소 이유로 삼았다.
재판부는”직접 고용 의무 전제가 되는 근로자 파견 여부의 규범적 판단에서 원처분청이 과태료를 부과할 당시나 그 이후 주무 행정청이나 수사기관, 법원의 판단이 변경되거나 서로 상충되는 등 관계기관의 유권적 해석이 분분하였고, 아직 최종적인 판단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파견근로자 직접 고용의무는 해당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할 경우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며 “이 사건에서 근로자 178명 중 고용의 의사표시를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23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이 이미 희망퇴직을 하고 자발적으로 사직했거나 별도 합의를 통해 모두 고용 의사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은 “이번 판결은 소송에서 최종 확정판결이 나온 후에야 행정기관이 처분할 수 있다는 말로, 노동청의 권한을 무력화하는 내용”이라며 “행정청의 역할은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마나 한 기관으로 여기는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2017년 구미고용노동지청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178명을 2017년 11월 3일까지 직접 고용하라”는 노동부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아사히글라스에 과태료 17억8천만 원을 부과했다. (관련기사=‘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직접고용 지시 불이행…과태료 17억8천 부과(‘17.11.29)
한편 과태료 재판은 비송사건(소송이 아닌 사건)으로 행정소송과 별도이며, 과태료 재판의 결과에 대해 당사자나 검사가 즉시항고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즉시항고 없이 확정됐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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