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구의회가 최근 대구시의회와 기초의회 중 가장 먼저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를 제정했다. 다만, 서구의회는 인권 조례 제정에 과민한 극우단체 반발을 회피하기 위해 ‘노동인권’ 대신 ‘근로 권익’으로 표현을 바꿔 조례를 제정했다. 표현만 다를 뿐 내용적으론 노동하는 청소년의 권리를 단체장이 보호하고 교육하도록 하는 기존 노동인권 조례 내용을 대부분 담고 있다.
지난 22일 대구 서구의회는 230회 임시회에서 ‘청소년 근로권익 보호 및 증진 조례’를 반대 의견 없이 원안 가결했다. 조례는 지난 2013년 김포시의회가 전국에서 가장 먼저 제정한 ‘청소년노동인권조례’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청소년 노동자의 노동 권리를 보장하고, 이들에 대한 교육도 단체장이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서구 조례를 보면 특히 잦은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특성화고등학교 재학 청소년에겐 우선적으로 ‘근로권익’에 대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청소년 근로권익 보호 및 증진 사업 추진을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이나 청소년 근로환경을 점검, 계도하는 ‘청소년 근로권익지킴이’를 운영할 수 있는 규정 등을 뒀다.
조례를 대표발의한 이주한 서구의원(더불어민주당, 비산2·3·4·6, 평리1·3동)은 조례를 제정해 실제로 지역 청소년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청소년기본법이나 여성부, 노동부에서 근로, 권익이란 표현으로 같은 사업을 해오고 있다. 명칭의 문제보다 조례의 실제적인 시행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인권’이란 표현만 들어가면 반대단체에서 심하게 반대를 하곤 했다. 내부 논의 끝에 근로 권익으로 표현하기로 했고, 실제로 반대단체로부터 한 건의 항의 문자도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같은 시기에 중구의회에서 ‘중구 청소년 노동 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안’이 발의됐지만 반대 단체 반발에 부딪혀 상임위원회도 넘어서지 못하고 부결됐다.
한편 지역 인권운동단체는 지역 첫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 제정은 환영하지만 명칭 문제를 제기했다. 인권운동연대는 논평을 통해 “‘근로권익’ 명칭은 청소년 노동을 시혜적인 시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청소년 노동’이라는 명칭 개정을 통한 명실상부한 청소년노동인권조례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청소년노동인권조례 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대구시의회와 기초의회는 청소년노동인권조례 제정 과정에서 부결시킨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뿐 아니라 진정어린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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