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한국게이츠 해고노동자들이 대구시청 로비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 이후 1년 넘게 ‘한국게이츠 흑자폐업 저지’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한국게이츠가 달성1차산업단지 내 공장 부지 처분 마무리 단계에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대구시가 이 과정을 몰랐을리 없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1991년 달성1차산업단지 부지를 매입해 자동차 부품을 생산한 한국게이츠는 미국계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최대 주주로 있는 외투기업이다. 2000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게이츠가 벌어들인 순이익금은 약 1,041억 원이고, 같은 기간 주주 배당은 1,009억 원을 했다. 순이익 대비한 배당 성향이 96.9%에 달한다.
해고노동자들은 한국게이츠가 그간 보여온 배당 성향이나 폐업 과정에 미루어 장기간 사업을 지속할 의지가 없었다고 본다. 공장부지 마저도 대구은행에 60억 원 대출을 받아 매입한 만큼 거의 돈을 들이지 않고 이익만 취하고 나갔다는 거다. 최근에는 이 부지마저도 매각 절차를 마무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구은행 대출금에 대한 근저당설정 등기가 지난 6일에 말소됐기 때문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한국게이츠 청산대리인 측이 달성산업단지관리공단으로 입주 문의를 한 차례 한 것으로 파악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이 입주하려는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 금속노조 대구지부 등은 성서1차산업단지에 공장을 둔 한 자동차 부품업체로 추정하고 있지만, 해당 업체는 강하게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게이츠가 부지 청산까지 끝내면 더 이상 해고노동자들이 국내에서 문제해결을 요구할 주체가 사라지게 된다. 때문에 이들은 외투기업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유대를 이어온 대구시와 정부에 대책 마련을 주문해왔지만 이 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대구시는 그간 노사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중재자’ 역할에 머물러 왔다.
대구시 일자리노동정책과 관계자는 “우리 시가 할 수 있는 게 실제로 없다. 노조와 소통을 안 한 것도 아니다. 노조가 회사와 협상도 못하고, 만나지도 못해서 우리가 중재 노력을 해왔지만 잘 되지 않았다”며 “그동안도 그렇고, 지금도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투기업이 우리 시에서 특혜만 받고 나간다고 하지만 한국게이츠는 달성군이 경상북도 시절일 때 들어와서 우리 시하곤 한 번도 접촉이 없었다”며 “말하자면 기업 활동을 하고 나간건데, 우리 시하고도 접촉을 안 하려고 한다. 우리도 너무 답답해서 청산대리인을 통해 노조와 협의를 노력해왔다”고 덧붙였다.
부지 매입 기업에 대해서도 “알 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사인 간 거래를 대구시에 알릴 의무도 없다. 공단에 들어온다면 입주 신청을 할 것이고 입주 신청을 하면 알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 금속노조 대구지부 등은 이날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 지역 노동자들은 이 문제에서 대구시가 의미 있고 정확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20일 총파업 대오가 대구시청을 향할 것”이라며 “대구시는 팔짱 낀 손을 풀고 제대로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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