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끝) 잘하도록 제도 지원, 못하면 패널티 부과해야

10:21

[코로나19 여파로 대구시와 8개 구·군 기초의회 국외공무 연수도 멈췄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기 직전까지 다녀온 연수는 과거보다 좀 나아졌을까. <뉴스민>은 대구시의회와 대구 8개 구⋅군의회가 지난 2018년 8월부터 2021년 8월까지 다녀온 31개 국외공무연수 보고서를 분석했다.]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예천군의회 사태 이후 달라졌을까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1) 대구중구의회 보고서 표절률 1위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2) 표절률 27%-6%로 차이 큰 달서구의회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3) 19명 간 수성구의회, 보고서 소감은 3명만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4) 대구 동구의회, 의장 인사말·성과까지 베꼈다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5) 대구 서구의회, 달서구도 베낀 보고서 ‘복붙’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6) 좋은 보고서 쓴 대구북구의회, 하지만 소감 표절도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7) 대구시의원, “직원이 보고서 쓰지, 의원이 쓰는 경우 있나?”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8) 민주당 의원 참여 따라 달라진 대구남구의회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끝) 잘하도록 제도 지원, 못하면 패널티 부과해야

지난 17일 기초의회 공무국외연수 보고서 분석 시리즈 첫 기사가 나가자, 이정현 대구 남구의원은 <뉴스민>에 연락을 해왔다.

기사 잘 봤습니다. 연수 제도에 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이정현 의원은 정연우 남구의원, 북구의회 의원들과 스위스 등지로 2019년 공무국외연수를 다녀왔다. 직접 기획하고, 준비해서 수행공무원 없이 전문가와 함께 다녀온 연수였다. 유일무이한 연수 사례였고, ‘좋은 사례’로 인터뷰 요청을 하려던 차였다. 인터뷰 약속을 잡고 당시 연수 준비 과정, 제도상 맹점, 대안 등에 관해 1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 대구 남구의회 이정현 의원. 지난달 28일 남구의회 의원 사무실에서 공무국외연수 준비 과정, 현재 연수 제도 문제, 대안 등에 관해 1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영수증 첨부한 보고서가 하나도 없는 이유

이 의원은 연수와 관련해 참고할 서류 몇 가지를 챙겨 보여줬다. 그중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따른 여비 지급 범위와 여비 규정도 있었다. 이 의원은 여비 규정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2019년 중반 대구시의회, 8개 구군 모두 공무국외연수 조례(규칙)을 개정해 공무국외연수 보고서 작성 가이드 라인이 생겼다. 방문지 확인을 위한 영수증을 첨부하라는 언급이 있지만, 확인 가능한 의회는 없었다.

보고서에 왜 영수증 증빙을 안 하냐고 지적하셨죠?
연수 비용 제도 구성을 보면, 사실상 영수증 첨부가 불가능하게 되어 있어요.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르면 국가 및 도시 구분에 따라 일비, 숙박비, 식비를 지불한다. 섭외에 따른 비용, 가이드나 통역, 입장료 등이 포함되지 않다 보니 연수단 앞으로 책정된 전체 비용에서 쪼개 부대 비용을 부담한다. 규정 외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다보니 참여 의원 여비를 모두 합해서 지출하는 구조다. 이정현 의원은 “연수에 현실적인 비용이 책정되어 있지 않다 보니 영수증 첨부를 하고 싶어도 못한다”며 “관련 가이드 라인에 영수증 첨부를 하라고 했지만, 현실과 너무 괴리된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이 참여한 연수단도 자부담을 했다. 이 의원은 “저희가 직접 예약을 하고 경유 티켓을 구매하는 등 저렴하게 예산을 잡아도 전문가 섭외로 비용이 초과했다”며 “연수에 참여한 의원들이 몇 십 만원 정도 추가 비용을 냈다”고 말했다.

이어 “현지 물가가 비싸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아침, 저녁은 숙소에서 직접 해먹고, 렌트카를 빌려 2명이 번갈아 가면서 운전을 했다”며 “동행 직원이 있었다면 운전이나 일정 관리 등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자체적으로 해결하느라 힘들었다. 일정 자체에 집중해야 하는데, 피로감도 컸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이 의원은 자신들이 간 연수를 무조건 추천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이 의원은 “연수 자체는 많이 보고 느끼고 배우고 돌아온 소중한 경험이었다. 정해진 예산 안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느라 에너지가 많이 소모됐다”며 “그나마 저를 포함한 젊은 의원들은 배낭여행 경험도 있고, 언어도 문제가 없어서 준비 과정, 현지 상황 등에서 큰 무리가 없었던 것 같다. 이렇게 했으니까, 다른 의원들도 그렇게 하라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전문가 동행이 공무국외연수의 ‘신의 한수’라고 했다. 그는 “관심 있는 지방자치 쪽으로 주제를 잡고, 지방자치학교 프로그램 강사로 안면이 있던 전문가인 안권욱 교수님에게 부탁하게 됐다”며 “교수님께서 그 지역에서 실제로 몇년간 지내시기도 해서 지역을 잘 알고 계셨다. 현지 방문지 섭외, 통역에서부터 현지문화, 일정이 빌 때는 숙소에서 특강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여행사를 통한 정해진 방문지가 아닌 관심 있는 주제로 기획을 하고, 그에 맞는 전문가를 섭외했기 때문에 내실있게 진행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2019년 5월 15일부터 8박 10일 남구의회 이정현(더불어민주당), 정연우(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북구의회 안경완(더불어민주당), 유병철(무소속), 한상열(더불어민주당), 김지연(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연수단을 꾸려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일대로 공무국외연수를 다녀왔다. 라우에넨 게마인데 하우스 세미나가 진행 중인 모습. [사진=이정현 의원 제공]

표절률과 좋은 보고서의 상관 관계
‘능력 안 되는’ 기초의원 많은 탓

보고서 표절률은 정량평가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볼 수 있는 정성평가로 곧장 이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표절률이 낮을수록 보고서 내용은 풍부했고, 충실한 보고서일 확률이 높았다. 실제로 이정현‧정연우 대구 남구의원과 북구의원들이 쓴 보고서는 표절률도 낮고, 내용도 충실했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회의원에 비해 지원 인력이 적어 연수 과정이 힘든 점은 이해가 간다. 기초의원 역량이 부족해 보고서를 작성할 능력이 안되니까 여기 저기서 베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도 “연재 기사를 보면서 목적 의식도 없고, 절차도 미비한 기초의회 차원의 해외연수를 굳이 가야하나라는 회의감이 든다”며 “내용이 없는데 보고서만 그럴듯 하게 써도 문제고, 실제로 보고서도 쓸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을 뽑은 탓”이라고 말했다.

잘못된 관행, 어떻게 고쳐야 할까
천편일률적인 방문지 대신 기획하고, 쓰는 연수로

좋은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목표, 계획이 있었다. 그러나 다수는 여행사 등 업체에서 선정한 방문지다보니 비슷한 일정이었다. 그렇다 보니 다른 의회 보고서 등에서 ‘복사-붙여넣기’하는 일이 나왔다.

▲ 대구 북구의회가 싱가포르에서 공무국외연수 중 오‧폐수 정화시설인 뉴워터 팩토리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싱가포르는 북구의회를 비롯해 수성구, 달서구, 대구시의회 등 5번이나 방문했고, 방문 방문지도 비슷했다.

지방의원들도 현행 공무국외연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초의회에서 진행하는 국외연수가 전문성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 마련을 요청했다.

김희섭(더불어민주당) 수성구의원은 “의회 차원에서 섭외하는 과정이 쉽지 않더라. 그러다보니 실제 가고자 했던 공공기관 방문을 하지 못했었다”며 “외교부 차원에서 협조 공문을 보내주는 등 제도적으로 공무국외연수 방문지가 제대로 마련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정현(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018년 일본에 갔을 때, 통역하시던 분이 의회 배경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니까 계파 정치, 회파 정치 등 용어 구분을 어려워 하시더라”며 “여행사를 통한 통역 겸 가이드 분들은 주로 관광지 위주니까 한계가 있다. 그런데 전문가 섭외 비용은 현재로선 없는 상황이다. 연수 프로그램 전문성 확보를 위해 의회 차원에서 고민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시민들의 견제와 감시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영순(무소속) 대구 서구의원은 “의원들 입장에서 공무국외연수가 대부분 구민들에게 비판적으로 비춰지다보니 조심스럽고, 부담스럽다”며 “너무 나쁘게만 보지마시고, 관심 있게 지켜봐주시면 잘못된 관행들이 바꿔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연합 사무처장은 “견제와 감시를 할 수 있는 절차와 보완이 더 필요하다. 연수단에 전문가, 시민 등이 동행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보고서 표절 등이 나온 의원들은 정당 차원에서 책임을 지고, 공천에 불이익을 줘서 책임 있는 의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하혜수 교수는 ‘미워도 다시 한 번’ 제도의 취지를 잘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아무나 보내는 것이 아니라 사전 심의 과정을 통해 제대로 준비해서 국외연수를 갈 수 있도록 하고, 돌아와서도 공개 보고회 등을 통해 점검받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며 “국외연수 제도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은 바람직하지 않다. 원천적 봉쇄보다는 미래지향적 시각에서 잘 안되는 부분은 패널티를 적용해 제도를 자정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