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은 ‘복지’일까요?···지급 과정이 시끄러웠던 까닭

<대구를 바꾸자! 2022년 시대전환 아카데미⑤>
‘한국복지의 진단과 대안적 복지 전망’

11:34

여러분은 복지를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제가 학생들에게도 수업을 하면서 물어봅니다. 그럼 다들 협소한 영역으로 생각해요. 복지는 삶과 관련된 전반의 다양한 영역으로 봐야합니다.

<뉴스민>과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2‧18안전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한 ‘2022년 시대전환 아카데미’ 시리즈 5회차 강연이 30일 오후 2시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열렸다. 이진숙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한국복지의 진단과 대안적 복지 전망’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 교수는 대구의 복지 환경을 진단하고, 복지 정책이 나아갈 길을 제언했다.

▲ 30일 오후 <뉴스민>과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2‧18안전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한 ‘2022년 시대전환 아카데미’ 시리즈 5회차 강연이 진행했다. 이진숙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복지환경을 진단하고, 나아갈 길을 제언했다.

먼저 이진숙 교수는 개인주의적 가치관의 확산, 핵가족화, 계층양극화 등 생활 환경 변화에 우리 사회 대응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팽창 사회에서 수축사회로 전환 과정에서 개인‧가족에 친화적이지 못한 사회적 환경과 정책이 삶의 질 향상을 돕지 못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재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복지 정책을 적절하게 실현하기 위해서는 가치와 비전을 세우고, ▲대상 ▲재원 ▲전달체계 ▲급여의 구조화, 시민욕구에 부합하는가를 따져야 한다고 했다. 또 중앙정부와 각 지방정부 간 현금과 서비스, 정책적 대상, 재정과 전달체계 등 분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구체적인 ‘사회안전망’으로써 복지 제도를 설명했다.

복지는 크게 소득 보장과 의료 보장으로 나뉩니다. 질병, 부상 치료로부터 1차 안전망인 건강보험은 잘 아실 거예요. 출산육아, 사고, 장애 등 사회적 위험에서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등 사회보험이 1차 안전망이 소득보장을 돕습니다. 대부분 여기서 ‘사회 안전망’이 거름망 역할을 합니다. 걸러지지 못하면 2차 안전망인 국민기초생활보장(공공부조)가, 그 다음에는 긴급복지지원인 3차 사회안전망이 있고요.

최근 5차 재난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불거진 복지 정책 거버넌스 구조의 문제도 언급했다. 이 교수는 “상위 12%를 제외하고 지급하면서 자체 지급한다는 충남도 같은 지자체가 나왔다. 그런데 그 안에서도 재정자립도가 낮은 군들은 ‘못 주겠다’고 반발하는 일이 생겼다”며 “정책이 제대로 설계가 되지 않아 지급 과정에서 문제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강연 중인 이진숙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현재 한국 복지 환경에 ▲저출산-고령화의 인구 구조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 ▲빈곤율 개선 부족 ▲고용, 주거, 교육 양극화 ▲사회 이동성의 부재와 공정이슈 등이 놓여 있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이런 복지가 필요한 기준에서 대구가 적극적인 복지 정책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통계청 자료 등을 근거로 대구가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폭이 가장 크고(1.5% 감소), 고령 인구가 증가(2.4%)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인구 감소의 원인은 저출산과 청년 인구의 유출이다. 이 교수는 “세종시가 삶의 만족도가 56.7%고, 대구는 35.6%에 불과하다. 전국 평균 40.8%와 비교해도 낮은 편”이라며 “대구 시민의 근로 여건 만족도(24.4%)도 서울(30.5%), 대전(31.5%)과 비교해 낮다”고 말했다.

이어 “경력 단절 여성 비율, 절대 빈곤층이 다른 지자체 평균보다 높고, 독거 노인의 급속한 증가 등이 수치로 확인된다”며 “지표로 확인 가능한 ‘약한 고리’를 튼튼하게 하기 위한 복지 정책에 관심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현재 대구 복지 정책에 대한 아쉬움도 표했다. 대구의 저출산 고령화 사회 대비 자체 예산은 전국에서 경기, 서울 다음으로 규모가 크지만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생애주기별 예산 규모에서 영유아와 청년에 대한 지원 예산이 상대적으로 적다”며 “이것저것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효과가 떨어지고, 백화점식 구성에 그친다”고 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복지제도는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할까? 이 교수는 정책의 보편적 확산과 욕구의 개별화를 조합한 가치와 비전을 요청했다. 새로운 감염병 위험, 제4차 산업혁명, 초연결사회, 플랫폼 노동 등 사회 변화를 반영하는 복지 정책의 장기 발전 계획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처음 경험한 재난지원금은 유래가 없던 새로운 복지였다”며 “복지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많은 사람이 복지를 체감하는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빈곤을 해소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욕구의 다양성을 충족시키는 복지가 연속성 있게 실현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지역사회는 돌봄 서비스 질을 제고하기 위해 단순 위탁 사업이 아닌 공공성 강화 모델을 위해 가야한다고 했다. 제공 주체의 역량 강화, 스마트 돌봄체계 구축 등을 통한 돌봄 내실화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 강연 후, 이진숙 교수와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청중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이어 지역에서 오랫동안 복지 시민 운동을 해온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의 보조발제가 이어졌다. 은 사무처장은 “OECD 평균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복지 지출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할 때, 토건 사업을 빼놓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개발주의에 골몰한 토건 정책 대신 빈곤 문제를 해소하는 복지 정책으로 선회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은 사무처장은 “선거철마다 토건공약이 남발된다.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도 마찬가지 상황이 재연될 것”이라며 “토건 경쟁으로 시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복지 문제가 밀려나고, 지역 간 다툼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한편, <뉴스민>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2‧18안전문화재단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다가오는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위한 시대 전환 과제를 모색하는 시리즈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를 바꾸자! 2022년 시대전환 아카데미’는 부동산, 공공의료, 교육, 안전, 청년, 복지, 자치, 젠더, 환경, 건강 주제를 차례로 지난 8월 26일부터 격주로 진행하고 있다. 다음 회차는 내달 14일과 27일에 예정돼 있다. 14일은 <뉴스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한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