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청이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10월 3일까지 동성로 야외무대 문화행사 신청을 제한하고 있지만, 정치인들의 행사에는 제약이 전무해서 고무줄 잣대라는 비판이 나온다. 신청하지 않고 무대를 사용한 정치인에게는 어떤 조치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국회의원은 13일 오후 3시부터 동성로 야외무대에서 ‘대구경북 재도약 5대 비전 발표’ 행사를 진행했다. 홍 의원은 소형앰프와 연결한 마이크를 잡고 15분 간 발표했다. 행사 30분 전부터 무대 주변에 취재진을 위한 간이의자를 설치했고, 홍 의원 캠프 관계자, 지지자, 취재진까지 100여 명이 모였다.
동성로 야외무대는 정치인들이 대구를 방문할 때 자주 찾는 곳이다. 지난 11일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무대에 올라 몰려든 지자들에게 가벼운 인사를 전하기도 했고, 대선 기간에는 주요 후보들이 번갈아 가며 이곳에서 대규모 연설회를 가지기도 했다.
문제는 이곳 이용을 관리하는 중구청이 최근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문화행사를 불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의 방문과 이용에는 전혀 제약을 두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중구청에 따르면 홍 의원 쪽에서 야외무대 사용 사전 신청은 없었다.
이전에도 정치인들이 신청하지 않았다면 홍 의원 측이 잘못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중구청이 방역을 이유로 문화공연을 하지 못하게 했다면, 인파가 몰려드는 정치인 행사 역시 마찬가지로 관리해야 할 일이다.
중구청 문화교육과 관계자는 “공문, 사용신청이 들어온 것은 없었다. 이전에 정치인들이 방문할 때도 사전에 신청은 없었다”고 말했다. 야외무대 무단 사용 시 조치는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중구청 관계자는 “과태료나 행정명령 등을 한 적은 없고, 근거도 없다. 다만, 민원이 들어오면 담당하는 직원이 현장에서 시정하도록 하는데 월요일(13일)은 휴무일이라 다른 조치를 못했다”고 말했다.
야외무대를 활용해왔던 문화예술인들은 중구청의 태도를 비판했다. 코로나19 방역 단계가 유지되면서 이미 예약한 행사도 10월 3일 이후로 다 연기됐다.
대구지역 문화예술기획자 A 씨는 “야외무대는 지역민들의 문화 향유, 문화예술인들의 기획 발판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관리 주체인 중구청이 정치인과 문화예술인에게 이중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며 “정치인들이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해서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 문화예술 공연을 하지 못하게 할 근거도 명분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