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원전 내 방사성 물질 유출이 확인됐다며, 원인 파악과 외부 환경 유출 검증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일부 국회의원은 월성원전 방사능 유출이 “광우병 괴담과 유사하다”고 일축한 바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월성원전 삼중수소 민간조사단·현안소통협의회는 10일 월성원전 삼중수소 유출 관련 조사 경과를 발표했다. 원안위는 지난 1월 월성원전 부지 내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3월 조사단을 구성해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1997년, 2010년, 2012년에 진행된 월성원전 1호기 사용후핵연료저장조(SFB) 차수막 보수공사 과정에서 SFB에 손상이 확인됐다. 조사단은 SFB 손상으로 누설수 포집 기능 등이 저하되거나 일부 기능을 상실했다고 설명했다.
SFB는 차수막 손상 외에 다른 결함도 발견됐다. SFB 벽체의 에폭시(플라스틱 수지) 방수성능 결함, 벽체 시공이음부 냉각수 누설 등이 확인됐다. 이에 조사단은 “저장조 벽체 4면 중 남측 1면만 파악된 상태인데 바닥슬래브는 지금까지 내부 에폭시 보수 공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누수량이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결함이 발견된 SFB 주변 토양과 물에서 방사성 핵종도 검출됐다. 토양 시료에서는 감마핵종(Cs-137)이 최대 0.37 Bq/g 검출됐으며, 물 시료에서는 삼중수소가 최대 75.6만 Bq/L, 감마핵종(Cs-137) 최대 0.14 Bq/g이 검출됐다. 감마핵종이란, 감마선을 방출하는 원소다. 감마핵종인 Cs(세슘)-137은 원전의 핵분열 과정에서 생성되는 원자다. 지표나 담수를 통해 생태계에 확산할 수 있으며, 이를 사람이 섭취하면 방사선에 의한 내부피폭 가능성이 있다.
조사단은 1997년 SFB 차수막이 원설계와 달리 시공돼, 그 시점부터 차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 것이 유출 원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조사단은 SFB 외에도 월성원전 3호기 터빈갤러리 맨홀에서도 최대 71.3만 Bq/L의 삼중수소가 검출됐고, 1호기 터빈갤러리 바닥 침전물에서 감마핵종이 검출됐다며, 검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부환경 유출 여부에 대해서 조사단은 지하수 흐름 분석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현재로는 외부환경 유출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우며, 정밀조사를 해 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한수원이 조사에 비협조적이라고도 지적했다. 조사단은 “한수원이 협의 없이 조사 대상의 1호기 SFB 차수벽과 차수막을 제거해 상태 확인이 어렵다”며 “방사성 물질 환경 유출 조사를 위해 추가 시추공으로 지하수를 분석해야 하는데 시공이 늦어져 조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한수원이 제공한 자료에 선명하지 않은 도면이 있어 구조 파악에 어렵고, 답변자료 제출도 더뎌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사단은 향후 조사 계획으로 ▲1호기 SFB 상태 확인 ▲SFB 차수막 성능시험 ▲지하수 조사 분석 등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1월 <포항MBC>가 월성원전 삼중수소 유출 논란을 보도하자 김석기(경북 경주시), 이철규(강원 동해시·태백시·삼척시·정선군), 김영식(경북 구미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월성원전을 방문했다. 이들은 원전이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석기 의원은 “광우병 괴담이 생각난다. 정치적 악의가 있다. 월성1호기 강제 폐로와 관련해 경제성 조작이 있고 범죄 혐의가 있어 수사의 칼날이 정권 핵심으로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선거를 앞두고 물타기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월성원전 온 국민의힘, “광우병 괴담 생각 나”(‘21.1.14))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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