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고3 정유엽 씨가 코로나19로 오인 받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숨진 경북 경산시에서 공공병원 건립을 위한 초동적인 움직임이 시작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정유엽사망대책위’는 본격적으로 공공병원 건립 운동을 추진하기에 앞서 27일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경산 공공병원 설립’을 주제로 한 내부 토론회를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토론회는 이상윤 건강과 대안 책임연구위원(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과)이 경산의 의료 현황을 분석하는 발제로 시작했다. 이상윤 연구위원은 경산시의 지역보건의료계획 보고서를 근거로 “경산시는 병원이 적은 건 아니지만 의료 질이 높다고 보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그는 “의료 전문가 눈으로 볼 때, 혈관질환, 흔히 말하는 중풍이다. 또 심장질환, 심장 발작이나 마비를 말하는데, 혈관질환, 심장질환으로 돌아가시는 분들이 전국 평균보다 많고, 경북 다른 지역보다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건 대표적으로 의료계에서 쓰는 의료 지표 중 하나다. 지역 의료 시스템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라며 “심장병이나 중풍은 골든타임이 있다. 적기에 치료를 받으면 죽는 사람을 굉장히 줄일 수 있다. 그래서 이 부분이 지역 시스템이 얼마나 갖춰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의료 질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후위기 등으로 인한 재난이 잦아질 경우 경산은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기후위기는 폭염뿐 아니라 다양한 자연 재난을 특징으로 한다. 재난 대응은 민간의료기관이 하지 않는다.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산을 포함해 다양한 지역에서 재난 대응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경산의 의료 공공성을 높여 재난 대응을 비롯한 의료 질을 높일 수 있을까? 이 연구위원은 크게 두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하나는 기존의 만간병원의 공공성을 높이는 방안이고, 다른 하나는 공공병원을 짓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의뢰로 국립중앙의료원이 2019년 실시한 ‘책임의료기관 지정 및 육성 전략 연구보고서’를 보면 경산은 인근 경주, 영천, 청도와 함께 경주권역으로 중진료권이 구성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주권은 중소도시 진료권 중 의료자원이 부족하면서 건강수준도 열악한 곳으로 꼽힌다.
구체적으론 뇌혈관 인증기관 부재, 응급·심혈관·뇌혈관 건강수준이 열악하다. 때문에 진료기능 강화 및 연계기능 강화를 통해 건강수준을 개선해야 하고, 응급·뇌혈관 필수의료 인프라 구축 검토가 필요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그러면서 지역책임의료기관은 경북 내 다른 5개 중진료권과 다르게 민간병원을 공모 지정할 곳으로 꼽았다.
이 연구위원은 “새로 짓는 것보단 가능하다면 그 병원을 고쳐 쓰는 게 좋으니까 그런 방향을 시도하는 지역”이라며 “예를 들면 경산중앙병원을 어르고 달래서 공적 역할을 할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지역에서 판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공공병원 건립을 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고 정유엽 씨의 아버지 정성재 씨는 “벌써 이렇게 1년 반을 달려왔다. 일개 개인의 가족사가 아니고 우리 사회에서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되어서 지금까지 목소리 내면서 달려왔다”며 “민간병원이 경산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그런데 공공의료에 대해선 불모지다. 토론회를 계기로 경산에 의료원이 설립될 수 있는 시금석의 역할을 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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