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김재연, “진보세력 불공정 지적 부족···노동중심 체제 교체 대선”

[인터뷰] ‘촛불’, ‘노동 중심’ 강조하면서 민주당 정부 비판
민주노총 중심의 ‘진보정당 연대’로 대선 완주 뜻 내비쳐
"2012년 문재인 지지 후 사퇴와 지금 상황은 달라"

10:54

지난 5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재연(40) 진보당 대표는 17일 저녁 대구경북지역 대선과 지방선거 합동유세를 위해 대구를 찾았다. 이 자리에 참석한 49명과 온라인으로 참여한 진보당 당원 대다수는 노조원이었고, 유세장도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대강당이었다. 유세 전 짬을 내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김재연 대표는 ‘촛불’, ‘노동 중심’과 ‘진보정당의 통합과 연대’를 강조했다. (관련기사=[영상] 진보당 김재연, “진보정당 역할 가지고 대선 완주하겠다”(‘21.8.19))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재연 진보당 대표는 17일 대구를 찾아 대구경북지역 대선, 지방선거 합동유세에 참석했다.

Q. 김재연 대표는 대구에서 태어나 중학생 시절까지 보냈다. 대구의 정치 지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대구경북이 보수화됐고, 지역주의가 단단하게 뿌리내려져있다고 알려졌지만 2017년 촛불정국, 2018년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서 대구경북 일대에서도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2020년 총선을 두고 다시 지역주의로 회귀했다거나 ‘역시 대구경북은 안 돼’ 이렇게 해석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촛불의 사회대개혁 요구가 정치공간에서 잘 반영되어야 한다는 열망이 국민들 표로 확인된 것이다. 2년 동안 잘못했던 민주당 정권, 민주당 후보들의 모습을 보면서 거기에 대한 표심의 반영이고, 대구경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진보정당은 대구경북지역에서 민심을 반영하기 위해 노동자, 농민들과 밀접하게 정치공간을 열어나가는 일을 꾸준하게 해야 한다. 민심에 대해서 성급하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Q. 김 대표는 대선 출마 이후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정의당’이 조국 사태 등에서 진보정당으로서 변별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진보당, 이전의 구 민중당에서도 검찰을 향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범죄 행위와 불공정성에 대한 문제 언급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정의당을 언급했던 것은 진보정당 전체가 야성을 잃은 것 아니냐, 변별력이 없다고 하는 대중들의 평가를 언급한 것이었다. 조국 사태는 2가지 양상을 다 띠고 있다. 윤석열 검찰 권력의 반기가 있었고, 또 하나는 불공정, 불평등 문제가 정부 여당 세력들 안에도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거였다. 민중당은 두 가지를 다 지적한 게 맞다. 불공정-불평등 문제를 더 강하게 제기하지 못한 것은 민중당뿐만 아니라 진보세력 전체가 부족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청년이나 비정규직 노동자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와 허탈감을 표시했다. 불평등 문제에 대해서 이 정권이 촛불의 요구를 받아 안지 못하는 상황은 진보정당이 아니면 누가 지적하고, 혼내고 개선할 수 있도록 이끌 수 있겠는가. 명백하게 역할을 해야 하는 몫이다.”

Q. 노동중심의 10차 개헌을 5대 비전 중 하나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87년 체제인데 34년 동안 노동을 둘러싼 한국사회 여러 지형이 대단히 많이 변했다. 특수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다양한 형태의 노동형태. 이런 것을 포괄할 수 없는 87년 헌법을 가지고 있다. 진보당은 국가비전에 대해서도 노동중심성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헌법 제1조는 노동중심의 자주평등공화국을 담고자 한다. 32조, 33조 보면 근로자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용어부터 노동자로 바꿔야한다. 지난해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이 국회에 전태일3법 국민동의청원을 제출했다. 헌법적 가치의 노조할 권리에서 빠진 사람들이 있다. 공무원의 노동기본권도 빠져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재연 진보당 대표는 17일 대구를 찾아 대구경북지역 대선, 지방선거 합동유세에 참석했다.

Q. 언급한 내용이라면 법률로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나. 노동권 보장이 안 되는 것이 헌법상의 문제라고 보는가?

“헌법은 시대정신을 담고 있다. 87년 헌법이 민주화라는 시대정신을 담고 있다면, 새롭게 만들어지는 헌법은 기성정당이 이야기하는 통치구조 개편 말고, 국가가 어떤 기능을 해야 하는가, 누구를 향해서 자기 역할을 해야 하는가 규명해야 한다. 51년 전 전태일 열사가 하루 14시간 일하는 평화시장 노동자 이야기를 했다. 지금 택배노동자가 하루에 14시간 일하고 있다. 바뀐 게 없다. 정권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친재벌-반노동 체제에 머물러 있었다고 생각한다. 얼마전,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되는 걸 보면 33년 전 지강헌이 유전무죄라고 말했던 것과 달라진 게 없다. 가치를 바꾸자는 이야기를 헌법 개정을 통해서 담아야 한다.”

Q. 노동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노동조합의 2~30대가 선배세대 노동조합 운영에 반기를 들고 있다. 예를 들면 국민건강보험콜센터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도 공정성을 이유로 노조원들이 반대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도 젊은 세대들의 노동조합이 새로 출범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해법이 있는가?

“원주 건강보험공단콜센터 노동자 농성현장에 다녀왔다. 세대 간의 갈등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 청년들이 채용 기회를 가지지 못한 문제가 비정규직 노동자 때문은 아니다. 착시현상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알려줘야 한다. 주 4일제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서 청년의 채용기회 확대, 일자리를 늘리는 것으로 해결가능하다. 또, 노동자들이 연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청년 세대는 태어나서부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나뉜 것만 봐왔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는데 지키지 않아서 유감스럽다. 임기가 끝날 때까지 노력하라고 요구하고 싶다. 노노갈등으로 비춰지는 상황에서 잘 설득하고, 세심하게 정리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다.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초유의 단식을 하면서 파업하지 말라고 협박하는 모습을 보면서 공공기관, 정부가 노동에 대한 상식이 없구나 생각했다. 그 역할까지가 정부와 공공기관의 몫이다.”

Q. 노동중심성을 강조하면서 ‘기본소득이 없어도 되는 노동’을 말했다. 기본소득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기본소득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이야기되는 기본소득은 대단히 부족하다. 기본소득이 없어도 충분히 채워낼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 불평등 구조는 소득의 불평등, 자산의 불평등 2가지다. 최저임금을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이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없애려면 노조할 권리가 급선무다. 자산의 불평등 문제는 부동산 양극화를 해결해야 한다. 진보당이 제시한 투기억제책, 불로소득을 취할 수 없도록 해서 사회임금 쟁취가 가능하도록 제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재연 진보당 대표는 17일 대구를 찾아 대구경북지역 대선, 지방선거 합동유세에 참석했다.

Q. 민주노총,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민중진영 대선 공동대응 논의가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에서 대선 공동대응기구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 진보당도 참여하고 있다. (정의당·진보당·녹색당·변혁당·노동당이 참여하고 있다) 9월 1일 기자회견으로 기구 준비상황을 국민들께 말씀드릴 것으로 알고 있다. 거대양당의 대선주자들을 보면 당내경선 과정에서 말폭탄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노동이라는 단어는 없다. 노동을 채워낼 수 있는 것은 진보정당이다. 진보정당 공동대응으로 대선에서 노동자 권리가 채워질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갈수록 민주노총을 탄압하고, 노동에 적대적인 정책으로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면 우려스럽다.”

Q. 내년 대선이 거대양당의 1대1 대결구도로 간다고 했을 때 2012년 대선처럼 막판에 민주당 지지 후 사퇴할 생각은 전혀 없는 것인가.

“2012년과 지금은 지형이 많이 바뀌었다. 이명박 정권 당시 수구보수정권을 더 이상 지속시켜서는 안 된다고 하는 국민적 열망이 높았고, 그 요구에 화답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그것을 성공시킨 것은 민주당이 아니라 촛불의 힘이었다. 지난 4년 동안 민주당 정부는 사회개혁 요구를 받아 안는데 실패했다. 지금 상황에서 단순한 정권교체, 인물교체는 촛불민심을 실현할 수 없다. 체제 교체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대선에 출마해야 한다. 진보정당 역할을 가지고 대선에서 완주하겠다는 결심을 갖고 있다.”

Q. 민주노총의 대선 공동대응기구에서 승리할 자신이 있는가.

“공동기구에 참여하고 있는 주체인만큼 진보정당의 통합과 연대는 더욱 깊어져야 한다. 원칙에 대해서는 변함없이 지켜나갈 것이다. 단순히 내년 대선 하나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향후 진보정당이 크고 넓어질 수 있도록 통합과 연대가 중요하다고 본다.”

천용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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