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코로나19 이후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대구시는 제2대구의료원 건립을 천명했고, 공공의료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겠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제2대구의료원 건립 추진을 앞두고 대구 공공의료를 ‘어떻게’ 강화하고, 지원할지, ‘무엇을’ 강화하고 지원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① 2021년 6월 현재, 대구의료원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② 진단, 대구 의료체계의 빈틈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③ 처방, 제2대구의료원이 나아갈 길은?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④ “제2대구의료원 건립, 큰 그림에서 고민해야”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⑤ “좋은 공공병원, 지자체 정책 의지가 중요해”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⑥ “공공병원, 잠재 응급환자 소화할 수 있어야”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⑦ “대구는 정말 의료 자원이 충분한가?”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⑧ “제2대구의료원 건립, 뉴노멀과 올드노멀의 경쟁될 것”
대구는 우리나라 대도시권 중에서도 응급사망비가 높다. 동북과 서남으로 구분되는 진료권별로 응급사망비를 보면 동북은 1.16, 서남은 1.19다. 1을 넘어서면 초과사망이 있다는 의미이다. 전국 70개 진료권 중 대구동북권보다 사망비가 높은 진료권은 13개뿐이고, 2곳만 대구와 같은 대도시권이다. 대도시권 중에선 대구만큼 응급사망비가 높은 곳이 별로 없다는 의미다.1
원인을 진단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대구 응급실 과밀화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고, 응급실 과밀화가 환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여럿 나와 있다. 류현욱 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대구응급의료협력추진단 사무국장과 단장으로 일하면서 현장에서 대구 응급의료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류 교수는 공공의료 확충, 공공병원 역할을 고민할 때, 잠재 응급환자를 공공병원이 소화할 수 있는 기능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30일 <뉴스민>은 류 교수와 대구 응급의료체계 안에서 공공의료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우선은 대구응급의료협력추진단에 대해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응급의료협력추진단이 처음 태동하게 된 건 2011년이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한 건 2015년부터로 보면 된다. 대구시 응급의료서비스를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였고, 여러 가지 산적한 문제들이 있었다.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는 대구에 주요 응급의료센터가 있는데 센터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응급실 혼잡도가 상당히 높다. 아무래도 응급실이 많이 복잡할수록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게 되는데, 서비스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보다 중요한 건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는 게 한계가 있다. 다른 지역보다 혼잡도가 높은 원인을 분석해보고 주요 센터의 혼잡도를 덜어낼 수 있는 여러 가지 시스템을 구축하자. 이런 것이 목표였다. 6개 분과에 지역 응급의학과와 응급질환 관련 임상과 교수진들이 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
= 어떤 사업들을 했는지도 설명해준다면?
다른 종합병원, 중소병원과 연계 네트워크 시스템을 만들어서 주요 응급센터에서 중증도가 떨어지는 환자를 분산하는 지역 응급의료협력시스템 구축을 시도했다. 초기 처치가 끝난 환자들 중에서 상태가 안정됐는데도 병실로 입원 못하는 상황에서 그대로 두면 응급실이 혼잡해진다. 주요 병원 응급실에 코디네이터를 고용해서 입원할 수 있는 지역 종합병원, 중소병원과 연계 입원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논문으로도 발표한 적 있지만 구축 전후에 응급실 혼잡도가 개선되는 결과도 볼 수 있었다.
네트워크 시스템과 함께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심폐소생술 교육이라든가, 자동심장충격기를 배치하고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사업도 ‘응답하라 심장박동’ 이란 명칭으로 하고 있다. 119구급대원 교육 사업을 통해 현장 처치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일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패스트롤(Field Assessment and Safe Transport for stroke patient, 뇌졸중 환자를 위한 현장 평가와 안전 이송) 사업’도 시작했다. 뇌졸중이 의심되는 경우에 119구급대원이 현장에서 간단하게 신경학적 검사를 마치고, 재관류요법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환자는 저희가 개발한 어플을 통해서 병원 도착 전에 사전 연락하도록 했고, 병원에서는 미리 치료 준비를 시행 할 수 있도록 했다. 병원 전 단계와 병원 단계를 연결하는 사업으로 궁극적으로 병원에서 치료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훨씬 줄어드는 효과를 보고 있다.
= 과거 보도를 보면 응급실 과밀화가 154% 정도였다가 추진단 사업 이후 떨어졌다고 하더라. 현재는 상황이 어떤지?
저희 네트워크 사업만으로 떨어졌다고 보긴 힘들지만, 현재는 100% 정도다. 100%면 풀로 차 있는 셈이다. 만원이라고 보면 된다. 조금 더 떨어뜨려야 한다. 응급실은 항상 준비하는 곳이다. 100%는 병상 측면에서 보면 이미 자원을 다 소진한 상태다. 새로운 응급환자가 들어올 때 신속하게 대응하기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도 응급실 밖에 대기환자가 많이 있다. 외국의 주요 병원을 가보면 응급실은 거의 비어있다. 중증환자가 들어오면 의료진이 전부 다 거기에 몰입해서 초기 진료를 제공하는 시스템인데, 우리는 전부 바쁜 상황에서 1명의 환자가 들어오는 상황이다.
= 대구만의 문제는 아니지 않나?
전국적인 문제다. 전 세계적인 문제이고. 하지만 우리나라가 심하고, 우리나라 안에서도 대구가 심하다. 여러 원인이 있을 거다. 첫 번째 원인은 대구의 중간 허리 병원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 크게 3단계 응급의료전달체계를 갖고 있는데, 인구 250만 도시인데도 지역응급의료기관이 150만 광주보다 적다.2 중간 허리 병원 숫자가 적고, 허리 병원의 역할이 조금 약하다는 의미다.
두 번째는 대구 응급의료를 이야기하지만 실제론 경북에서 들어오는 환자가 주요 센터로 보면 30% 정도 된다. 경북까지 우리가 감당을 해야 한다. 경북은 대구보다 더 열악하다. 응급의료 취약지라고 해서 응급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들이 있다. 강원도, 경북 일부, 우리 진료권에서 가까운 경남 거창이나 함양도 실제론 우리 진료권이다. 대구로 환자를 이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전반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쉽게 말씀드리면 다른 곳에선 지역응급의료기관급에서 해결할 수 있는 환자가 대구에선 지역응급의료기관급에서 해결이 안되고, 대학병원급으로, 상급병원으로 전원이 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대구, 중간 허리 병원 적고 역할 약해”
“지역 주요센터 환자 중 절반은 비응급”
= 중간 허리 병원이 부족이 어떤 결과로 드러나는지 좀 더 설명해주면 좋겠다.
한국형응급환자중증도분류체계(KTAS)가 다섯 단계로 되어 있다. 보통, 1~2단계는 진짜 응급환자고, 3은 잠재 응급이다. 4~5는 비응급환자로 분류한다. 지역응급의료센터 이상 6개 주요 센터 환자 중 거의 50%가 4~5에 해당한다. 단순 장염이라든가, 이런 환자들이다. 중증도가 낮은 비응급 환자가 주요 센터로 들어오는 게 문제이고 동시에 지역응급의료기관이 3단계에 해당하는 환자는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산술적으로 보면 50%가 4~5 환자이니까 1~3단계만 센터급으로 오면 여유가 생긴다. 이건 병원의 원인도 있고, 어떤 면에서는 이용자들이 잘 모른다거나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것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기관의 수가 적고, 경북 유입 환자를 감당해야 하고, 비응급 환자 이용도가 높은, 복합적 상황이 전국적이면서도 대구가 좀 더 심한 부분이 있다.
= 2019년 보건복지부 연구결과를 보면 대구의 응급사망비가 높더라. 그런 것도 말씀하신 이유 때문일까?
인과성을 정확하게 밝혀낸 건 아니다. 다만 응급실 과밀화는 응급환자 사망률과 연관성이 있다고 밝혀진 다른 연구들은 있다. 명확하게 이것 때문이라고 확정적으로 할 수 없지만 복잡한 곳에서는 환자 사망률이 높다. 대구 지역이 특별히 위험한 동네다. 이런 식으로 연결되진 않는다. 다만 응급실에서 사망비가 높게 나왔다는 건 사실이고 응급실 사망률은 응급실 혼잡도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선행 연구들이 보여주고 있다.
= 제2대구의료원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대구응급의료체계에서 공공병원이 해야 할 역할이 있지 않을까?
기존 대구의료원은 지역의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제공, 그리고 정신과 환자들에 대한 의료처럼 좁은 개념에 있었다. 최근에는 지역 현안이나 의료원의 발전, 공공의료의 개념이 많이 변했다. 지역 주민에게 필요한 필수의료를 양질의 수준으로 제공하는 게 공공의료다. 폭넓게 개념이 바뀌면서, 지역 현안인 응급의료에 공공의료적 측면에서 역할을 담당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제가 볼 땐 실제로 개별 사립 종합병원이나 자원이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지역에 공공성을 담고 있는 병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좋겠다.
공공병원 규모도 늘려야 하고 응급실도 늘려야 하지만 실제론 그것만으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배후 진료과가 필요하다. 대구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나 급성기 치료를 담당할 자원이 부족한 건 아니다. 우리는 대학병원이 많으니까 그런 류의 질환은 거기서 하면 된다. KTAS 3에 해당하는 노인 폐렴 환자, 장기요양환자들의 상태 변화가 있을 때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밖에도 혈관성 질환이 아니라 일반 응급환자들, 분초를 다투지 않는 환자들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대형병원에서 소화해야 할 질환이 있다. 가령 시간민감성 질환. 급성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나 중증외상, 이런 환자들은 실제로 대형병원에서 중심적으로 의료를 제공하는 것이 맞다. 그 외 일반적인 잠재 응급(KTAS 3단계)에 해당하는 환자는 공공병원이 많이 소화해주면 대형병원에서 숨통이 트인다. 그런 것들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지역 대형병원이 몸살을 앓고 있는 것 중에 대표적인 게 고령화되면서 와상으로 있는 분이 많은데, 여러 합병증이 있다.
예를 들면 폐렴이 생겨서 대학병원에 왔다가 호전되면 요양병원 갔다가 또 열나면 왔다가 이런 식이다. 이런 분들은 한 번 오면 오랫동안 병실을 차지한다. 앞서 말한 급성심근경색 같은 경우는 재관류치료를 받고 호전이 되고 퇴원할 수 있다. 그런데 와상 환자나 고령 환자는 상태 호전이 어렵다. 입원 기간이 길고, 병이 하나만 있지 않기 때문에 자원도 복합적으로 투입된다.
시대가 바뀌고 인구구성비가 바뀌면서 응급의료 수요도 이전과 바뀌고 있다. 어떻게 보면 기존 응급의료 시스템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또는 취약했던 부분에 대해서 수요를 파악하고 소화를 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응급의료의 판을 좀 새로 짜야 한다. 판을 새로 짤 때 공공의료기관이 적극 나서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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