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의 노동자들이 직업성암 산업재해 승인을 신청한 가운데, 교사, 전기원, 주얼리 노동자들의 산재 신청도 잇따르고 있다. 노조와 관련 단체들은 어떤 업종과, 일터에선 암 발병률이 높게 나오고 있다며 직업성 암을 의심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조사된 바가 없어 산재 신청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차원에서 전국적인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회,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주얼리분회, 직업성·환경성 암환자찾기 119는 2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집단 산재 보상을 신청했다. 이같은 집단 산재 신청은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일하다 암과 루게릭병 등에 걸린 열 명의 노동자들이 지난해 12월 산재를 신청한 후 두번째다.
두번째 집단 산재 신청에 나선 이들은 총 11명으로 이들은 포스코 및 포스코 하청업체 노동자, 고등학교 교사, 전기원, 주얼리 세공 노동자 등이다. 교사 세 명은 모두 3D 프린터를 사용했고, 근무기간은 2년에서 5년으로 비교적 짧다. 포스코 노동자 4명은 폐암 등 폐질환과 루게릭병을 앓고 있었는데 이들의 근무는 10~26년으로 비교적 길었다. 전기원들도 24~40년 동안 일한 경험이 있고, 미세먼지와 고압 전류에서 발생하는 극저주파에 노출된 이력이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1차 산재신청 기자회견 이후 한달 남짓 동안 포스코 노동자들의 추가 산재 신청 상담이 있었고, 3D 프린터를 사용한 교사들의 육종암 발생, 고압전기 활선 작업을 하는 건설 전기원 노동자들의 백혈병 및 뇌암 발생, 보석 세공 작업을 하는 주얼리 노동자들의 백혈병 발생까지 상담이 이어졌다”라며 “정부는 전국 직업성 암환자에 대한 전수조사에 즉각 나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경기 과학고등학교에서 물리교사로 일하다 지난해 7월 육종 진단을 받고 사망한 A씨의 아버지 서정균 씨는 “아들의 죽음에 3d 프린터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 씨는 “3d 프린터 사용과 아들의 사망이 관련이 있을 것이란 보도를 접하고 교육부와 교육청 등을 찾아 문의했지만 안타깝다는 말만 들을 뿐 답변은 듣지 못했다”라며 “그 죽음의 원인을 꼭 찾고 싶다”라고 말했다. 서 씨는 “2013년부터 정부가 창조경제를 강조하며 무한상상실 등 메이커 교육 정책을 내놨고, 아들은 이에 따라 열심히 3d 프린터를 활용한 수업에 임했다”라며 “정부의 잘못된 교육 정책으로 아들이 사망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용철 건설노조 광주전남본부 전기지부장도 전기원의 백혈병, 피부암 발병 등이 늘고 있어 정확한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건설노조는 오는 9일 전기원 3명에 대한 산재 신청을 준비 중이다. 이들 전기원은 대부분 한국전력 하청업체 소속으로 강한 전류가 흐르는 전깃줄 보수 등의 작업을 맡고 있다. 이 지부장은 “건설노조 전기분과 조합원을 대상으로 암 발생 피해를 조사했는데 심각한 고통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2019년 두 명의 노동자가 피부암 발병으로 산재를 신청했지만 일년이 넘도록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답변이 없다. 정확한 역학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주얼리 세공 노동자들의 피해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주얼리 노동자들은 청산가리, 시안화나트륨 등의 유해물질을 이용해 작업하는데 금속노조 동부지회는 귀금속 단지에서 일한 1세대 노동자들을 사이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혈액암, 백혈병이 발병한 것과 노동자들이 질병으로 집단 요양하고 있는 실태를 파악했다. 주얼리 노동자들의 직업성 암 산재신청을 맡고 있는 강형모 법률사무소 마중 고문은 “주얼리 노동자들은 진폐증과 혈액암 등으로 고통 당하고 있다. 하지만 귀금속 단지 등이 점차 사라지며 역학 조사할 현장이 줄고 있다”라며 “인과관계를 어떻게 따질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남아있는 자료를 모아 산재 승인을 받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직업성 질병 관련 잇딴 보도에도 포스코 사측이 문제 해결보다 기자의 입을 막고, 노동자를 감시하는 잘못된 방향으로 사건을 대응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포스코는 화학물질 관리 실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취재한 포항MBC 기자 개인을 상대로 방송 직후 손해배상을 청구해 논란을 빚었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그 쇳물 쓰지 마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12월 방영됐다. 한대정 금속노조 포스코 지회장 직무대행은 “현재 40여명의 노동자가 직업성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고 인근 주민들 역시 원인 모를 질병에 걸리고 있다”라며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포스코는 안전 시설에 투자하거나 작업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작업장에 씨씨티비를 놓으며 작업자 감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 지회장 직무대행은 “현재 포스코는 특정 업체와 짜고 유해물질 측정량을 조작하다 걸려 재판 중에 있는데 얼마나 오랫동안 데이터를 왜곡했는지 알 수 없다. 포스코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정부가 나서 포스코의 비리를 감시해야 한다. 환경부 역시 인근 주민, 현장 노동자, 퇴직자들을 상대로 환경과 건강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사제휴=박다솔 참세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