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집단감염에 인권단체 등 “독립된 주거 제공”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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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인권정책 자문기구인 서울특별시인권위원회(아래 서울시인권위)가 2일 긴급성명에서 급속도로 확산하는 노숙인시설 코로나19 집단감염을 해결하는 최선의 방책은 “독립된 주거 제공”이라며 서울시에 이를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달 25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시설 폐쇄를 알리는 서울역 희망지원센터. (사진=홈리스행동)

지난 17일 서울역 희망지원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후, 노숙인·쪽방 주민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해당 시설과 관련한 확진자는 69명(3일 0시 기준)이다. 뿐만 아니라 중앙방역대책본부 또한 노숙인·쪽방 주민 등 7602명을 검사한 결과, 98명(2일 오후 9시 기준)의 확진자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코로나19와 한파까지 덮친 상황이지만, 서울시는 여전히 노숙인 혹한기 대책으로 ‘응급잠자리’만을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십여 명에서 많게는 70명이 수면공간과 화장실을 공유하는 응급잠자리는 집단감염의 진원지가 될 수밖에 없다.

서울시인권위는 “작년에 서울시는 코로나19로부터 거리 노숙인을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주거 예산을 추가 편성하지 않았고 이는 올해 또한 마찬가지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작년 4월, UN주거권특별보고관이 “홈리스 보호를 위한 코로나19 지침(COVID-19 Guidance Note: Protecting those living in homelessness)을 발표하면서 위생 시설과 잠자리를 공유하는 응급 쉼터는 일반적으로 ‘집에 머물기’와 ‘물리적 거리두기’를 선택하기에 적절하지 않으며, 이러한 시설을 공유하는 것은 바이러스 확산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한 것을 언급하며 독립된 주거 제공은 국제사회의 공통된 요구임을 밝혔다.

따라서 서울시인권위는 응급잠자리의 잠정적 운영 중단을 촉구하며 “독립적인 위생 설비를 갖춘 개별 주거 제공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를 위해 서울시 소유의 건물을 이용하거나, 민간 숙박시설을 월 단위로 임대해 노숙인에게 공급하는 등 이미 해외에서 작동하고 있는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면서 “거리 노숙인들을 위한 ‘임시주거지원사업’ 예산을 조기집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일자리, 급식, 의료, 일상 상담 등의 사례관리서비스를 수행하고, 추후 영구적인 주거 마련을 위한 후속 지원 마련도 촉구했다. 정부 및 방역당국과 협의하여 정책 수립과 시행에 필요한 행·재정적 지원과 협력을 확보해야 한다고도 서울시에 요청했다.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등 전국 21개 인권시민사회단체도 3일 성명을 내고 서울시와 중앙정부에 노숙인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근본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이들은 언론이 감염 노숙인의 소재 파악에만 관심이 쏠려 ‘위치추적 장치’, ‘연락이 되지 않는 노숙인에 대한 고발 계획’ 같은 인권침해적 발상을 내놓는 보도에 깊은 우려를 표하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왜 노숙인 집단감염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원인 진단과 근본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인권단체들은 △신속한 검사를 위해 주요 밀집지역에 코로나19 검사소 설치 △응급잠자리 폐쇄 및 안전한 주거 공간 제공 등을 서울시와 정부에 요구했다.

기사제휴 / 강혜민 비마이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