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같은 도시정비사업으로 사라지는 지역을 대구 남구청이 기록으로 보전해 주목받고 있다. 남구의회에서는 남구청 등의 기록 사업을 계기로 도시개발과 연계한 마을 기록 사업을 조례에 담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7일 오후 2시 대구 남구의회는 남구청에서 ‘재개발 정책의 방향성 고찰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에는 권상구 시간과공간연구소 이사, 안진나 도시야생보호구역 훌라 대표, 한상훈 대구문화현장네트워크 대표가 발표에 나섰고, 조재구 남구청장, 이정숙 남구의회 의장, 권은정 부의장, 최창희 더불어민주당 중남구 지역위원장, 이정현, 정연우 남구의원도 참석했다.
앞서 남구청은 재개발로 사라지는 남구 지역 3곳(이천동 문화지구, 대명2동 명덕지구, 대명9동 광덕시장)을 기록한 ‘남구도시기억도큐멘타’를 펼친 바 있다. 2020년 대구시 주민참여예산으로 제작된 이 책자에는 도시야생보호구역 훌라가 지역민 30여 명과 남구를 탐사하면서 포착한 도시와 지역민의 생활 모습이 담겨 있다.
책자 발간 이후 남구의회는 남구의회 회의 규칙을 근거로 이번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발표자들은 도시정비사업으로 사라지는 지역에 대한 기록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권상구 이사는 “통상적인 재개발이 면적과 부피를 지향하는 것이라면 이에 저항하는 방식으로는 기억하고 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진나 훌라 대표는 “재개발은 기억을 삭제하고 서로를 외면하는 방식이라면, 그것이 아닌 재생이라는 다른 돌파구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기억이 단지 재개발에 대한 알리바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재생을 위해서는 기억이 충만해야 한다. 이를 통해 도시 미래를 결정하는 방향의 단초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상훈 대구문화현장네트워크 대표는 “남구 이천동에서 4년 살았던 건물에는 예술가 세입자가 많았다. 재개발에서 예술가, 청년, 주거취약자의 목소리가 중요한데 이를 반영할 구조가 없다”며 “발언권이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청회에서는 ▲재개발 승인 과정에서 마을 기록을 의무화하는 조례 제정 ▲생산된 마을 기록을 신설한 아파트 공유공간에 비치 ▲재개발로 사라질 생태계 보존 ▲건축자산 재활용 체계 구축 등의 제안도 나왔다.
조례화에 대해 이정현 남구의원은 “마을 기록 관련 조례는 검토할 만한 내용이다. 사라지는 지역에 대한 기억이 자료로 남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숙 남구의회 의장은 “재개발의 새로운 방향성을 논의하는 뜻깊은 자리다. 마을이 사라지는 것은 유적지가 없어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기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재구 남구청장은 “재개발로 도시변화가 가속화 하는 상황에서 한평생 살아온 집이 철거되고 골목길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는 의견을 많이 들었다”며 “주거환경 개선을 바라면서도 고향이 사라지고 이웃이 떠나는 것에는 아쉬움도 크다. (이번 사업으로) 공간과 삶에 대한 문화적 기록을 남겼다”고 말했다.
한편 ‘남구도시기억도큐멘타’는 남구청 홈페이지에서 다운 받을 수 있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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