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서 <더블패티>의 관람객 평점은 9.18점에 달한다. 누적 관람객수는 1만 5,000명에 그친 영화의 평점이 상당히 높은 것에 궁금증이 인다. 호평은 연기와 영상미, 연출, 스토리, OST 다섯 가지 중 연기(35%)에 쏠려 있다. 이어 영상미(22%), OST(18%) 순이다. 굳이 감상평이 다르다고 지적할 마음은 없다.
전도유망한 씨름선수 우람(신승호)은 동료 선수의 죽음으로 슬럼프에 빠진다. 씨름을 그만두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한다. 친구의 소개로 주점의 기도 아르바이트로 돈을 번다. 취객을 상대해야 하고 떼인 돈을 받으러 가는 게 마뜩잖지만, 높은 보수에 만족한다. 가끔 씨름팀 고 감독(유병훈)에게서 고향으로 내려오라는 전화가 오지만 애써 외면한다. 그런 우람에게 유독 아른거리는 여성이 있다.
아나운서 지망생 현지(아이린)는 아이를 가르치는 일부터 햄버거 가게 직원까지 밤낮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방송사 입사 시험을 치른다. 현지가 매번 낙방하는 이유는 스터디 모임에 나가지도 않고 혼자 힘으로 아나운서 입사를 준비하기 때문으로 비친다. 친한 친구 없이 혼자 술잔을 기울이는 현지에게 덩치 큰 남성이 눈에 띈다.
어느 날 우람은 출근길에 상대 패거리의 습격을 받아 기절한다. 이후 건달과 다름없던 일을 그만둔 우람은 새벽 신문 배달과 식당 설거지 아르바이트에 나선다. 그러면서 현지가 일하는 햄버거 가게의 손님으로 현지와 알게 되는데, 현지의 제안으로 우연히 술자리에 마주 앉게 된다.
<더블패티>는 고된 하루를 보내는 두 청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각자의 꿈이 있지만 그 꿈을 이루는 게 버겁기만 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청년층에 위로를 해주려는 듯하다. 하지만 청춘의 고생을 낭만으로 포장한 티가 역력하다. <더블패티>의 캐치 프레이즈는 ‘고열량 충전 무비’다. 우람과 현지가 햄버거와 짜장면, 덮밥, 곱창전골 등 다양한 식사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고단한 청춘을 음식으로 위로한다’는 의도는 <리틀 포레스트(2018년)>, <심야식당 시리즈>가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더블패티>는 침샘을 자극하는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나열하고 전시하는데 그친다. 먹방 영화가 호평을 얻은 이유는 단순히 육체적 허기를 달래는 게 아니라 밥을 먹으며 정서적 허기를 채우는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영화가 주인공의 서사나 감정선을 제대로 쌓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람의 동료 선수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우람은 왜 고 감독과 인연을 끊으려는지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현지는 왜 아나운서를 꿈꾸는지, 왜 금수저 친구 세영(송지인)에게 열등감을 느끼는지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영화 초반 30분 동안 우람과 현지 각각의 이야기를 펼쳐놓다가 두 사람이 갑자기 함께 술을 먹게 되는 과정은 부자연스럽다. 그런데 영화 중반까지 제대로 된 대화 한번 나누지 않던 우람과 현지는 술자리를 계기로 서로에게 위로받고 급기야 여행까지 떠난다. 둘의 여행은 엘리트체육의 문제점과 언론의 파업 등 영화 초반부 꺼내놓은 고민을 해결하지 않고 외면하는 것에 불과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청춘에 위로를 전하는 영화의 방식이다. 우람과 현지의 고민은 너무 쉽게 풀린다. 우람은 고향에 내려간 지 하루 만에 감독과의 오해를 풀고 다시 씨름을 시작한다. 현지는 그런 우람을 보며 마음을 다잡고 취업에 성공한다. 꿈을 접게 만들었던 배신감과 그동안 막혔던 일이 일사천리로 해결되는 것이다. 씨름선수의 일탈과 인맥에 기댄 아나운서 지망생의 도전은 막막하기만 한 청춘들에 기만이나 다름없다.
또 청년 롤모델의 조언과 홍어 냄새를 농담의 소재로 사용한 장면은 실소가 터져 나오는 수준이다. 영화에서 ‘국민 앵커’ 문희정(정영주)은 언론사 공채 축소를 걱정하는 대학 후배 질문에 “나 때는 경쟁률이 1200대 1이었다. 못 먹어도 고(GO)하라”고 대답한다. 전라도 출신 우람이 홍어회를 먹은 뒤 이곳저곳에서 화장실 냄새가 난다고 놀림을 당하기도 한다.
이 밖에 걸그룹 레드벨벳 아이린의 슬로우 모션 연출과 CF의 한 장면처럼 근사하게 꾸미는 화면 구도도 거슬린다. 감독이 무신경한 건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건지 고민하게 만든다. 영화를 보는 내내 섣부른 위로는 독이라는 생각만 맴돈다.
손선우 전 영남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