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난 2월 구미에서 확인된 3세 유아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 모 씨에게 징역 20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160시간 이수,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피해자의 죽음이 김 씨의 의도적 살인 행위에서 비롯됐다는 검찰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4일 오후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형사합의부(부장판사 이윤호)는 “아동 학대는 아동에 대한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는 각종 폭행, 학대를 저지르는 범죄로 아동이 장차 건강한 우리 사회 구성원이 되는데도 악영향을 미친다. 생명은 한 번 잃으면 다시 얻을 수 없고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가치”라며 “공소사실에 대해서 피고인 인정하고 있고 피고인 진술과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고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먹을 것도 없는 원룸에 홀로 방치된 피해자가 장시간 겪었을 외로움, 배고픔, 두려움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하기 어렵다”며 “피고인은 이와 같은 범행에도 일상생활을 영위했고 약 6개월이 지난 후 피고인 어머니가 사망한 피해자를 발견하고 연락할 때까지 침묵했다. 그 직후에도 범행을 뉘우치기보다 은폐하려는 방법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피고인은 보호자 의무를 저버린 채 피해자를 극심하게 학대하고 종국에는 생명까지 침해한바, 피해자 고통, 법익의 중대성, 범행 내용, 정황 등을 고려하면 엄벌에 처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검찰이 청구한 전자 장치 부착 명령을 기각하면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양육해오다가 방치함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경위에 비추어 적극적으로 의도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김 씨가 범행을 적극적으로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김 씨는 지난해 8월 3살 난 피해자를 구미 소재 원룸 방에 홀로 둔 채 장기간 집을 비웠다. 김 씨는 집을 비우면서도 친인척 등에게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를 요청하지 않고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김 씨는 피해자가 숨진 이후에도 허위로 아동수당, 양육수당 합계 100만 원을 수령한 혐의도 받았고, 첫 공판에서 검찰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숨진 피해자가 김 씨의 친자가 아니고, 김 씨의 어머니 석 모 씨가 실제 친모라고 밝혔다. 새로운 사실이 전해지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석 씨는 숨진 피해자 사체유기미수 혐의와 실제로 김 씨가 낳은 아이를 약취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관련기사=경북 구미 유아 사망사건, 친모 출산·유아 바꿔치기 증거는···?(‘21.5.11))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