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의 대구경장] 노동이사제

10:36

전태일 열사의 분신으로 촉발된 노동자의 권리 찾기는 세월의 흐름과 함께 많은 진전을 보였다. 노동권을 법으로 보호하고 노조 활동의 자유도 보장되었다. 하지만 해고의 경직성은 고용의 두려움으로 나타나고 기업의 능률성 저하를 가져온다. 신규채용 부족 문제는 청년들의 목을 죈다.

노동시장 유연성은 기업 성장의 엔진이다.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기업운영을 논의해야 하지만 기업 이사회는 사측이 독점하다 보니 기업의 경영 상태를 노동자들이 잘 모른다. 급여를 주는 입장에선 월급날이 너무 빨리 다가오고, 받는 입장에선 월급날이 분기별로 오는 것 같다. 노동자와 사용자가 바라보는 경치는 이렇게 다르다. 다름을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서로가 동의되는 그 어느 지점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공공 부문은 물론 민간 기업에도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갖고 기관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제도다. 현장의 목소리를 경영에 반영하고 근로자의 책임과 주인의식을 강화해 생산성과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는 제도다.

1951년 독일을 시작으로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 등 유럽 19개국에서 이미 도입되어 시행 중이고, 그중 그리스 등 5개국을 제외한 14개국에서는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에도 적용하여 시행 중이다. 독일의 경우 기업 규모에 따라 감독 이사회의 최대 절반까지를 노동자 대표로 채우도록 법제화하고 있다.

2013년 삼성경제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사회 갈등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터키에 이어 2위다.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매년 최대 24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갈등의 상당 부분을 노사분규가 차지하고 있다.

노동이사제 도입은 이사회라는 공식적인 소통구조가 형성됨으로써 노사갈등을 완화 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 지자체의 경우 2016년 서울이 노동이사제를 첫 도입한 이후 인천, 경기, 경남, 광주, 울산, 전남, 충남, 경기 부천과 이천 등이 도입하면서 노동이사제의 도입은 시대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대구시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하지 않고 있다. 대구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구시의회도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2018년 내가 발의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조례는 상임위 문지방 앞에서 아직 잠자고 있다. 최근 노동단체가 노동이사제 도입 조례 제정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시의회에 접수하여 청원이 채택 되었지만, 단서 조항에서 ‘상위법이 만들어지면 검토해 보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포함해서 우리나라의 노조 가입률은 약 10%로 추산된다. 노조는 공익단체가 아니라 이익단체다. 물론 노조에 가입한 노조원만을 위해서 활동한다고는 볼 수 없으나 노동자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활동만을 한다고 볼 수도 없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90%의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서도 노동이사제는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대구시가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난은 차치하고라도 노사평화의 전당을 건립하고 노사상생 선도도시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대구시장의 공약이 허언이 되지 않으려면 타 지역 지자체보다 한발 앞선 노사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럴듯한 이름의 건물을 짓는다고 노사상생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구시의 의지와 실천만이 노사평화를 가져온다. 노사상생의 선도 도시 대구를 기대한다.

▲김동식 대구시의원

김동식 대구시의원 / 김부겸 전 국회의원 보좌관

<김동식의 대구경장>은 2018년 지방선거를 통해 대구시의회에 첫 입성한 시의원으로서 첫 경험들을 ‘초보시의원 의회적응기’로 풀어냈던 김동식 대구시의원이 지난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대구를 위한 제언을 격주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