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판정이 났지만 달라진 게 없어요. 이런 기업을 처음 봅니다. 유족에게 직접 사과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바뀐 게 없어요. 저 트럭 타고, 대학가나 쿠팡물류센터에 가보려고 합니다. 덕준이 또래 젊은 친구들이 쿠팡에서 일을 많이 하잖아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이 트럭을 볼 수 있게 전국 곳곳을 가보려고 합니다.
지난해 10월 칠곡 쿠팡물류센터에서 야간 분류작업을 하다 과로사로 숨진 장덕준(27) 씨의 아버지 장광(59) 씨가 13일 오전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故 장덕준 유족 전국순회투쟁 발족 기자회견’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장씨는 ‘쿠팡이 내 아들을 죽였다’, ‘쿠팡은 유족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등이 적힌 트럭을 몰고, 오늘부터 전국 쿠팡 물류센터와 대학가 등지를 다닐 예정이라 밝혔다. 회견은 유족과 함께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대구경북지역본부가 주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쿠팡이 유족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용직 중심의 고용을 정규직으로 바꾸고, 충분한 휴식과 휴게 공간 확보와 함께 야간 노동을 최소화하라고 촉구했다.
김태완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쿠팡이 여전히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2년 후 정규직이라는 희망고문이라는 고용 구조를 개선하고, 심야노동과 장시간 노동에 관한 휴식과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며 “현재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는 쿠팡은 최소한의 요구를 외면하고, 모두를 기만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쿠팡에 대한 정부의 대대적인 특별근로감독을 실시도 요구했다.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애초에 새벽배송, 심야배송, 로켓배송처럼 사람을 갈아넣는 이런 노동을 규제했어야 한다. 돈만 되면 뭐든 하는 기업의 선의에 기댈 수 없다”며 “중대재해 다발 사업장으로 지정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할 수 있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故 장덕준 씨의 아버지 장광 씨는 “아들이 사망했을 때부터 오늘까지 보여준 쿠팡의 태도는 ‘무대응’이었다. 사람이 죽었는데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쓰다 버리는 기계부품 취급하는 곳에 아들을 보낸 부모로서 가슴이 찢어진다”며 “쿠팡은 유족을 기만하는 행위를 멈추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근로자들이 안전한 환경 속에 일할 수 있도록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울먹였다.
당초 쿠팡 측은 장 씨의 과로사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사인이 ‘급성심근경색증’으로 나오고, 1년 4개월 근무 동안 장시간 야간 노동이 밝혀지는 등 2월 산업재해가 승인되자,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냈다.
쿠팡은 사과문을 통해 “故 장덕준 님에 대해 다시 한번 애도와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또한 유가족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유가족분들에 대한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며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그동안 유가족의 산재 신청에 의해 진행된 근로복지공단의 조사에 충실히 임해 왔으며, 이번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한편 쿠팡은 지난 2월 MBC 스트레이트 보도에 대응하면서 “쿠팡은 지난해 물류센터에만 약 1만 2,500명을 추가 채용했고, 5,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하는 등 근로 강도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고 주장했다.
장은미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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