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의 대구경장] 서리와 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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莫道秋霜不滋物 菊花還借後時黃(막도추상부자물 국화환차후시황).

만당오대(晩唐五代)의 시인 황도(黃滔)는 “가을 서리가 만물을 키워주지 않는다고 말하지 말라. 국화는 서리를 거친 뒤에야 비로소 노랗게 핀다”고 노래했다. 역경을 극복하고 나서야 마침내 강인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대구라는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원으로 산다는 것은 매일매일 가을 서리를 맞는 일과 같다. 4년을 노심초사하며 지역 유권자에게 다가가도 중앙정부나 국회에서 헛발질 한 번 해버리면 공염불에 그친다. 10개 중에 하나라도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있으면 지지하지 않는 정당이 있고 10개 중에 하나라도 지지할 이유가 있으면 지지하는 정당이 있다.

어느 정권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정권 말기에는 정권의 인기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문재인 정부만큼은 그러지 않기를 바라고 바랐지만 대통령 지지율은 점점 떨어지고, 떨어진 지지율보다 훨씬 큰 강도로 대구 지역 유권자의 비난은 거세기만 하다. 지금 상황으로만 보면 내년 선거는 대구 민주당으로서는 해 보나마나 한 선거가 될 확률이 높다.

설상가상으로 대구 민주당의 구심점이 되어 줄 김부겸 전 장관마저 총리로 임명되어 지방선거에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대구의 광역, 기초의원은 50명이다. 안타깝게도 이들에겐 이제 봄볕은 사라지고 없다.

다른 길을 선택한 사람들은 탈당을 하거나 중도 포기를 선택한 모양이다. 가을 서리를 맞으면서도 국화를 노랗게 피우겠다는 열정이 없으면 일찌감치 잘한 결정이다. 그들은 우리 민주당에 어울리지 않는다. 한 겨울 싸인 눈을 녹이면서 끝내는 꽃을 피워내는 설련화(雪蓮花)가 되겠다는 신념과 용기가 없는 사람은 우리 민주당에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는 아무리 세찬 비바람이 몰아쳐도 민주당이고 폭설에 파묻혀도 설련화다. 가을 서리가 만물을 키워주지 않는다고 한탄하지 않는다. 추상(秋霜)이 민주당이라는 국화를 노랗게 피울 날을 기다리며, 우리는 가장 낮은 곳에서 대구라는 민심의 문이 열릴 때까지 두드릴 것이다.

▲김동식 대구시의원

김동식 대구시의원 / 김부겸 전 국회의원 보좌관

<김동식의 대구경장>은 2018년 지방선거를 통해 대구시의회에 첫 입성한 시의원으로서 첫 경험들을 ‘초보시의원 의회적응기’로 풀어냈던 김동식 대구시의원이 지난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대구를 위한 제언을 격주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