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그대로 안동 쓰레기산, 침출수 안동댐으로 유입

[한국 쓰레받기 경북] 2년 방치, 조폭 연루···주민, "식수원 오염 불안"
안동시, "행정대집행 하려면 절차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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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의성 쓰레기산 사태를 계기로 환경부가 2019년 전국 불법 방치 폐기물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국에서 불법 폐기물 120만 톤이 적발됐다. 2년이 지난 지금 2019년 전수조사 이후 추가로 발생한 불법 폐기물은 43만 2,000톤. 이중 약 17만 2,000톤이 경상북도에 투기됐다. 대한민국 국토 면적의 20%, 인구의 5.2%를 차지하는 경북에 전국 불법 폐기물의 40%가 쏠려 있다. 경북 불법 폐기물 17만 2,000톤 중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채 쌓아 둔 방치 폐기물은 2021년 2월 기준 6만 2,000톤. 경북은 왜 불법 폐기물 투기장이 된 것일까. 불법 투기로 인해 지역 주민은 어떤 고통을 받고 있을까. <뉴스민>이 들여다본다.

경북 안동시 도산면 불법 폐기물 적치장에서 발생한 침출수가 하천을 통해 안동댐으로 유입되고 있다. 주민들은 불안을 호소하지만, 안동시는 침출수의 오염물질까지 댐으로 유입되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안동시는 <뉴스민> 취재 후 침출수가 고인 구덩이에 둑을 쌓아 침출수가 유출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뉴스민>이 지난달 14일, 26일 현장 취재를 해본 결과 안동시 도산면 온혜리 야산에 불법투기된 8,500톤(추정량. 4월 현재 2,629톤 소각)이 넘는 쓰레기 적치장에서 침출수가 유출되고 있다. 악취가 심하게 나는 침출수는 용두산에서 발원한 도랑에 흘러 들어갔다. 적치장을 휘감으며 흐르는 도랑은 온혜천으로 합류해 하류로 흐른다. 적치장 하류 남쪽 직선거리로 5km 부근에 안동호가 있다. 침출수 위로는 의료폐기물로 보이는 약병, 건설·산업 폐기물로 보이는 폐토사, 폐합성수지 등이 둥둥 떠다니고 있다.

▲안동댐 상류 온혜천 바로 옆에 불법 투기된 쓰레기 더미에서 침출수가 나와 고여 있다.

안동시에 따르면 2019년 4월 안동시는 침출수를 막기 위해 적치장 앞에 구덩이를 파 침출수가 고이도록 했다. 구덩이를 판 시점부터 이 자리에 침출수가 고이기 시작했으며, 2021년 4월 현재도 안동시는 구덩이 에 찬 침출수를 탱크로리를 이용해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운반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안동시는 침출수 발생량이나 탱크로리로 처리한 침출수량은 정확히 계량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어림잡아 매일 5톤짜리 탱크로리 1~2대 분량의 침출수를 하수종말처리장에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일부를 보내고 남은 침출수가 그대로 하천과 만나 안동댐으로 유입되고 있지만 안동시는 침출수의 댐 유입 여부는 확실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다.

지하수를 먹고, 농업용수로도 쓰던 주민들은 2년 이상 적치된 쓰레기가 해결되지 않자 불안을 호소했다. 지하수를 먹던 주민들은 자비를 들여 2019년 상수도를 설치했고, 농업용수 또한 수돗물을 쓴다.

송창섭(65) 온혜리 이장은 “예전에 이곳은 청정지역이었는데 이제 우리는 지하수가 있어도 안 먹는다. 밑에 지하수로 침출수가 다 흘러갔다고 봐야 한다. 약병도 굴러다니고, 많이 불안하다. 여기가 낙동강 상류인데 물이 어디까지 들어가는지 모른다. 낙동강도 여기서 한 4km 가면 있다”고 우려했다.

▲침출수 주변에도 약병이 나뒹굴고 있고, 이런 종류의 병은 침출수 위에 떠다니는 부유물 중에서도 확인된다.

적치장을 오래 방치하면서 지하수 오염이 심화되고, 결국에는 하류의 안동댐까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안동시는 침술수가 댐으로 흐리지 않도록 구덩이를 파 고이도록 했고, 탱크로리를 통해 조치를 하고 있는 만큼 식수로 활용하지 못할 만큼 오염되진 않았다고 우려를 불식하려 한다.

안동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침출수가 하류로) 조금씩 흘러나갈 순 있다. (침출수가 흘러가다) 땅으로 스며들면 이런 부분은 긁어낼 것”이라며 “(주민들이) 안동댐에 가서 수질오염이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오염될 정도로 양이 많다고 하기도 어렵다. 침출수는 초창기부터 탱크로리로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동댐으로 (침출수가) 흘러가는지 확실하지 않다. 확인된 것이 없다. 우려는 있지만, 오염돼서 식수로 못 쓴다고 말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는 장기적으론 하천에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김영훈 안동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지하수는 유속이 느리기 때문에 한 번 오염되면 복구가 어렵다고 봐야 한다”며 “투기된 폐기물이 산업폐기물이면 독성이 더 많을 수 있다. 설령 침출수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천천히 지하로 유입되고, 장기적으로는 하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침출수가 하천에 유입되면 안동댐으로 들어가는 건 사실이라고 봐야 한다”며 “농도가 얼마 안 된다고 얘기할 순 있겠지만, 최상류부터 오염될 수 있다면 다른 절차를 따지지 말고 국민 건강을 위해 응급조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쓰레기 적치장 아래로 모인 침출수(붉은 원안)는 바로 옆의 도랑(푸른색 선)과 합류해서 다시 온혜천과 만난다.
▲안동시는 침출수를 둑으로 막아놓았다곤 하지만 우측으로 보이는 침출수는 둑 사이로 흘러 우측의 도랑으로 합류하고 있다.

식수원 오염 가능성이 있는 투기 현장에 대한 조치가 늦어졌다는 지적에 대해 안동시는 “토지소유자와 행위자가 16명이다. 주범들은 우편물을 받을 수 없는 상태여서 절차 이행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며 “행정대집행법에 의한 행정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절차를 어기고 치웠을 때 구상권 청구 대상이 아니게 되면 책임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안동시는 <뉴스민> 취재 다음날인 27일 침출수 구덩이 주변의 둑을 높여 침출수가 하천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안동시 관계자는 “일부 (흘러 나간 것으로) 보인 것에 대해 조치를 완료 했다.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바로바로 조치할 것이다. 하지만 (침출수가 하천으로) 계속 유출됐다고 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도산면을 지역구로 둔 이재갑 안동시의원(무소속)은 절차를 따지기 전에 정부와 지자체가 서둘러 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갑 의원은 “도산이 청정지역이었는데 침출수가 흘러나와서 안동댐으로 가면서 주민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만약 이 침출수가 안동댐으로 들어간다면 1,300만 영남 사람들이 공분을 일으킬만한 사건”이라며 “국가적 문제인 환경문제는 국가가 먼저 조치하고 이후에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안동시도 피해 보는 건 시민이라는 걸 알고 절차만 따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온혜리 폐기물 투기 일당은 2019년~2020년 폐기물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법원은 이들 중 주범 3명에게는 징역 2년 등 실형을 선고했고, 운반책 등 다른 관계자에게는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했다.

판결문을 보면 투기범들은 2019년 1월 초부터 2019년 2월 중순까지 온혜리 현장에 폐합성수지류 등 사업장폐기물 8,500톤을 굴삭기를 이용해 매립했다. 이들은 경기도 화성시에서 폐기물을 투기하다가 안동시로 옮겨와 투기했고, 이후 포항 등으로 옮겨가 빈 공장을 빌려 투기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이어갔다.

안동시는 투기 일당을 수사하던 경찰의 통보로 2019년 2월 25일 폐기물 적치 상황을 인지했다. 시는 투기 행위자 12명과 토지소유자 2명에게 조치명령, 행정대집행 영장 통보 등 절차를 거쳐 2020년 11월 30일 행정대집행에 착수했다. 현재 8,500톤(추정) 중 2,629톤을 수거해 소각한 상황이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