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유기동물 배달 서비스’, 유기동물 줄일 수 있을까?

입양 간소화로 재유기 증가 우려
제주‧경기도 '마당개 중성화'로 개체수 조절 나서

17:43

‘전국 최초! 유기동물 입양 딜리버리 서비스 나서’ 지난달 23일 경북 상주시가 낸 보도자료 제목이다. 상주시는 최근 급증한 유기동물을 입양 절차 간소화를 통해 줄여볼 요량으로 정책을 도입했지만, 오히려 쉬운 유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간소화된 입양 서비스 같은 사후적 대책보다 개체수를 늘리지 않을 사전적 대책도 제안된다.

상주시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상주시 유기동물 개체수는 2016년 133마리에서 2020년 703마리로 급증했다. 2017년에도 283마리, 2018년 460마리, 2019년 696마리 등 전년 대비 2배 늘어나는 해도 있었다. 상주시 축산과 관계자는 “최근 2년간 유기동물이 급증했는데 보호소에 들어오는 동물 98%가 믹스견이라 입양 문의가 거의 없다”고 사업 배경을 설명했다.

▲상주시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상주시 유기동물 개체수는 2016년 133마리에서 2020년 703마리로 급증했다.

상주시가 준비한 배달 서비스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을 통해 상주에서 보호 중인 개나 고양이 공고번호로 예약하면 예약 시간과 장소에 유기동물을 데려다주는 서비스다. 상주시는 이와 함께 입양자에게 별도 입양비를 받지 않고 진료비와 미용비 등으로 입양지원금도 25만 원 지원한다. 현재는 상주에 제한된 서비스이지만 반응에 따라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도 있다.

문제는 입양자 선정 과정도 없이 쉽게 유기동물을 건네받는 ‘배달 서비스’가 재유기 우려가 일뿐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도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중앙정부에서도 현재의 유기동물 중 많은 비중이 보호자의 방치나 엄격하지 않은 관리로 인한 무분별한 번식에 있다고 보고 번식 억제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상주 같은 농촌 지역으로 갈 경우 통제없이 길러지는 ‘마당개’가 많고, 번식도 통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상주시가 보호하고 있는 유기견들, 태어난지 얼마 안 된 어린 믹스견들이 주로 유기되고 있다. (사진=상주시)

이형주 반려동물복지연구소 어웨이 대표는 “반려동물 양육은 직접 보호소에 가는 것과 비교도 안 되게 신중한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입양 절차 간소화로 재유기 가능성 등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직접 오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데려다 드릴 수는 있어도, 이 또한 입양자 선정 사전 절차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현재 발생하는 유기동물 상당수가 믹스견 번식의 결과이므로 ‘마당개 중성화 사업’ 같은 정책이 유기동물 감소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림부 관계자가 설명하는 마당개 중성화 사업은 실외에서 생활하는 개의 중성화 수술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현재까진 전국에서 제주도와 경기도, 경남 하동 등 3곳이 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실제 유기견을 줄이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2019년 전국에서 최초로 이 사업을 추진한 제주의 경우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약 630마리를 중성화 수술을 했고, 그 효과로 유기동물이 줄었다고 보고 있다. 김은주 제주도 동물방역과 수의정책팀장은 “전년 대비 14% 정도, 약 1천 마리 정도의 유기동물이 줄어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며 “관심 있는 지자체의 문의도 많이 온다”고 말했다.

장은미 수습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