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취업 시켜줄게” 알선비 4천만 원 뜯어
울산지역에서 취업을 시켜준다며 알선비를 챙긴 사기범이 구속됐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울산지역에서도 취업사기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울산 중부경찰서는 12일 중견기업체 취업 알선 명목으로 돈을 챙긴 피의자 ㄱ(45)씨를 검거해 구속했다고 밝혔다.
울산의 한 대기업 비정규직으로 일한 적 있던 ㄱ씨는 2013년 11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직장 동료 등 3명에게 “돈을 주면 자녀를 중견업체 정규직으로 채용시켜 주겠다”고 속여 총 4천 20만 원을 받아 달아난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ㄱ씨는 대기업 인사부장 행세를 하면서 또 다른 피해자 2명으로부터 각각 200만 원씩을 취업 알선비로 챙겨 고소당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더 저질렀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수사하고 있다.
한편, 울산지역에서 취업을 미끼로 돈을 챙긴 취업사기는 최근 몇 년 동안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엔 현대자동차 윤모 사장의 동생이 현대차에 취업을 시켜주겠다며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울산지법은 윤모 사장의 동생에게 징역 3개월을 선고했다.
또 같은 해 5월 울산동부경찰서는, 대기업에 취직시켜줄 것을 약속한 후 13명의 피해자에게 8억여 원의 수수료를 편취한 피의자를 검거했다.
울산지방경찰청도 같은 해 4월, 대기업 취업을 미끼로 돈을 받아 챙긴 신모(55)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울산지법은 취업 알선 등을 미끼로 상습적으로 사기를 벌여 수천만 원을 뜯어낸 혐의로 기소된 B(59)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B씨는 2011년 “친구가 대기업에 다니는데, 아들을 취직시켜 주겠다”고 C씨를 속여 22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는 등 8명의 피해자로부터 총 2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뜯어낸 혐의로 기소됐다.
‘대기업 현장직’ 미끼로 던지는 취업사기범
“대기업 1차하청 들어가기도 쉽지 않아”
이같이 사기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극심한 취업난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울산지역 대기업들은 정규직(현장직) 채용을 거의 하지 않고 있어 이 같은 취업사기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울산에서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들 중에는 아버지처럼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를 꿈꾸는 이들이 많지만, 현재 대기업은 정규직 채용을 거의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인맥이라도 이용해 취직을 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거래를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이모 씨는 “현대차는 요즘엔 정규직은 거의 뽑지를 않는다. 하청에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다”며 “2010년 대법원 판결 이후에는 현대차 1차 하청조차도 최소한 정규직 조합원 정도 이상의 ‘빽’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고 했다. 이씨는 “‘현대차 정규직에 들어가려면 3천만 원’ 등의 ‘시세’는 현대차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가 공공연하게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는 취업사기는 이 같은 맥락에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최근에는 오히려 취업사기 발생이 다소 주춤하고 있다고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울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은 것이 너무 심하고 오래되다 보니 최근엔 오히려 취업사기가 주춤하고 있다”며 “‘회사가 사람을 뽑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너무 없다 보니 오히려 사람들이 취업을 미끼로 던져도 믿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경찰청은 울산지역의 취업사기 건수를 별도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취업사기의 경우 피해자의 잘못도 있다 보니,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어 모든 사건이 수면위로 떠오르지는 않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때로는 돈을 받고 진짜로 취업을 시켜주는 이들도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경우는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다”며 “취업사기 건수는 집계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한편, 울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눈높이만 낮추면 특히 울산에는 취업할 곳이 많이 있다”며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너무 오래 기다리다보면 조급한 마음에 사기취업에 휘말리기 쉬우니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의하길 바란다”고 했다.
울산지역에서는 주로 현대중공업이나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현장직 취직을 미끼로 한 사기범죄가 많이 발생한다. 지역의 한 경찰은 “사무직은 몇 차례 시험을 거쳐 일정 정도의 점수를 획득한 자를 채용하지만, 현장직의 경우 크게 변별력이 있는 자격을 요구하지 않는다. 때문에 인맥 등을 통해 채용될 수 있다는 심리가 많이 작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기사제휴=울산저널/최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