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던 베트남 하청노동자가 공장 내 사고로 사망했다. A(27) 씨는 오는 연말 귀국해 연로한 부모를 돌보려 했으나 계획을 이루지 못했다.
A 씨는 6일 오후 8시 경주시 안강읍 한 건설기계부품 제조 업체에서 정비 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가동된 로봇 기계에 가슴이 협착돼 사망했다.
원청 업체와 포항고용노동지청의 설명을 종합하면, A 씨는 산업용 로봇이 정지하자 펜스 도어(울타리 출입문)를 열고 들어가 정비 작업에 나섰다. 그러던 중 갑자기 로봇이 가동되는 바람에 A 씨는 로봇과 로봇 스테이션 사이에 끼었다. 업체는 사고 확인 즉시 119구조대와 경찰에 신고했으나 A 씨는 병원 이송 중 숨졌다. 동국대학교 경주병원은 A 씨의 사인을 ‘중증 흉부 외상’이라고 진단했다.
노동청은 업체 일부 공정에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업체의 수리 등 작업 시 안전조치 위반 여부 등에 대해 조사 중이다.
원청 업체 관계자는 “입장 바꿔 생각해서 내 자식이 이렇게 됐다면 피눈물 나는 얘기”라며 “우리 업체 소속은 아니지만, 잘못에 대해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낮 12시 30분께부터 경주시 황성동 한 장례식장에 A 씨 빈소가 마련됐다. 한국에서 거주하는 A 씨 친척과 친구들이 광주와 경남 김해 등지에서 빈소에 모여들었다.
광주에서 사고 다음 날 경주를 찾은 A 씨의 친척 형 B(38) 씨는 A 씨의 기숙사에서 유품을 정돈해 왔다. A 씨의 여행용 가방 하나에 A 씨가 한국 생활 동안 입었던 옷가지 몇 벌과 휴대전화, 헤드셋이 담겼다.
B 씨와 친척 누나 C(38) 씨는 A 씨의 부모님이 건강이 좋지 않아, A 씨가 귀국하기만을 기다렸다고 한다. A 씨의 고향 베트남 하띤이 농촌 지역이라, 부모님과의 통화 연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A 씨 소식을 접한 대구이주민선교센터는 현재 A 씨 빈소에서 시신을 항공편으로 베트남에 이송하는 절차를 돕고 있다. 하지만 A 씨의 코로나19 감염 여부 확인 등 까다로운 과정이 있어 이송에 차질을 겪고 있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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